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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 메타버스, 어떤 세계여야 할까
북성로 메타버스, 어떤 세계여야 할까
  • 양진오
  • 승인 2021.11.1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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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의 거리의 대학 22

“어른들이 메타버스에 등장해 공부하자고 하면 학생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 있겠다싶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다. 북성로 원도심을 메타버스에서 구성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 식당, 백화점, 극장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북성로도 그랬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도 사람들은 이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일상을 만들어 가는 듯했다. 지난 10월 중순에 백화점을 들를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들이 출입구부터 백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점 식당은 빈자리가 없었다. 적어도 그날 나는 지역소멸이란 걱정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건 착시 현상이다. 그날따라 백화점에 사람이 많은 거다. 그날 백화점에 사람이 많았다고 하여 지역소멸 현상이 그친 건 아니다. 지역소멸은 현재 진행형 사건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착시는 금물이다. 

서울시가 글로벌 창업생태계 순위에서 역대 최고인 16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글로벌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미국의 ‘스타트업 지놈’이 지난 9월 22일 세계 280개 도시 중 서울시가 16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는 20위였는데 4단계 상승하면서 싱가포르와 베를린을 제쳤다고 한다. ‘스타트업 지놈’은 서울의 강점으로 우수한 인재와 높은 투자금액을 꼽았다. 쉽게 말하자면, 서울에 사람과 돈이 몰려 있다는 말이겠다. 이를 두고 서울의 매력이라고 해도 되겠다. ‘인 서울 인 서울’ 하는 이유가 이런 건가 싶다.

‘지역의 매력’ 높이는 재밌는 문화생태계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서울의 매력이 아니다. 서울의 매력은 서울의 매력이고 내가 더 말하고 싶은 주제는 지역의 매력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니, 지역소멸이니 이게 마치 시대의 대세 같다 하더라도 서울의 매력과는 구분되는 지역의 매력을 만드는 과제가 긴요해 보인다. 먼저 지역도 몸집을 키울 수 있겠다. 자치단체-지역대학-지역기업이 지역의 몸집을 키워 수도권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자체와 지역대학, 지역기업이 협력하여 지역 핵심 분야를 선정해 지역 인재를 양성 공급하는 사업인 지역혁신플랫폼(RIS) 사업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거시적 차원의 프로젝트만 필요한 게 아니다. 지역의 매력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미시적 차원의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싶다. 북성로대학이 위치한 골목은 본래는 수제화 골목이다. 수제화 장인과 가게가 이 골목을 차지한 지 오래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수제화 가게를 비집고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 디자인숍, 가죽 공구 가게들이 서서히 입점하기 시작했다. 카페만 하더라도 그렇다. 수제화 골목에 입점한 카페들은 그 분위기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다르다. 그 분위기가 대단히 뉴트로하다. 레트로가 아니라 뉴트로하다.

최근 대구 북성로에는 이런 복고풍 분위기의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지역 청년들에게 이런 카페는 놀이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 촬영 2021년 1월 20일. 사진=양진오
최근 대구 북성로에는 이런 복고풍 분위기의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지역 청년들에게 이런 카페는 놀이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 촬영 2021년 1월 20일. 사진=양진오

나 같은 기성세대는 북성로 카페들을 과거를 회상한다는 의미에서 복고풍의 레트로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의 MZ세대들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 북성로 카페에 오는 게 아니다. 그들은 놀이를 위해서 복고풍 카페에 오는 거다. 커피의 진수를 체험하기 위해? 그렇지는 않을 거다. 주로 하는 놀이는 사진 찍기다. 셀카도 아니다. 하나같이 배우가 된 모습이다. 혼자 오지 않는다. 최소 둘이 온다. 그리고 서로 서로 찍어준다. 의상도 제법 뉴트로하다. 사진은 혼자만 보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그들은 카페의 분위기와 장소성을 즐기며 새로운 문화 지형도를 만든다. 이러한 카페들이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문화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야겠다.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시적 차원의 정책, 참 중요하다. 공유대학 정책, 꼭 성공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은 지역대로 지역 청년들이 즐기고 참여할 문화생태계가 생성되어 있어야 한다. ‘지역, 심심하다’가 아니라 ‘재미있다’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즐겁게 변모하기를 기대한다.

메타버스는 본래 놀이 플랫폼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뭘까? 북성로의 뉴트로한 매력을 메타버스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다. 요즘 지역대학마다 메타버스가 마치 지역대학의 위기를 구할 구세주처럼 각광받고 있다. 대학마다 메타버스 교수법이 소개되고 있다. 줌의 대안으로 메타버스를 말하는 교수들도 있다. 심지어는 메타버스를 코로나19가 초래한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활용하자는 제안도 교수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더 적극적인 대학은 메타버스에서 입학식을 진행하거나 정규강좌를 운영한다. 메타버스를 교육플랫폼으로 활용, 메타버시티 구축에 나선 대학도 있다.

대구대 화학교육과 학과홍보 프로그램 포스터다. 대구대 화학교육과는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들어 학과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교수들이 교수법의 논리로, 학교 홍보의 이유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아니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본래 교육 플랫폼이 아니다. 놀이 플랫폼이다. 그런 까닭에 교수들이 메타버스에 개입할수록 학생들은 놀이를 멈춘 순한 양이 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교수에 의해 학생이 메타버스로 호출되는 순간, 학생은 놀이를 포기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놀이는 그들 세대의 자기 표현법이자 소통 방식이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원래 그랬듯 그들의 놀이가 허용되는 세계로 남아주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이 메타버스에 등장해 우리 공부하자고 하면 학생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 있겠다 싶다. 충분히 공감되는 학생들의 마음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다. 북성로 원도심을 메타버스에서 구성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다. 청년들의 참여와 놀이가 멈춘 메타버스 세계는 죽은 세계다. 굳이 시간을 들여 죽은 세계를 만들 이유는 없다. 다시 한 번, 지역의 매력을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청년들에게 지역의 매력은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자기 일상을 배려하는 문화적 가능성이 허용되는 것을 뜻한다. 북성로 메타버스도 그런 지역의 매력을 반영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북성로 메타버스는 지역의 매력을 재미있게 즐기는 놀이의 세계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할 일이 많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과
한국 현대문학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 원도심에 인문학 기반 커뮤니티 공간 ‘북성로 대학’을 만들어 스토리텔링 창작, 인문학 강연 및 답사, 청년 창업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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