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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되는 필요, 생성되는 불편
생산되는 필요, 생성되는 불편
  • 오창섭
  • 승인 2021.11.0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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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파노라마⑭
절대적 불편함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대
기업이 생산한 불편함·필요를 사야 하는 소비자의 숙명
최신 스마트폰의 등장을 알리는 광고판  사진=오창섭

스크린을 보며 수업을? 처음에는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수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어느새 온라인 수업은 보편적인 수업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여전히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게 어색한 이들이 있다. 어색함은 수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생들과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런 어색함을 푸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나는 일주일 동안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를 물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한 학생이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매한 일에 대해 말했다. 새 모델이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모양이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모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묻자, 뛰어난 접사기능이 추가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접사기능? 문득 왜 스마트폰의 접사기능이 향상돼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기야 접는 스마트폰도 나왔는데 접사기능쯤이야…. 

2007년 초 아이폰이 등장한 이래 스마트폰은 기존의 휴대전화를 대체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늘여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러한 변화는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아이폰의 국내 판매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된 것은 2009년 말의 일이다. 3년여의 공백은 통신사와 풀어야 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2010년부터 국내외 기업들이 생산한 스마트폰들이 쏟아지면서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여가를 보내는 방식은 물론이고 일하는 방식도 변했다. 이전까지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생활을 도와주던 다양한 사물들은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물리적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미 존재하던 인터넷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비로소 컴퓨터 덩어리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앱은 스마트폰의 핵심이다. 지금도 매 순간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앱들이 등장하면서 삶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영역 중 하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생산된 제품을 팔아야 존립할 수 있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용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함으로써 사용의 편리성과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이고, 그것을 통해 판매를 늘림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접히지 않아서, 혹은 접사기능이 없어서 불편함을 느꼈어야 옳다. 혹은 평소에 그러한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야 옳다. 그런데 소비자로서 내가 그러했는지를 돌아보면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왜 접사기능이 향상돼야 하는지 의문을 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필요한 기능도 아니고, 그 기능이 없어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조만간 내가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내가 그것을 필요로 할 것이고, 그 기능이 없어서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절대적 불편함이라는 게 있다. 이상한 등받이 각도를 지닌 의자가 주는 불편함, 혹은 통화 품질이 떨어져 상대방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전화기가 주는 불편함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것은 그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다. 기술 개발이나 디자인을 통한 불편함의 극복, 이 아름다운 서사에 자리하는 불편함은 그런 절대적인 불편함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모든 불편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용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던 제품이 어느 날 새로운 제품의 등장만으로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상대적인 불편함이다. 상당수의 개인이나 가정이 웬만한 제품들을 갖추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고, 자신이 소유한 제품과 그것을 비교할 때 출현하는 불편함이다. 물론 그 불편함도 엄연한 불편함이다. 따라서 필요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내고 구체적인 소비로 사람들을 이끈다.

지금은 절대적 불편함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그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필요도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업은 신제품을 만들고 팔아야 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부턴가 생산과 소비의 질서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절대적 불편함이 희소한 시대에 기업들은 불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신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이제 기업들은 불편함과 필요를 생산하기 위해 신제품을 생산한다. 소비자들도 절대적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생산한 불편함을 인식하고 난 후에 비로소 필요를 느끼고, 그 부여된 필요에 이끌려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소비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숙명인지 모른다. 
문득 접사기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오창섭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교수

디자인연구자로 한국디자인학회 최우수 논문상(2013)을 수상했으며,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전시 「안녕, 낯선 사람」(2017)와 DDP디자인뮤지엄의 「행복의 기호들」(2020)을 기획했다. 저서로 『내 곁의 키치』,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 『인공낙원을 거닐다』,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 『근대의 역습』, 『우리는 너희가 아니며, 너희는 우리가 아니다』 등이 있다. 현재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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