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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연봉은 7만8천 원 올라··· 휴일엔 연구실도 쓰기 어렵다
11년 동안 연봉은 7만8천 원 올라··· 휴일엔 연구실도 쓰기 어렵다
  • 윤정민
  • 승인 2021.12.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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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_대학 현장의 비정년트랙 실태

 

<교수신문>은 2003년 한국 대학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비정년트랙)’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이후 비정년트랙의 불합리한 처우와 비정년트랙의 제도 개선 요구를 꾸준히 보도해왔다. 이번에도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실의 ‘2016~2020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 자료를 입수해 사립대의 비정년트랙 임용 현황과 비정년트랙 연봉, 계약기간 등을 2회에 걸쳐 보도했다.

교육부는 비정년트랙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종종 밝혀왔으나, 비정년트랙의 처우는 더 열악해졌다. <교수신문>은 통계로는 알기 어려운 비정년트랙의 현 실태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비정년트랙 교수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로 했다.

<교수신문>이 지난 22일 줌(Zoom)으로 연 ‘대학 현장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좌담회’에는 5명의 비정년트랙 교수가 참가했다. 참가자는 부산·경남 지역 대학의 ㄱ교수와 ㅎ교수, 충청의 ㄴ교수, 대구·경북의 ㅂ교수, 강원의 ㅇ교수다. <교수신문>은 좌담 참가 교수들의 소속 대학과 이름을 모두 익명으로 보도한다. 비정년트랙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자칫 인사 불이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좌담의 사회는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차별철폐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비정년트랙의 계약기간과 급여에 대해 어떤 문제점을 느끼는가.

ㅎ교수 : 급여를 재임용할 때마다 올려주는 게 아니다. 2011년 대학에 임용됐을 때 첫 연봉이 3천만 원이었는데, 초봉 실수령액과 올해 실수령액을 비교했더니 7만8천 원 올랐다. 11년 차가 됐어도 지금의 신임 교수 연봉과 똑같다. 물가 등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인상치다.

ㅂ교수 : 우리 대학 교육중점교원 연봉은 3천4백만 원이다. 2년마다 재계약할 때 150만 원이 인상된다. 호봉제 같아 보이지만, 급여 지침 등을 본 적이 없다. 참고로 2019년 조교수 기준으로 평균 연봉은 교육중점교원이 3천9백만 원인데, 정년트랙 조교수는 9천3백만 원으로 트랙별 차이가 심하다.

ㄴ교수 : 2015년에 우리 대학이 대학구조개혁평가에 하위등급(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 학생 장학금과 교수 연봉이 터무니없이 적은 등 교비 환원율이 낮았던 게 이유였다. 그래서 대학이 연봉을 240만 원 인상했다. 그렇게 비정년트랙 교수 연봉은 3천440만 원으로 고정됐다. 2019년 부교수 승진제도가 시행됐고, 이때 승진된 부교수는 360만 원이 인상된 연봉이 고정됐다. 이후 지난 8월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근속수당, 가족수당, 효도휴가비 등 부가급을 받게 됐다. 그래서 교수마다 다르긴 하지만, 연봉이 4천만 원으로 채워졌다.

ㅇ교수 : 우리 대학은 2014년 강의전담교원을 만들고, 그 이후에 이와 비슷한 유형인 교육중점교원을 새로 만들었다. 강의전담교원 연봉은 3천7백만 원이었는데, 3천8백만 원에서 3천9백만 원 정도 연봉을 주는 교육중점교원제가 도입되면서 강의전담교원 연봉이 3천20만 원으로 삭감됐다. 대신 이 급여는 특정 시기 이후에 임용된 교원만 해당한다. 그래서 강의전담교원 내에서도 임용 시기에 따라 연봉이 다르다.

 

△각 대학의 재임용과 관련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ㅎ교수 : 우리 대학 강의전담교원 재임용 기준은 강의평가만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상대평가로 상위 50%만 재임용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2학기 기준 강의평가 상위 50%인 교수의 점수가 100점 만점에 93점이다 보니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강의평가 점수를 학기마다 확인하는 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과 비슷한 학생 수를 둔 다른 대학의 재임용 탈락률이 최근 5년간 약 5%였다. 우리 대학은 15~16%였다. 정년트랙 재임용과 승진심사를 어떻게 하는지 ‘교수업적평가’를 분석해보니, 재임용이나 승진이 불합격되는 일이 사실상 없게끔 규정을 만들어놨다. 비정년트랙처럼 상위 50% 미만인 교원을 불합격시키는 것도 없다. 이에 대해 정년트랙 교수들은 연구를 많이 한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 정년트랙 교수 10%에 해당하는 54명이 1년에 논문을 한 편도 안 쓴다. 전임교원이 전체 강의 중 70%를 맡는데, 이 70%의 절반을 전체 전임교원 중 약 27%에 불과한 비정년트랙이 맡는다. 결국, 우리를 쥐어짜서 정년트랙 봉급으로 가는 것이다.

