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4:35 (수)
폭력·법·국가
폭력·법·국가
  • 이지원
  • 승인 2021.11.04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호 지음 | 한국문화사 | 1046쪽

이 책은 저자가 평생 학문적 화두로 삼아온 세 가지 주제 '폭력, 법, 국가'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3부, 24개의 장으로 묶은 것이다. 핵심 주제어에 대한 각 장의 논리적 정합성은 없으므로 개별 주제로 각 장을 읽어도 무방하다. 이 책에서 펼친 담론의 진액(엑기스)을 대강 소묘하면 다음과 같다.

폭력 현상은 다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폭력의 정의도 여러 가지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 다면적인 성격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폭력의 다면성을 인식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폭력을 범죄적 폭력, 국가적 폭력, 구조적 폭력의 세 가지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권력의 오만과 폭력이 공존하는 이 상황에서 저자는 권력과 폭력에 대한 논의를 계기로 많은 법철학적 사고의 교착을 밝히고자 하였다. 폭력에 대한 몰이해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끝없는 싸움을 선언한 헤게모니 국가가 존재하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은 시민사회와 주권국가에서 폭력의 통제논리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도 제시하였다.

나는 이 책에서 수많은 논쟁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유의 성과는 법과 권리와 정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탐색한 결과이다. 인간은 윤리적 존재다. 권력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집단이 함께 유지되는 한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서 그리고 타인의 의지에 반하는 경우에도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서 권력은 폭력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나는 법의 본질에 해당하는 정의의 문제는 문학적이지도 않고, 사실 법학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시학과 미학 그리고 법철학에 있어서 법의 본질이 문학과 어떻게 비교 가능한지를 검토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당초부터 법치국가 사상의 형성과정에 관한 문제에 한정하여 그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았다. 또한 주권국가에 있어서 법이 아닌 질서의 형성은 안전을 위협하는 예외상태에 즈음하여 그 국가를 평가할 수 있다. 우리의 이웃 일본이 예외상태라는 새로운 질서를 임의로 설정하여 과거 군국주의 망령이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필요성을 논의하였다.

이 책은 또한 로크(Locke)의 자연법론을 고찰하였다. 로크는 자연법의 존재 증명을 경험론적인 인식론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자연상태란 마음에 각인된 양심이라든가 생득 관념으로서의 신(神)의 관념으로부터 자연법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자연법이 지배하는 자연상태에는 ‘불편함’이 있으며 이를 제외하기 위해 동의에 의한 시민적 통치가 필요하다. 즉, 신이 내린 자연법에서 벗어나야 함을 논의하였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헌법상 영토에 관한 논의와는 완전히 다른 논의를 시도하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영토론은 아주 위험한 정치적 논의이다. 영토론은 이전에는 사람을 공간에 묶어두고 외지인을 배제하는 것을 의도했던 것이다. 국경이 편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상에서 영토론은 국제법이 만든 새로운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일정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사법적인 물권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에서 배타적인 것이 아닌 이상, 헌법에 영토 조항을 뺐다고 해도 헌법으로서는 문제가 없다. 일본의 신구 각 헌법에서 영토규정의 부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일본에서 논의되고 있는 헌법 개정안에는 영토조항을 수정하자 혹은 삽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사회학에서 권력현상을 파악하는 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많은 시도가 권력의 개념화 차원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개념의 올바른 사용법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종식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권력개념은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으로 계속 되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하나의 큰 이유는 개인적 속성과 여러 개인의 집적으로부터 처음으로 생기는 집합적 속성이 권력현상의 개념화의 과정에서 분리되지 않고 혼동되어, 각 권력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현상을 권력현상으로 인식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력현상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결정을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권력의 설명으로는 아직 미흡하지만 일단 이 책에서는 권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다원주의 입장에서 권력이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느냐에 관심을 갖고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로 하였다.

또한 이 책에서는 여러 국가론을 비교하면서, 역사적 흐름의 분기점에 서 있는 국가론에 대한 사고의 전회(轉回)를 분명히 하고자 하였다. 서구의 정치사상사로부터 보면, 국가란 정치체제에서 표상되는 인적 결합체로 환상이나 허구라기보다 존재론적으로는 영역화된 실재적 총체를 표상(表象)하기 위한 말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사회적 실재는 관계에 있어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가라는 말은 영역 규모의 여러 관계를 총칭하기 위한 징표에 지나지 않게 된다. 국가의 존재란 바로 이 사회구성체의 존재론적 표현이며, 관계론적 실체개념이다. 그렇다면, 국가란 존재론에서 보면, 정치권력과 사회경제권력에 의해 조성된 영역 규모의 실체로서 제 형태를 사상한 추상개념이고 영역 내 제 권력관계의 일반적 표징인 것이다. 제도론에서 보면 국가라는 존재는 통치기구와 사회조직이 유기적으로 접합함으로써 성립될 수 있는 복합적 총체에 다름 아니다.

