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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권 지폐에 담긴 산수화…풍수로 살피다
천원 권 지폐에 담긴 산수화…풍수로 살피다
  • 김재호
  • 승인 2021.11.0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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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권력과 풍수』 | 김두규 지음 | 홀리데이북스 | 268쪽

산수화 보며 느끼는 감응은 풍수의 동기감응론과 같아
주산은 높고 물은 넉넉히 흐르며 힘차게 흘러야 한다

김두규 저자는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다. 그는 독일 뮌스터대에서 독문학·사회학·중국학을 전공했다. 독일어와 독일문학을 공부했던 저자는 30여 년 전부터 한국의 풍수지리, 국운과 풍수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해 민족문화학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교수는 <조선일보> 10년 넘게 ‘김두규의 국운풍수’ 칼럼을 연재하고 있을 정도다. 김 교수는 “어려운 시절일수록 풍수의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권력과 풍수』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두 가지다. 첫째, 일본인 학자 무라야마 지쥰(1891∼1968)에 대한 재평가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풍수를 정확하게 파악해 『조선의 풍수』로 펴냈다. 하지만 일본총독부의 촉탁으로 이뤄진 업적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둘째, 풍수를 미신으로 오인하는 편견 극복이다. 풍수는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영향을 끼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다. 

풍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양택 풍수다. 김 교수는 양택 풍수를 “태어난 생가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 그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했다. 둘째 음택 풍수다. 김 교수는 음택 풍수를 “조상의 무덤이 후손에게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시중의 풍수 술사들은 풍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땅에 살아야 좋은 일이 온다는 게 풍수는 아니다. 김 교수는 풍수의 ‘동기감응론’을 설명한다. 같은 기운이 함께 감응한다는 의미에서 땅과 인간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책에선 그 예로 중국 주석인 시진핑 얘기가 나온다.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진핑은 국가 정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골로 내려가 방황했다. 같이 내려갔던 14명의 부유한 소년들은 편법으로 황토를 떠났다. 하지만 시진핑은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황토 사람들과 함께 생존을 위한 노동을 하며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오지 마을 황토(黃土) 량자허에서 7년 동안 밑바닥과 하나가 된다.  

황토가 있는 곳은 물이 부족하고 바람이 거세 나무가 자라기도 힘들다. 샘과 방죽을 팠던 15세 시진핑은 사람들과 단결하는 법을 배웠다. 김 교수는 시진핑이 황토에서 배운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드센 바람(風)을 잠재워 갈무리(藏)하고 부족한 물(水)을 얻는(得) ‘장풍득수’, 즉 풍수 행위가 무엇인지를 체화한다. 풍수지리가 말하는 동기감응의 핵심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시진핑 주석은 부친 묘소를 베이징에서 시안으로 이장했다. 풍수의 전통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부친 묘소를 이장한 이유

『권력과 풍수』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2장 풍수 인문학, 2절 ‘조선의 산수화와 풍수’다. 천원 권 지폐 뒷면에는 겸재 정선(1676∼1759)의 「계상정거도」가 실려 있다. ‘계상정거도’란 “시냇가 위에 조용히 살고 있는 그림”을 뜻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산수화와 풍수의 목적은 같다. 김 교수는 종병(宗炳. 375∼443)의 ‘와유론’으로 설명한다. “잘 그려진 산수화를 보면 눈이 감응하고 마음 역시 통하여 산수의 정신과 감응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 지점은 풍수의 핵심이론인 동기감응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김 교수는 11세기 산수화가 곽희의 『임천고지』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좋은 땅에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 산수화는 그 대체품으로 기능한다.” “주산은 높아야 하고 물은 넉넉하면서 힘차게 흘러가야 함이 그 핵심이다.” 

한편, 이 책은 우리나라 왕과 대통령들의 풍수에 대한 관심과 명운을 저자의 경험과 식견으로 녹여냈다. 이후 일어난 일들과 자잘한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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