ㄱ교수 : 재임용 심사에는 정년트랙이 비정년트랙을 평가하는 ‘복무평가’도 들어가는데, 갈등을 빚었던 정년트랙도 비정년트랙을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본부 측에 특정 교수로부터의 평가를 기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고등교육법상 설립한 교내 인권센터가 있지만, 이 센터가 비정년트랙 교수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피의자만 불러서 해명할 기회를 주고, 피해자에겐 그만두고 싶으면 나가라고 말했다.

복무평가 항목 중에는 학교 발전 기여도도 문제다. 대학 또는 학과에 얼마나 발전기금을 냈는지가 주된 평가 요소다. 학교 홈페이지에 어느 교수가 발전기금을 얼마나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대학이 우리에게 더 많이 내는지 경쟁시키는 것 같다.

 

정년트랙 전환 위해 노조 가입도 꺼려

△대학별로 승진 제도는 어떻게 시행하나.

ㅇ교수 : 교육중점교원은 부교수로 승진할 수 있지만, 강의전담교원은 부교수로 승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대신 강의전담교원에서 교육중점교원으로 전환 임용할 순 있다. 문제는 아까 강의전담교원 중에서도 임용 시기에 따라 정해진 급여가 다르다고 말했는데, 재임용 심사를 받은 강의전담교원 중에 급여가 더 낮은 강의전담교원 유형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강의전담교원 중 교육중점교원 트랙으로 전환된 사례는 없다.

ㄴ교수 : 승진도 있지만, 정년트랙 전환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2016년에 3명이 정년트랙으로 전환됐다. 평가 기준을 모르니 그들이 어떤 이유로 전환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비정년트랙 교수에게 정년트랙 전환은 희망고문이다. 비정년트랙 교수 모두가 실적도 많이 쌓고, 논문도 많이 써서 정년트랙으로 전환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년 전환 최종 결정에는 총장이 있다. 노조에 들어가면 총장에게 미움을 사는 것과 같으니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 지금 100여 명의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정년 전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외에 정년트랙과 달리 차별받고 있는 게 있는가.

ㅂ교수 : 연구 업적을 요구하면서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년트랙 교수와 공동 저자로 논문을 쓰기로 했는데, 정년트랙은 연구비를 받고 비정년트랙은 받지 못했다. 명목적으로 보면, 우리 급여명세서에 연구비 항목이 있다. 하지만, 이 연구비를 포함한 전체 급여 실수령액이 월 220만 원이다. 220만 원이면 실제 생계를 위한 급여지, 연구를 위한 급여가 아니다.

ㅇ교수 : 비정년트랙은 대학 내 교수협의회와 상조회 가입 자격이 없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부모님께 “돌아가시려면 방학 때 돌아가셔야 한다”라고 말한다. 급한 일이 있어도 휴강하지 못해 경조사를 학기 중에 챙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강 주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보강이 갑작스럽게 이뤄질 때 대비할 안전장치도 없고, 휴강하고 보강 시 강의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ㄱ교수 : 연구실 차별도 있다. 비정년트랙 120명 중 1인 1실을 쓰는 교수는 5명뿐이다. 4인 1실을 쓰는 사람은 20명이고, 대부분은 3인 1실을 쓴다. 그래서 요즘처럼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 공간에 교수 3~4명이 동시에 수업할 수 없으니 촬영 공간을 찾는 데도 애를 먹는다. 공동연구실 보안카드도 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거나 휴일에 학교에 갈 때, 경비실에 연락해야 한다. 이런 불평등에 모욕감을 느껴 배정받은 연구실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강의 과목 선택도 자유롭지 못하다

ㄴ교수 : 연구년을 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정년트랙 교수는 비정년트랙보다 책임시수도 적고 연구년도 주니까 자신의 연구에 투자할 시간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날이 갈수록 연구력이 떨어지는 연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게 지금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비애다.

