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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중인 민교협2.0 “지식인 운동에서 교수·연구자 운동으로”
세대교체 중인 민교협2.0 “지식인 운동에서 교수·연구자 운동으로”
  • 김봉억
  • 승인 2021.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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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남기정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상임의장

“어떤 사명감이나 엘리트 관점으로 사회에 공헌한다기 보다는 
교수·연구자라는 이름의 노동자로서 ‘자기 존재’를 인식하고 
스스로의 연구 결과로 발언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운동을 지향한다.”


1987년 발족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33년이 지난 2019년 6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민교협 2.0을 선언했다. 올해 6월에는 민교협 2.0을 반영한 35기 민교협 상임집행위원회가 꾸려졌다. 민교협은 ‘세대교체’ 중이다. 

남기정 민교협 상임의장. 서울대를 나와 도쿄대에서 박사를 했다.
일본 도호쿠대 교수를 지냈고, 국민대 부교수로 있다가
2009년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HK교수로 있다.

한일관계와 일본정치외교 전문가인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HK교수(57세·사진)가 35기 민교협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35기 민교협 상임집행위원회에는 비정규직 교수와 전문대 교수, 40대 여성 연구자가 참여해, 그동안 대학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던 연구자의 목소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5명의 공동의장 가운데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선임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직강화·연구자 차별철폐·대학개혁’ 3개의 특별위원회는 35기 민교협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민교협 2.0은 무엇인가. 33년 만에 바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민주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대학 내외의 다양한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불평등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대학사회에서도 핵심 개혁과제가 됐다. 

지난달 1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남기정 상임의장은 “민교협 2.0은 지식인 운동에서 교수·연구자운동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명망이나 식견, 지혜를 갖고 어떤 사명감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라기 보다는 지식 노동을 하는 ‘연구 노동자’라는 자각을 기반으로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지식인 운동은 엘리트 관점에서 민중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측면이 있었다면, 교수·연구자 운동은 내가 교수이고, 연구자라는 이름의 노동자로서 마땅히 나의 연구 결과로 사회의 생산과 발전에 기여하는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민교협 2.0 선언에서 무너져가는 대학과 연구공동체의 재건이 시급하다고 했다. 사학재단의 횡포와 비리는 여전하고, 교수사회의 부패와 부후도 심각하다. 대학은 계급차별과 불평등 생산의 전초기지가 됐다고 진단한다. 대학 내부의 문제도 심각해 대학만큼 임금과 지위 차별이 심한 곳은 없다. 교수·연구자 사회의 각자도생과 파편화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민교협은 자신부터 먼저 바뀌고 대학과 학술장에서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활동 방향을 정했다. 

민교협 2.0 선언은 대학과 학술장 내부의 비민주성과 불평등의 문제가 한국사회 전체의 그것과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학의 차별 철폐와 진보적인 대안을 마련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민교협 2.0은 세대와 젠더, 전공 사이의 차이를 넘어 회원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특히 교수·연구자 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자들, 특히 신진, 지역, 여성 연구자, 독립연구자 등이 민교협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했다. 

“대학 사회 안에서도 신분 차이가 커져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어려워졌어요. 정치적 입장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젠더, 소수자 문제 등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면서 적응하지 못한 신구 세대의 갈등도 있고, 여기에 더해 ‘신분의 미세한 분화’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남 상임의장의 문제의식에는 대학 내 ‘기득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날카롭다. “대학 내의 문제를 공유하지 못하는 대학 내 기득권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학 내에 ‘기득권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민교협 2.0이 나왔습니다.” 대학 내의 ‘기득권자’는 전임교수를 말한다. 

남 상임의장이 대학 내 신분 차별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것은 자신의 경험도 한몫을 했다. “제가 일반 정규직 교수로 그대로 있었으면 과거 민교협의 생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겠지만, 제가 HK교수를 하면서 (대학의 현실을) 새로 알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조건에 맞는 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서울대를 나와 도쿄대에서 박사를 했다. 일본 도호쿠대 교수를 지냈고, 국민대 부교수로 있다가 2009년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HK교수로 지내고 있다. “(대학의 현실을 보면) 학과에서는 더 이상 학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원이 감소하는 마당에 학과·학부 통폐합 등으로 교수 자리도 줄고 있어서 학문을 계속 하겠다는 사람이 있더라도 교수가 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자를 받아주고 연구를 계속 할수 있게 해서 지속적으로 연구자를 키우는 방법은 ‘연구소’ 아니냐.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 안에 있는 연구소(인문한국 연구소)를 만들어 간다는 취지에 공감해 서울대 일본연구소로 옮겨 왔어요. 그런데 대학 안에서 새로운 제도가 자리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된 겁니다.” 미세한 신분의 차이가 큰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민교협은 정규직 교수를 대상으로 ‘자발적 임금 삭감’도 추진해 왔다. 남 상임의장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특권이라고 할까요. 전임교수들이 특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함께 인식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과 계속 논의하고 제안하는 것이 민교협의 또 다른 역할인 것 같습니다.”

남 상임의장은 한일관계 전문가답게 ‘연구자’라는 정체성이 뚜렷했다. 공부하고 글쓰는 것이 연구자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느낀 것인데, 대면으로 만나서 고민을 나누는 공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어요. 아무리 플랫폼 연구자처럼 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지금, 지배적인 현상이 ‘무기력’인데, 나 혼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하는 걸 확인할 때 변화가 일어나겠죠. 역시 연구자는 글로 표현하는 거니까. 이것을 공유하는 공간도 민교협이 만들어 내야죠.”

민교협은 올해 35살이 됐다. 가장 오래된 교수·연구자단체다. 그 민교협이 세대교체 중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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