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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신분 불안정하게 만드는 ‘블랙대학’
교원 신분 불안정하게 만드는 ‘블랙대학’
  • 홍성학
  • 승인 2021.11.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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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을 보고 ①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차별철폐특별위원장

재임용기대권 있는 전임교원...심의절차 없이 당연 퇴직은 위법
2018년 헌법재판소도 비정년트랙 확대로 '신분 불안' 확산 지적


곤노 하루키는 『블랙기업』이라는 저서에서 블랙기업을 ‘법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한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 곧 노동착취가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즉, 블랙기업을 오직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해 노동착취를 조직적으로 행하는 기업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기업 중에 블랙기업이 있다면 대학에는 ‘블랙대학’이 있다. 블랙대학이란 법률을 악용하거나  위반하며 교·직원의 노동조건을 조직적으로 악화시키는 대학이다. 대표적으로 ‘비정년트랙(계열) 전임교원’이라는 법률상 적합하지 않은 명칭으로 저임금·단기계약으로 전임교원을 임용해 악용하거나 법률을 위반하며 교원의 신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학을 들 수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은 원천적으로 정년에 이를 수 없는 전임교원 계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3년 연세대에서 도입한 이후 여러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임용하기 시작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 퇴직되는 전임교원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실제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초기에 많은 대학에서 당연 퇴직된 사례들이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관련 심사청구 건수가 늘어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임교원에게는 재임용기대권이 있어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재임용심의 절차없이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법원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2012년 4월 12일에는 경북 A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부당함을 제기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1두22686)이 있었다. 전임교원은 적법한 재임용심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받을 권리가 있고, 반복적인 재임용과 재계약에 의해 정년까지도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란 명칭은 법률상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법률상 적합하지 않은 ‘비정년트랙’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비슷한 표현으로 ‘비정년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비정년 전임교원’은 아직 정년에 이르지 못한 교원을 뜻하는 것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는 의미가 다르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2(대학교원 계약제 임용 등)에 의하면 완전하게 정년을 보장받는 것은 교수(‘정교수’라고 부름)가 됐을 때이고, 부교수는 정년을 보장 받을 수도 있으며, 조교수 직급에서는 계약으로 정하는 기간으로 임용하도록 해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 

재임용제도에서 전임교원은 정년을 보장 받기 전까지는 임용기간 만료가 도래하는 시점에 적법한 재임용심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반복된다. 만약 적법한 재임용심의 절차에 의해 재임용거부처분을 받게 되면 정년까지 이를 수 없다. 따라서 처음 임용당시에 정년보장 여부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전임교원을 나누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수많은 대학현장에서 전임교원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과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나누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임용하고 있다.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B대학은 2021년 1월에 정년트랙 전임교원 6명,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62명을 특별채용한다는 공고를, 강원도 원주에 있는 C대학은 2021년 9월에 정년트랙 전임교원 4명,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18명을 초빙한다는 공고를 신문에 냈다. 

지난 10월 윤영덕 의원실이 교육부로 받은 자료(이하 ‘윤영덕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사립 일반대학의 경우 157개 대학(2020년 기준) 중 88개 대학(56.1%)이 자료를 제출했고, 자료를 제출한 대학 중에서 9개 대학(10.2%)만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없었다. 사립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127개 대학(2020년 기준) 중 94개 대학(74%)가 자료를 제출했고, 이 중에서 23개 대학(24.5%)만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없었다. 앞에서 사례로 제시한 청주와 원주의 A, B 두 대학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대학들 중에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많이 임용돼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윤영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사립 일반대학의 경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평균 25% 이상인 대학이 40개 대학(45.5%)이고, 매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더 많은 대학도 있었다. 사립 전문대학의 경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평균 25% 이상인 대학이 25개 대학(26.6%)으로, 사립 일반대학보다 비율이 낮았지만 45% 이상인 대학은 6개 대학(6.4%)으로 사립 일반대학의 2개 대학(2.23%)보다 높았다.

비정년트랙 확대…저임금·신분불안 확산

전체 전임교원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신규임용 현황이다. 자료를 제출한 사립 일반대학의 51개 대학(58%)이 정년트랙 전임교원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더 많이 임용했다.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만으로 100% 임용한 대학을 비롯해서 특정 연도에 75% 이상 임용한 대학이 28개 대학이나 된다. 5년간 정년트랙 전임교원 55명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156명을, 정년트랙 전임교원 9명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49명을 임용한 대학도 있다. 

사립 전문대학의 경우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정년트랙 전임교원보다 더 많이 임용한 대학은 42개(44.7%)로 사립 일반대학보다 적었지만, 5년간 전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만으로 임용한 대학은 9개 대학으로 사립 일반대학보다 많았다. 그리고 특정 연도에 75% 이상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임용한 대학이 23개 대학이나 된다. 5년간 정년트랙 전임교원 9명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65명을, 정년트랙 전임교원 18명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93명을 임용한 대학도 있다.

국립대의 경우는 사립대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있는 대학이 많지 않고 평균 연봉도 다소 높은 편이지만 국립대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성을 갖게 한다. 자료를 제출한 국립대 27개 대학 중 3개 대학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있고, 이 중에서 E대학은 5년간 평균 38%를 차지하고 있다. 또 F대학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총 2회까지 재계약 가능하다고 해 전임교원의 재임용기대권을 침해하는 위법을 행하고 있다. 동일직명 1회에 한해 재계약하도록 하여 재계약 후 승진하지 못하면 재계약기간 만료시점에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직급정년제를 도입해 역시 재임용기대권을 침해하는 대학도 있다. 재임용기대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위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도 대학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당시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확대로 인해 대학교원의 저임금과 신분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차별철폐특별위원회 위원장
충북보건과학대 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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