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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문고판, 휴대폰과 결합하다…법률·인문학 전문 학술출판
인문교양 문고판, 휴대폰과 결합하다…법률·인문학 전문 학술출판
  • 김재호
  • 승인 2021.10.1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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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 ② 세창미디어

디지털과 온라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출판사들 역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학술출판에 주력해온 출판사들은 어떤 도약을 꿈꾸고 있을지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를 통해 알아본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출판사들은 어떤 철학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출판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책들 중 대표적인 저서 세 권을 뽑아 다시 소개한다. 두 번째 출판사는 서울시 서대문구에 자리한 세창출판사이다. 

전자책·종이책 상호보완 하도록 디지털 결합 시도
도서정가제 더욱 강화해 싸구려 책 횡행을 막아야

“책 만드는 즐거움과 동지애” 32년 동안이나 출판사를 운영해 온 동력에 대해 이방원 세창출판사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책 만드는 즐거움에 대해 “살아있음, 창조의 기쁨이라고 할까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큰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3일 세창출판사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전문 학술출판사로 오랫동안 분투하고 있는 얘기를 들어봤다. 

이방원 세창출판사 대표는 32년간 출판사를 운영해오며 좋은 학술책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그 동력은 책에 대한 사랑과 출판인들과의 협력 혹은 동지애이다. 사진=하영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 대해 이 대표는 “책을 완성해가며 얻는 기쁨, 책을 시장에 내보낼 때의 흥분,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릴 때의 초조함, 좋은 책이라 칭찬받을 때의 성취감, 자존감”이라고 표현했다.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박봉 등 어려운 여건에도 10년씩, 20년, 또 30년 가까이 일을 같이해 온 여러 직원들과의 협력”으로 출판사의 난관을 헤쳐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디지털과 동영상 시대에 세창출판사의 출판 및 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세창출판사는 300종 이상의 전자책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순전히 전자책으로만 출판한 건 10종이 채 안 된다. 이 대표는 “상당수의 학술 출판사들이 전자책 등 새로운 개념의 책들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저의 경험에 의하면 시장이 별개이거나 오히려 상호 보완적인 면이 더 강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종이책에 영상이나 음향 등 여러 가지 디지털 수단의 결합하는 형식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개별 책보다는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

세창출판사는 학술출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인문사회과학에 굉장히 깊이 있는 책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다. 학술출판 관련, 세창출판사만의 마케팅 전략을 물었다. 이 대표는 “인문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지 이제 겨우 10년 정도 되었다”라면서 “요즘에 와서 학계에는 지명도가 조금 생겼으나, 독자들에게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세창출판사는 개별 책보다는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 일환으로 저자 선생님들과 협력해서 지난 수년간 홍대책거리 강연, 서울대 강연, 정독도서관, 남산도서관 등에서의 인문학 강연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하지만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고 비대면으로 조금씩이나마 계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세창출판사는 학술서적의 소량 다품종 출판흐름에 순응해 수명이 긴 총서 또는 시리즈 중심으로 출판하고 있다.

여러 필자들 중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새 독일문학사를 쓴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답했다. 그는 “1년여의 집필기간 중 자료수집과 현대 작가들의 인터뷰 등을 위해 은퇴한 노 교수가 자비로 독일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라며 “방대한 책의 부족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학자들에게 하나씩 작은 항목의 초청집필을 맡긴 점 등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독일에서 아도르노로 학위를 받은 한국인 박사 1호 문병호 전 연세대 인문한국(KH) 교수를 언급했다. 그는 “10여년 전쯤 인문학 책을 내기로 결심하고 아도르노의 저작물시리즈(현재 8권 발행) 출판을 위해 교수님과 제가 번갈아 가며 독일 주어캄프사에 이메일로 수차례씩 번역 계약체결을 요청했다”라며 “한국에서 손꼽히는 출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하다가, 앞으로 그런 출판사가 되기로 약속하며 1년 만에 성사가 되어 문 교수와 자축파티를 한 일이 기억난다”라고 회고했다. 

 

저작권 기간 줄여 사회자산으로 환원해야

올해 뜨거운 감자였던 도서정가제는 출판 관계자들을 애먹였다. 그래서 현재 출판 관련 법이나 제도 중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이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업계에서 정가제 완화 또는 폐지 주장이 있는데 이는 과거 우리가 경험하였지만 무한 할인경쟁과 덤핑으로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책은 도태되고 싸구려 책만 횡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방원 대표는 도서정가제 강화와 저작권 존속기간의 개선을 강조했다. 사진=하영

한편, 이 대표는 “저작권 존속기간의 사후 70년인 건 개선되어야 한다”라며 “사후 70년이면 손자 세대도 넘어가는 기간인데, 창작자도 아닌 불로소득 자손 개인의 이익보호가 지나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기존 50년이던 저작권이 70년으로 늘어난 건 문화수출국 미국이 그 기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저작권 기간을 30년 정도로 줄여 빨리 사회 공동자산으로 환원해야 한다”라며 “국제저작권협약으로 보호되고 있어 우리 힘만으로 고치기가 쉽지 않으나 국제적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학 정보나 자기계발서 혹은 실용서 등이 주목 받고 있다. 인문서나 교양서 등 책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교육과 홍보 그리고 출판사를 비롯한 문화 공급자들의 열린 접근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공급자인 출판사 쪽에서는 전통적 방식에 머물러 수요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시대변화에 따른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인문서나 교양서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라며 말했다. 예를 들어, 세창출판사의 인문교양서 문고판은 휴대폰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 위주 전자책인데 종이책과 비슷한 판매량에 근접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학술출판의 미래가 엿보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다시 주목하는 책책책’   

1.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박찬국 지음, 202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지만, 난해한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여 해독과 접근이 어려운 책이다. 저자의 친절하고 알기 쉬운 해설로 니체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이해하는 데 확실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2. 『과도한 부』(마르틴 쉬르츠 지음, 권오용 옮김, 2021)
21세기 자본주의의 극성기에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자산불평등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자산집중 현상과 과도한 부는 정의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와 현황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책이다. 

 

 

 

 

3.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곽영직 지음, 2021)
‘명저산책’ 86번의 최신작. 『코스모스』는 현재 진행 중인 우주 탐험의 의미를 인류 문명사의 흐름 속에서 찾아보는 책으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코스모스』의 내용을 간결하게 해설하면서도 인류문명 서사의 감동은 그대로 전하고 있다.

 

출판사가 걸어온 길: 올해 32주년을 맞은 세창출판사는... 

세창출판사는 1990년 10월 8일 태어났다. 1998년 1월 12에는 자매출판사인 세창미디어도 생겼다. 그동안 법률·대학교재·학술 관련 수백 종에 이르는 전문서적을 출간했다. 특히 계간학술지 『창작과 권리』를 1995년 창간해 지적재산권 분야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오래보는 책, 멀리보는 책, 함께하는 책”은 세창출판사의 출판철학을 알 수 있는 표현이다. 특히 세창출판사는 명저산책, 역사산책, 사상가산책, 프레미너(Friend+Enemy), 학문의 역사, 아도르노강의, 아랍이슬람, 클래식, 석학 인문학, 동양명저번역 등 10여 가지 시리즈가 특색이다. 
그동안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의 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 등 총 100종 이상 선정되는 저력을 보였다. 2020년 세종도서에도 학술부문 『고대의 풍경과 사유』 등 4권, 교양부문 『해상 실크로드와 동아시아 고대국가』, 『음식과 사회: 사회학적으로 먹기』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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