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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환경재난·생명훼손”…30년 전 경고는 현실이 됐다
“끊임없는 환경재난·생명훼손”…30년 전 경고는 현실이 됐다
  • 김재호
  • 승인 2021.11.2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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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30년 이후를 바라보다
30주년 맞은 ‘녹색평론’ 1년간 휴간하고 역량 재정비

1991년 11월 창간된 <녹색평론>이 30주년을 맞이해 1년간 휴간하기로 결정했다. 김정현 발행 겸 편집인(이하 발행인)은 휴간 전 마지막 <녹색평론> 181호 ‘책을 내면서’에서 “보다 충실하고 유의미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잡지의 발간 일정에 쫓기지 않고 편집실의 역량을 보강하면서 재정적 기반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 발행인은 17일 <교수신문>과 통화에서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녹색평론> 운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뿐만 아니라 기존 독자·필자 등 녹색평론 공동체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 환경·생태 문제 제기는 정치민주주의로 확대
계간지 녹색평론 30주년 181호 발행 후 1년간 휴간

국내 유일의 생태전문 계간지인 <녹색평론>이 1년간 휴간을 맞는다. <녹색평론>은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분열과 생태계의 파손이 극에 달하고 <녹색평론>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이때에, 1년 휴간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었다”라고 공지했다. 故김종철(1947∼2020) 전 발행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녹색평론>은 정기구독자와 후원회원의 도움으로 유지해왔다.

‘김종철 선생 1주기 추모토론회’가 올해 6월 25일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김종철 선생 1주기 준비모임 유튜브 영상 캡처. 

1991년 11월 창간된 <녹색평론>은 이번호로 30주년을 맞이했다. 김정현 발행 겸 편집인(이하 발행인)은 휴간 전 마지막 <녹색평론> 181호 ‘책을 내면서’에서 “보다 충실하고 유의미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잠시라도 잡지의 발간 일정에 쫓기지 않고 편집실의 역량을 보강하면서 재정적 기반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지속성 위해 편집실 역량·재정 기반 확보

김 발행인은 17일 <교수신문>과 통화에서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녹색평론> 운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뿐만 아니라 기존 독자·필자 등 녹색평론 공동체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녹색평론> 정기독자는 4천여 명이다. 이중에는 기증, 구독, 후원하는 이들 등 다양한 독자들이 있다.

휴간 중에는 그동안 미뤄뒀던 단행본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녹색평론>에 연재해온, 영국의 사회평론가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나 김종철 전 발행인의 칼럼 모음집, 국내 필자들의 에세이집 등을 펴낼 예정이다. <녹색평론>은 계간지로서뿐만 아니라 출판사로서 약 70권의 책을 출간했다.

디지털 부문을 강화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발행인은 “<녹색평론>은 기본적으로 호흡이 길고 논리가 충실한 글들을 싣다 보니 종이매체와 부합한다”라면서 “디지털을 고려하면 <녹색평론>과는 다른 색깔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발행인은 “<녹색평론>이 젊은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펜데믹이 지속되며 해외에 있는 독자들이 <녹색평론>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현실적으로 <녹색평론> 전자책을 고려해볼 순 있다는 입장이다. 

김 발행인은 “지난 30년을 넘어 이제 <녹색평론> 2기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녹색평론>이 중시하는 농업 중심 순환사회를 위해 대학·교수사회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발언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부하는 목적이 더 좋은 사회 만들기라면, 생산을 위한 토대가 되는 농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업 중심 순환사회를 위하여

 

조운찬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녹색평론 30년의 의미」라는 글을 통해 <녹색평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그 이후를 내다봤다. 조 논설위원은 <녹색평론>이 “환경생태주의에서 정치민주주의로” 향하는 지점을 드러냈다. 그는 <녹색평론>이 10년 넘게 반대운동을 펼친 수돗물 불소화반대운동, 한미 FTA 협상 비판, 4대강사업과 경주 방폐장 및 밀양 송전탑 건설 비판, 기본소득 도입과 은행의 공공화 필요성 제기 등을 소개했다. 실제로 수돗물불소화 사업은 2018년 강원도 영월군 정수장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조 논설위원은 “(김종철 전 발행인이) 기획, 번역, 집필 등 잡지의 거의 모든 일을 맡아왔던 터라, 당장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 일이 시급하다”라며 “30주년 이후는 김종철 저작 읽기, 지난 <녹색평론> 다시 읽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전 발행인은 『간디의 물레』(1999), 『땅의 옹호』(2008), 『대지의 상상력』(2019),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 등을 집필했다. 『대지의 상상력』은 제35회 만해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은 「다시, 래디컬한 상상력을 위하여」에서 <녹색평론>이 지닌 ‘래디컬(근본적인)’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녹색평론>은 이전의 환경보호운동, 오염 방지·제거 운동 등이 주력한 ‘온전한 근대산업문명의 본래 모습’의 회복 또는 보호라는 틀을 뒤엎어버렸다. 기존 환경보호운동의 전제가 되는 근대산업문명 자체를 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은 여전하다는 게 한 기획주간의 설명이다. 

생존의 자연적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46년 동안(1970∼2016년) 야생 척추동물이 68%나 사라졌다.” 김정현 발행인은 <녹색평론> 30주년 181호에서 이같이 적었다. 그 원인은 인류의 자원낭비, 착취적 사용이다. 동물의 멸종은 세계야생생물기금·런던동물협회가 발표한 「살아있는 행성 보고서 2020」에서 나온 내용이다. 김정현 발행인은 <녹색평론>이 30년 전 창간사에서 제기했던 문제가 이제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전 발행인은 30년 전 창간호에 실린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에서 “아무리 환상을 갖고 싶어도,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생존의 자연적 토대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만다는 냉정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온갖 곳에서 매 순간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환경재난과 생명훼손의 사례들은 이 추세에 강력한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나 다음 세대들의 이 지상에서의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들이다”라고 적은 바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은 김종철 전 발행인이 지적했듯이 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김종철 전 발행인은 창간 20주년에 발표한 「좋은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글에서 기성 언론의 문제를 제기하며 <녹색평론>의 목적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는 “원래 언론·출판 행위란 ‘반역’을 위해 시작된 활동이라는 사실”이라며 “‘반역’이란 물론 주류의 가치, 즉 지배적인 제도와 관습과 문화를 전면적으로 뿌리에서부터 의심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종철 전 발행인은 “서양에서 출판을 가리키는 말(edition)과 반역행위를 가리키는 말(sedition)이 동일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게 가능한 매체는 소규모 매체가 가능하며, <녹색평론>은 작은 매체로서 ‘평론’이란 이름을 내건 이유 역시 ‘저항’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종철 전 발행인은 밝혔다. 그는 평론을 “기본적으로 대상을 상대화하면서 철저히 의심하고, 질문하는 행위, 따라서 근원적인 의미의 저항”이라고 정의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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