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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교육 산실 ‘전문대학’…로봇·기계에 일자리 뺏긴다
기술교육 산실 ‘전문대학’…로봇·기계에 일자리 뺏긴다
  • 최윤선
  • 승인 2021.11.2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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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오늘을 말하다 ⑥ 전문대학 교육 문제

시대가 학문 분야 간 소통과 협업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고, 소통과 협업의 선결요건은 학문의 균형발전임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는 여전히 심각한 소외와 격차 속에 방치되고 있다. 학술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기관이나 심의자문기구는 물론이요, 대학의 ‘학술연구’를 뒷받침할 전문법령조차 전무한 것이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실상이다.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가 스스로의 본령을 지키고 학술연구의 공공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기반 확립이 시급하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앞으로 11회에 걸친 기고를 통해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연구와 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가시적 조치를 촉구하고자 한다.  

일반대와 입학 경쟁하며 기업 요구에 부응하는 과제 
유연한 고급직무형 인재 교육기관으로 거듭 변신해야

한국의 전문대학은 1979년 ‘전문학교’가 ‘전문대학’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수업연한도 2년으로 확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춘 이래 지난 30여년 간 400만 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해 왔다. 

현재 거의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산업대학은 일반대학으로 전환한 추세임을 고려할 때 전문대학은 유일한 직업교육기관이 되고 있다. 산업위주의 발전을 바탕으로 3만불 소득 수준의 대한민국은 이러한 기술을 앞세운 기술보국을 기치로 40년 동안 다른국가들이 이룬 100년의 국가 성장을 앞당기며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요사이 산업계는 전문대 수준의 수업 연한을 마치고 조기에 직업세계로 나아가려는 실무인력에 대해 대학교육에 대하여 교과목 일치도 60%, 교과 수업 충실도 48점, 직무 역량 부서장 만족도 72점, 현장실습내용 적절성 46점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학 교육과 산업계 요구와의 불일치 현상은 산업 환경의 급변화에 따라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현장실습 및 실험실습 △의사소통능력 △정보화능력 △문제해결능력 △국제화능력 △대인관계능력 △인성 △창의력 △자기관리능력 △전공기초능력 △교양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2003)에서는 △기획․문서작성 △기업실무 △프리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기법 △국제화능력 △대인관계능력 △리더십 △비즈니스예절 △올바른 가치관 △경영철학 △창의적 사고력 △자기관리법 △전공이론 △전공현장실습 △경영학기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유연하고 인문적 소양을 갖춘 능력형 국제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소양은 단지 짧은 기간 내에 빠른 전공 기술능력의 습득이 아닌 완벽한 소통형 인재에 기술의 전문성까지 갖춘 고급형 인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 전공 위주의 짧은 기간 내에 집중적인 교육을 하는 전문대학 교육 시스템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평가를 주도하는 교육부의 취업률평가 잣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매우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수 없다.

 

지역별 특성 고려 없는 획일적 대학 평가

오늘날 모든 대학교는 학령인구의 감소 원인으로 대학입학 인구가 고등학교의 졸업 학령인구를 초과하는 과잉 고등교육의 영향으로 대학구조개혁 평가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평가, 기관평가인증 등 다양한 평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대학 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대학의 특성과 장점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방법 측면에서 대학의 특성과 지역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정량적 평가지표에 치중한 획일적인 평가라는 비판도 있다.

전문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직무형 인재 양성을 하는 현장직무형 기술 교육기관이다. 1980∼1990년대의 경제 성장의 황금기였던 「기계공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해 비교우위의 산업구조로 재편을 통해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1980년대 수출주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문 기계공업을 육성했다. 1990년대부터는 IT강국으로 자리 잡으며 3차 서비스산업으로 돌입했으며, 2000년대 들어선 4차산업혁명 시대로,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시대가 개막 되면서 이제는 대중화·보편화·일반화 되는 모든 일자리가 기계와 로봇에 빼앗기는 시대로 돌입했다.

전문대학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가장 밀접한 교육기관으로 내부적으로 4년제 대학 하위의 학령인구 범위 내에서 입학률 경쟁을 해야하며 산업체의 멀티플레어형의 취업요구에 의해 기술을 겸비한 소통이 되는 인재육성에 주력하며 취업률을 목표로 학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체가 가장 중시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춘 인성바른 인재 양성은 국가가 정한 NCS기술 교육 체계의 범위 밖의 교육으로 간주되어 비정규 과정이나 특강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이러한 소통형 인재교육은 NCS의 직무모형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직무위주의 전문대학교육에서는 교육의 불균형 폐해로 이어져서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부분인 전문대학 현실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있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이중부담을 전가하며 생계생활에까지 부담을 주는 학교 시스템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다.

위 표를 보면 전문대학의 인문계열의 개설학과와 입학정원, 지원률은 현저하게 낮아도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짧은 기간 기술을 익힌 기계화된 인재가 아닌 쌍방향소통의 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는 맥락과 같을 것이다. 현재의 획일적·정량적 대학평가의 잣대는 대한민국의 인(仁)을 중심으로 예(禮)를 갖추는 한국전통의 인간존중 사회의 국가관을 훼손하는 로봇보다 못한 인재를 양성하는 질 낮은 고등교육으로 가고 있음을 반증해 주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대학평가는 강제적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으로 단기적 대학구조조정을 목표로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AI로 대체 되는 기술교육의 산실에서의 해답은 독일의 노동4.0 정책에 있다. -인간중심의 4차산업혁명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학령인구의 감소,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가 달라지고 있는 현실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일, 직업, 노동’에 관한 문제는 인간의 생계와 삶에 직접적으로 관련 되어 있고 이러한 노동 시장의 변화는 전문대학으로서는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전해 주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온라인으로 협업하고 서로 간의 소통이 더욱 더 중시되는 시대로 진입되었고, 매일 같은 공간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어졌으며, 어디서든 업무와 교육이 가능한 환경이 되었다. 와이파이가 작동한다면, 누구와도 문제없이 소통과  융통성 있게 생활하며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 세상이 펼쳐졌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온라인교육을 받은 직무형 인재산실의 전문대학의 결과는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았다. 실습위주의 학과들은 온라인에서의 실습교육들이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충원유지율도 혼자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부적응으로 이어졌다. 온라인으로 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은 현실의 막막함이 도피로 표현되어 사회진출에 자신감을 잃고 쉬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는 비대면 기계와의 생활로 기계를 만들거나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또 기계가 할 수 없는 서비스, 문화, 예술, 예체능 쪽의 인재들만이

사회 진출에 용이해지고 있다. 대중화·일반화·보편화·대량화는 기계가 대신할 수 있고, 특수화·감각화·특별함은 사람을 찾는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며 기계와 다르게 유연성으로 창의력과 인지력을 겸비한 소통적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인 것이다.

기계에게 설 자리를 잃은 직무위주의 기술교육 산실인 전문대학의 해답은 제조업강국인 독일이 부르짖는 ‘노동4.0’의 인간중심의 디지털 시대로 상호작용과 소통이 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종합기술인을 육성하는 고급직무형 인재 교육기관으로 거듭 변신해야한다. 바로 인문학인 것이다.

 

최윤선 연성대 관광과 관광중국어 교수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사무차장

숙명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북경사범대학 중문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숙명여대 등에서 재직했다. 연성대 대외협력단장을 엮임했으며, 중국 우한대에서 정치학 국제관계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다시 취득했다. 저서로는 『면세점중국어』, 『의료관광중국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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