비정년트랙이 교수회의나 노조 활동, 행사에 참여하는 데 불만을 지닌 정년트랙 교수가 많다. 즉, 교수사회에서 비정년트랙은 이등교수다. 몇몇 정년트랙 교수는 SCI(과학인용색인) 논문도 안 쓰는 비정년트랙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문학 전공자라 대학이 SCI 논문을 실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 논문 질이 비정년트랙보다 안 좋은 정년트랙 교수도 있다. 이처럼 비정년트랙은 근거 없는 부분에서도 트집 잡히며 모욕감을 느낀다.

ㅎ교수 : 전임교원의 권한인 학사운영 전반에 관한 의결권을 비정년트랙에게 주지 않는다. 정년트랙이 강의과목을 우선 배정하고 비정년트랙 교수가 자신의 세부 전공과 무관한 남는 과목을 담당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디자인학과 소속 모 강의전담교원이 1·2학년생을 가르치는 과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들어왔는데, 어떤 정년트랙 교수가 자기가 지도하는 학생을 강의전담교원으로 앉혀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과목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ㅂ교수 : 비정년트랙 교원에 해당하는 학칙을 분석해보면 헌법, 근로기준법, 고등교육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위반한다. 그래서 교육부가 교원들에게 실태를 조사하지 않아도 학칙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 교수회에는 참석할 권한은 없지만, 의견을 낼 수는 있다는 규정이 있다. 결국, 이런 모욕감은 비정년트랙을 차별하도록 만든 체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교수사회가 ‘식민사회’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이 명목상 일본 국민이지만, 주권이 없었듯, 비정년트랙 교수가 대학 규정에도 몇몇 회의에 참석할 순 있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권한이 없다.

 

비정년트랙 권리 침해 구제할 곳 없어

△비정년트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나 대책이 필요한가, 그리고 교육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ㄴ교수 : 우리 대학의 경우, 같은 연차의 정년트랙 교수 대비 비정년트랙 교수 임금 수준이 58%인데, 하는 일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전임교원 확보율 산정 때, 비정년트랙 1명을 임금 수준에 맞게 0.58명으로 인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 때문에 비정년트랙에게 임금을 더 줄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만으로는 비정년트랙 처우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 후보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교수노조가 요구해야 한다.

ㅂ교수 : 비정년트랙을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2018년에 교육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때, 교원의 일자리 수준이 악화되지 않고, 교원 운영에 있어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전임교원 보수 수준 하한값을 정했다. 일반대는 3천99만 원, 전문대 2천470만 원인데, 이 기준보다 많게 임금을 지급하면 평가에 점수를 깎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헌법상 교원지위 법정주의를 위반하는 비정년트랙을 합법화해준 것이다.

ㅎ교수 : 대학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적어도 교육기관이라면 인재를 키우고 양성하는 곳에서 인간을 차별하는 건 없어져야 한다. 정년트랙 교수들도 비정년트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어떤 정년트랙 교수는 강의, 연구 등 자신의 업무를 각각 연구전담, 산학협력, 강의전담 비정년트랙 교수에게 맡긴다. 지방대가 자꾸 위태롭다고 하는데 교수들이 리더십이 없다. 아무리 위에서 좋은 정책이 내려와도 교수사회가 지금과 같다면 망가질 수밖에 없다.

ㄱ교수 : 비정년트랙 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바꿔야 한다. 대학에 비정년트랙 규정을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지 물으면 “총장님이 정하셨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학기에도 규정이 10번 이상 변하는 때도 있는데, 그 규정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항목이 ‘총장에 의해’ 또는 ‘총장이 정할 시에’다.

사립학교법 위법사항을 구제해줄 정부 부처도 사실상 없다. 교육청에 사립대학이라고 말하면, ‘우리 영역이 아니다.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학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라고 노동부 인권 관련 부서에 말해도 그들은 ‘건드릴 수 없다’라고 말한다. 사학재단에 특권을 오남용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좋은 법을 만들어도 비정년트랙 처우 문제는 개선하기 어렵다. 결국, 사학이 바뀌려면 국가가 관리하는 공립형 사립대학이 되어야 한다.

ㅇ교수 : 비정년트랙 문제는 단순히 돈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이 지난번에 트랙 구분 없이 연구비를 지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연구비 지원 공고가 났을 때 비정년트랙이 다 가져갔다고 정년트랙 교수가 투덜댄 적이 있다. 이것은 오히려 비정년트랙 입장에서는 직위 유지에 연구가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 연구성과를 많이 냈다는 뜻이다. 결국에는 자율성이 무기가 되지 않는다는 걸 교육부가 알고 가야 한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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