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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재 한양대 교수] 먼저 ‘닻’ 내리고 편견 갖는 인간 본성…디자인 씽킹으로 극복
[조남재 한양대 교수] 먼저 ‘닻’ 내리고 편견 갖는 인간 본성…디자인 씽킹으로 극복
  • 김재호
  • 승인 2021.10.2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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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비즈니스 디자인 씽킹』(북스타 | 480쪽) 쓴 조남재 한양대 교수

안전함 추구만이 아니라 불완전한 문제 해결하는 본성
공감·관찰하기로 창조적인 디자인 산출물 만들 수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디로 가야 할지 디자인이 없다.” 조남재 한양대 교수(경영학과)는 ‘디자인 씽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비즈니스 디자인 씽킹』을 출간한 조 교수는 우리나라가 1·2·3차 산업혁명에서는 모방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했으나 이젠 다른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는 눈썰미만으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8일 조 교수를 양재역에서 만나 창의와 혁신의 디자인 씽킹에 대해 들어봤다. 

조남재 한양대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정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영정보학회장, 한국데이터전략학회장을 역임했다. 『기술기획과 로드매핑』(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를 썼다. 사진=김재호 

“모든 답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잠정적인 답이다.” 디자인 씽킹의 철학에 대해 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책에서 조 교수는 디자인 사고에 대해 문제와 해결책은 함께 진화하기에 해결할 문제들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으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을 위해선 그 주체인 나 역시 그 상황과 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디자인 씽킹이 강조된 이유는 뭘까? 조 교수는 “2010년 후부터 미국에서 창의적 해법을 찾아내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라며 “디자인 씽킹은 학계가 아니라 산업계에서 필요에 의해 제시됐다”라고 답했다. 왜냐하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주입식 교육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학교는 스탠포드대 디스쿨이다. ‘디’는 디자인을 뜻한다. 여기서 개발한 디자인 씽킹의 5단계 모형은 ‘공감하기-정의하기-아이디어 도출-프로토타입-테스트’이다. 이후 디자인 씽킹은 캐나다 토론토대와 유럽 등에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디자인 씽킹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미국의 교과서를 번역하거나 개념적인 설명들만 나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 교수가 『비즈니스 디자인 씽킹』을 집필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디자인 씽킹을 수업으로 개설한 경우가 있는데 아직 현장에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럽다”라며 “한 학기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 심리학, 사회학, 과학 등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심지어 조 교수와 조 교수 아내가 사귀기 시작하면서 발견한 디자인 씽킹의 사례도 나온다. 눈에 띄는 사례는 한양대 MBA 프로그램 디자인이다. 2015년 조 교수는 외국 학생들을 한국으로 유인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를 강조해 교육 과정 초안을 마련했다. 첫째 미국 대학들과의 교류다. 둘째 한류다. 교육 과정 초안을 가지고 경영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결국 교육 과정 초안은 산산이 무너졌다. 2년 동안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한국에까지 와서 수업을 듣는 이유는 미국 대학들과의 교류나 한류 때문이 아니었다. 한류에 대해선 지금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으나, 그 당시 학생들의 대답은 먼 한국까지 올 정도로 한류를 잘 몰랐다. 또한 미국 대학들과의 교류는 미국 대학이나 유럽 대학이 훨씬 잘 한다는 답변이었다. 이런 충격을 딛고 조 교수가 디자인 씽킹으로 새로 설계한 교육 과정은 한국과 아시아에 특화한 MBA 프로그램이다.   

 

한국적 디자인 씽킹 위해 다방면 공부

책에서 인지효율성과 창조능력을 대비시키는 지점이 흥미롭다. 인간은 안전함을 위해 인지적으로 효율성만 추구할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불안전함을 발견하고 해결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는 경향도 있다. 조 교수는 “인지효율성이 생명으로서 인간의 본성이라면, 창조는 인간만의 고유한 본성”이라며 “다만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상대하는 창조의 본성은 특정한 호의적 상황과 훈련을 통해 발현되는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선도와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 개인으로서 삶의 의미의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안에 내재된 창조의 본성을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책에서 강조했듯 창조본성을 끄집어내기 위해 인문학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인문학을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이다. 조 교수는 “인문학적 상상력은 디자인 씽킹을 위한 구체적이고 창조적인 상상의 기반”이라며 “그러나 무엇보다 창조적 사고의 토대가 되는 것은 공감과 관찰”이라고 말했다. 공감과 관찰은 『비즈니스 디자인 씽킹』 2부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조 교수는 “공감과 관찰을 위한 필수적 요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고 알아내는 능력이며, 인문적 소양은 바로 이런 능력의 뿌리가 된다”라며 “역으로 보면, 디자인 씽킹은 인문적 소양을 창조적 디자인 산출물로 연결시키는 통로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인문적 소양을 창조적 디자인 결과로 잇다 

『비즈니스 디자인 씽킹』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닻 내림 효과’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카너먼 교수가 닻 내림 효과를 정의하고 연구한 학자다. 조 교수는 “카너먼 교수는 이 효과가 모든 인간의 심리적 본성에 내재된 왜곡 현상이어서 자신조차 이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닻 내림 효과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판단을 종결하기 전에 이성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조 교수만의 해법은 뭘까? 그는 “디자인 씽킹 그 자체”라며 “창조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닻 내림 효과는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조 교수는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함, 모든 해법은 과도기적 해법이라는 관점을 수용하는 자세, 그리고 생각을 가시화하여 자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의 대상으로 삼는 열린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이게 바로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이다. 

조 교수는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외부 인터프리터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라며 “실패한 디자인은 성공한 디자인의 밑거름이 되고, 성공한 디자인은 세상을 바꾼다”라고 설명했다. 즉, “인간은 디자인을 만들고 디자인은 인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로써 역사는 진보한다. 조 교수는 “디자인 씽킹은 마치 이 공진화 과정의 축소판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조남재 교수는 한양대 MBA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디자인 씽킹을 적용했다. 사진=김재호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수업이 확산됐다. 이러한 대학의 변화에 ‘디자인 씽킹’을 적용해 더 나은 교수법이나 교육철학을 디자인해볼 수 있을까? 조 교수는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사용자에 의해 소비될 뿐인 산업 제품과 같은 교육에서 사용자의 손에 들어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가 진행되는 디지털 제품과 같은 교육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의 장점을 활용하는 교육 방법에 대한 탐구와 디지털 미디어의 약점을 보완하는 교육방법에 대한 탐구가 모두 필요하다”라며 “이 해법을 찾는 과정도 공감, 관찰, 창조, 진화로 이어지는 디자인 씽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향후 조 교수는 “회복 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장수하는 기업의 비밀을 탐구하는 책을 쓰고 싶다”라고 내비쳤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이웃 일본이나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처럼 장수하면서 존중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국제 경쟁력을 가진 다국적 대기업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다수의 중소, 중견기업을 보유해야 안정적인 경제 및 고용 구조가 확보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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