국가라는 말이 정치(학)의 가장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이면서도 다의성을 면치 못한다. 이것은 국가란 공간적으로 구분됨으로써 경계화된 정치적 공동체의 일반적 표징이라고는 하지만, 그 형태가 시공간을 달리 다형화하고 있다는 맥락 제약성에서 비롯된다. 그런 만큼 경험주의적 시각으로부터 혹은 기능주의적, 조작주의적 패러다임으로부터 국가라는 말을 정치학의 용어로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함의가 시공간의 제약에 복종하고 있다고 해도, 영역 내의 사회경제 조직을 혹은 이 조직과 통치기구와의 연관을 묻고, 이것에 접근하려고 하면 국가를 피설명항으로 하여 분석대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와 국가의 관계는 중요하다. 근원적이고 다원적인 민주주의를 정치적인 것에 의거하여 갈등과 적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민주주의 국가의 방향을 검토한다. 시민권과 민족주의의 주권이념에 기반을 둔 국민국가는 시민권은 민족주의와 어떠한 내재적인 친화성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의 목적은 국민국가를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의 정치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 국가체제(States system)와 국민국가(Nation State)의 의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양자의 상호보강 관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이 책에서 한쪽 구석에 모인 관심의 배경에 있는 문제는 전통 법학의 관심과는 다르다. 특히 필자가 법학연구의 과정에서 품게 된 의문은 국내적 요인 보다는 국제적 요인에 권력의 기반과 정당성을 의존하는 국가의 한 측면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석틀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과제였다. 이 과제에 대해 이 책에서는 국제관계와 관련하여 국가를 고찰한 역사사회학의 국가론의 검토를 통해 고찰하였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담론을 보충하는 형태로 역사사회학에 의한 국가론의 재론과 여기에서 국제적 관점의 중요성을 충분히 평가하면서 아울러 그것의 한계를 제시함으로써 지금의 법학계에서는 빈약한 국가론 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자유와 평등은 상쇄(trade-off)의 관계이다. 너무 자주 자유를 중시하면 개인 간의 차이가 커지고 이윽고 격차가 되어 불평등이 된다. 한편, 평등을 중시하면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남녀 간 차별, 세대 간 격차, 교육제도, 의료제도, 복지제도 등의 모든 사회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취해야 하는지, 이러한 물음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사회규범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사회규범의 방향성 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정의(正義)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와 이 책에서 다루는 정의와의 차이를 정리하였다. 1989년 동유럽에서 촉발된 사회주의 공산체제의 붕괴는 2년 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하여 바야흐로 냉전은 종식되었고 국제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탈냉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안보환경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나타난 안보환경의 특징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새로운 국가안보 환경의 특징은 초국가적 상호의존이지만, 그 상호의존에서 미국은 초월적으로 존재한다. 이와 같은 단극적 힘의 우위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미국은 비대칭 위협에 더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탈냉전기 및 9/11 테러사건 이후 제기되는 비대칭적이고 비전통적인 새로운 안보위협과 분쟁양상은 그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남북이 분단된 우리나라의 경우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 책에서는 먼저 비대칭 위협이 국가를 둘러싸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오늘날의 위협요소로서 비국가와 국가를 논의하며, 비대칭 위협에 대한 향후의 대응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거 군사, 경제, 문화로 융성했던 나라들의 상당수가 쇠퇴하다가 종국에 멸망해 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멸망의 전단계인 실패한 국가는 붕괴국가, 해체국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근래에는 국가 간 전쟁의 빈도는 낮아지고, 비국가 주체에 의한 폭력행사와 국내의 분쟁이 사람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종국에는 생명을 앗아간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이 책은 우리시대의 국가체제의 붕괴와 실패를 분석하였다. 이 책은 왜 국가가 허약해지고 그 결과 실패 또는 붕괴에 이르게 되는지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였으며, 국가가 허약해지는 본질적인 상태를 분석하였다. 또한 어떤 이유 때문에 국가가 파멸에 이르지 않으면서도 위험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처해 있으며, 취약한 상태로 그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지 보다 더 분명하고 명백한 다른 이유들을 제시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