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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폭스콘의 진실을 정확히 파악했을까
스티브 잡스는 폭스콘의 진실을 정확히 파악했을까
  • 유무수
  • 승인 2021.11.0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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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아이폰을 위해 죽다』 재니 챈 외 2인 지음 | 정규식 외 3인 옮김 | 나름북스 | 410쪽

관리자가 '좋습니까?'라고 물으면
'아주 좋습니다!'라는 합창으로만 대답하라?

폭스콘(Foxconn)의 자살사건들을 주목한 세 연구자가 중국 각지의 폭스콘 공장에 잠입하여 노동실태를 파헤쳤다. ‘순박했던 어머니가 부조리한 사회를 개혁하는 운동가로 변해가는 과정을 장중하게 그려낸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와 ‘공장에서 나사 돌리는 일을 기계처럼 반복하다가 강박신경증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담아낸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오버랩된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을 발표할 때 소비자는 환호했다. 그때마다 애플 제품의 주공급업체인 폭스콘의 노동자들은 초과근무로 과로했다. 폭스콘 CEO 궈타이밍은 굉장한 능력자다.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궈타이밍은 23세에 사업을 시작했으며, 폭스콘은 중국 선전에서 150명의 농민 출신 노동자로 시작했다. 1996년 말에는 전 세계에서 9천 명의 임직원을 고용한 기업이 됐고, 2003년에는 10만 명, 2012년에는 130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고, 2018년에는 하청과 용역 노동을 확대하면서 총 인력은 86만 3,000명이다. 

징기즈칸의 염주를 차고 “결단력 있고 의로운 독재자”라고 자칭하는 궈타이밍은 인간을 동물에 빗대며 100만 마리의 동물을 관리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자살의 악령을 물리친다며 승려를 불렀다. 폭스콘의 홍보담당 이사는 중국 전체의 자살률을 들먹이며 자살 원인은 다양하다고 변명했다. 회사는 전 직원에게 “폭스콘이 책임질 수 없는 부상이나 사망이 발생할 경우, 본인은 회사의 규정 및 법적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자살 금지 서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강제로 서명해야 하는 자살 금지 서약서

‘애정으로 뭉친 따뜻한 가족’이라는 기업홍보 이미지는 허풍이다. 관리자는 높은 생산성을 늘 독촉하고, 야근과 추가근무 강요는 다반사이다. 8~24명이 한 방에서 2층 침대를 쓰는 기숙사의 룸메이트는 출신지역과 업무부서가 모두 다른 농민공들로 구성되어 교제가 어렵다. 기업유치 경쟁을 벌이는 지방정부는 직업학교를 폭스콘과 연결, 학생인턴을 공급하고 이들은 저비용 대체인력으로 활용된다. 교대근무를 알릴 때 관리자는 “좋습니까?”라고 묻고 노동자들은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아주 아주 좋습니다!”라고 합창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10분 이상 지체하면 구두 경고, 근무시간에 잡담하면 서면 경고를 받고, 궈타이밍 어록을 암기하고 외치거나 큰 소리로 자아비판을 하는 벌칙도 받는다. 웃음은 금지사항이다. 벌점은 성과급과 승진에 직결된다. 

아이패드 작업장에는 알루미늄 분진이 심각하지만 환기시스템 점검은 바르게 되지 않았고 노동자는 호흡불편을 감수했다. 쌓여있던 알루미늄 분진이 치명적인 폭발을 일으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검열에 막혀 이 소식은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다. 2010년 아이폰 가치분배에서, 중국 노동자 인건비는 1.8%였고 애플은 58.5%를 챙겼다. 스티브 잡스는 “공장인데도, 맙소사, 그곳에는 식당, 극장, 병원, 수영장까지 있어요. 공장으로는 꽤 괜찮은 곳이죠”라고 폭스콘 시설을 칭찬했다. 반면 일터 현장의 노동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는 저항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그 에너지는 노동과 환경에서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 진실의 외침을 탄압하지 않는 정부를 요청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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