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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용어 영문 표기 규정 및 방안
공공용어 영문 표기 규정 및 방안
  • 김재호
  • 승인 2021.11.1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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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된 지침에 따라 공공용어의 영문 표기를 집대성한 지침서.
『공공용어 영문 표기 규정 및 방안』 | 양병선 지음 | 한국문화사 | 528쪽

대학을 입학한 후 군 복무기간을 제외하고는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생활하였다. 학부 4년을 시작으로, 조교와 대학원, 해외 유학 생활 8년, 그리고 귀국하여 전주대학교에서 강의한 지 27년째이다. 지난 40여 년의 대학 생활을 회고해 보면 학문 분야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의 중심은 문학, 사학,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을 탐구하는 문과대학과 물리, 수학, 화학 등으로 대표되는 자연과학을 탐구하는 이과대학을 합한 문리과대학이었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대학에는 문과대학과 이과대학이 대학의 주류였으며 핵심이었다. 특히 국문학과와 영문학과, 철학과가 없는 종합대학은 거의 없었다. 기초학문을 다루는 단과대학과 더불어 경상대학과 법과대학이 종합대학의 골격을 이루었다. 70년대 중반부터 학문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의과대학과 사범대학, 사회과학대학, 공과대학, 외국어대학 등이 대학의 한 학문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대학의 본질은 문학과 사학,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대학의 핵심을 차지하였다. 따라서 대학생 대부분은 로버트 프로스트로부터 W. B. 예이츠와 T. S. 엘리엇의 시와 제인 오스틴, 헤밍웨이, 조지 오웰, 존 스타인벡, 도스토옙스키, 카뮈의 소설은 물론이고 관념주의 철학자 헤겔과 칸트,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한 니체, 실존주의 철학가 하이데거 등의 철학과 사상에 심취하곤 했다. 실용 학문이나 응용학문은 대학의 본류에서 벗어난 것으로 취급되었다. 영어영문학과의 교과목은 영문학과 영어학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세계화의 물결과 미국의 실용주의 학문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실용 학문이 대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에 맞춰서 영어영문학과의 교과과정도 외국인 영어 회화나 영작문, 실용영어와 취업 영어, TOEIC, TOEFL이 전공 교과목의 주류가 되었다.

실용 중심의 학문으로 급격히 재편, 영어영문학과도 마찬가지

2000년대에 들어서 전면 학부제의 도입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과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이 부여되면서 취업이 대학교육의 목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대학은 급격히 실용 중심의 학문으로 재편되었다. 따라서 영어영문학과의 교과과정은 이론 혹은 순수학문보다는 취업 및 실용 학문으로 급속히 대체되었다. 또한, 학과와 단과대의 학문 분야를 뛰어넘는 융합학문의 요구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융합학문 및 교과목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인문학 중심의 문학, 사학, 철학 관련 학과는 폐과되거나 실용 학문 중심의 학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project 중심의 capstone design을 병행하는 교과목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대학의 학문변화에 따라 필자는 1990년대부터 국어의 라틴 로마자 표기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 인명 로마자 표기, 도로표지판의 영문 표기, 도로명의 영문 표기, 관광표지판 및 문화재명의 영문 표기, 영문 홈페이지와 관광 안내 책자의 영문 표기, 영어 교과서의 한국문화 관련 영문 표기, 음식명 등의 영문 표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를 하여 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어의 라틴 로마자표기법과 한국문화 관련 영어 교과서, 영문 관광 안내표지판, 영문 도로표지판, 인명 영문 표기 등을 조사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 부처별로 서로 다르게 표기하고 있으며 상당한 오류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제안 및 연구를 꾸준히 하였다.

공공용어의 영문 표기 표준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인 국립국어원은 「공공용어의 외국어 표기 지침」(문체부 훈령 제448호, 2021년 7월 22일)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 부처기관은 부처의 필요에 따라 별도의 영문 표기 지침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각 기관에서 제정·시행하고 있는 공공용어 관련 영문 표기 규정 및 지침을 종합하여 비교하고 표준화된 지침에 따라 공공용어의 영문 표기를 집대성한 지침서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하게 되었다. 공공 분야인, 지명, 인명, 행정구역, 관광, 문화재, 음식, 도로명, 관광 표지, 영어 교과서 등의 영문 표기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규정 및 지침에 관한 연구서 또는 관광 분야와 실용 학문에 필요한 교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구년을 맞이하여 그간 미루고 미루어 왔던 [공공용어 영문 표기 규정 및 방안]을 펴내게 된 것이다.

본 책자는 대학에서 영어 관련 학과뿐 아니라 한국 역사와 한국문화 관련 학과, 관광관련학과의 교재로 필요할 뿐 아니라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용어 및 관광 관련 부서의 관계자에게도 필요한 책이라 여겨진다. 또한 공공용어의 영문 표기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본 책자를 통해 공공용어의 영문 표기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지명, 역사, 관광, 지도, 음식명, 인명, 문화재, 도로표지, 영어교재 등의 공공용어의 표준화된 영문 표기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빌며 국격에 맞게 정확하고 표준화된 공공용어 관련 영문 표기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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