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2:25 (금)
중국 대학생의 필수이수과목은?
중국 대학생의 필수이수과목은?
  • 조대호
  • 승인 2021.12.01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대호(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 대학에는 모든 학생(유학생 제외)이라면 수강해야 할 ‘정치과목’이 있다. 정치과목은 사정과(思政課)라고도 부르는데 사상과 정치 과목의 줄임말이다. 물론 학부, 석사, 박사생에 따라 이수해야 할 정치 과목의 학점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최소 이수학점이 있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다고 수강하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중국 교육부에서는 정치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두었으며 여기에 속한 강좌들은 교양이나 전공과목에 속하지 않고 오롯이 ‘정치과목’에 편제되어 있다. 

정치 과목은 우리에게 대단히 낯설다. 과목명만 놓고 보면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배우는 과목 같기도 하다. 예상과는 달리 중국인의 정치과목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과 중국 공산당 역대 지도자들의 지도 이념과 정책 그리고 매회 당의 중요한 의제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이와 유사한 과목을 한국 교과과목에서 찾아보면 지금은 폐지되어 없어진 ‘교련’ 과목이나 한국 근현대사 가운데 현대사가 그나마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자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정치과목에는 어떠한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학부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이들은 4년 동안 총 18학점의 정치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4학년을 제외한 학년 마다 한 과목 이상씩 배정되어있다. 먼저 1학년의 경우 사상도덕수양 및 법률기초(思想道德修養與法律基礎, 1학기), 중국근현대사강요(中國近現代史綱要,2학기)가 편성되어 있다. 사상도덕수양 및 법률기초 과목에서는 대학생으로서 겸비해야 할 도덕과 품성, 가치관 등을 어떻게 배양할 수 있는지 배운다. 중국근현대사강요의 경우 콕 집어 근현대사만 배우는데 그 이유는 중국공산당의 집정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당의 입장 때문에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작해야 백여 년밖에 되지 않은 근대사가 3천여 년을 자랑하는 고대사보다 개설된 과목과 필수 이수학점이 많았다. 2학년은 마르크스주의 기초 원리(馬克思主義基礎原理, 1학기)와 모택동사상과 중국특색사회주의이론체계개론(毛澤東思想與中國特色贖回主義理論體系概論, 1-2학기)이 개설되어 있으며 그 중 모택동사상과 중국특색사회주의이론체계개론은 이론과 실천으로 나누어진다. 이론 수업은 역대 지도자가 제창한 혁명과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방침, 정책, 구체적 목표, 계획 등에 대한 내용이며 실천은 매 지도자가 추진한 정책에 대한 성과에 대한 내용이다. 표면상 이론과 실천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론에 편중된 수업이라 한다.

3학년이 되면 ‘시진핑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新近平新世代中國特色社會主義思想, 1학기)’을 수강하는데 이 과목은 현재 집권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국정운영 이론과 철학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수강 학년을 제시하지 않은 ‘형세와 정책(形勢與政策)’ 과목은 현재 집정하고 있는 주석의 주요 정책과 국내외의 정치와 경제, 국제관계 등을 위주로 배운다. 본과 3년에서 진행되는 ‘시진핑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와 비교적 유사해 보이나 ‘형세와정책’은 현재진행형의 수업에 가깝다.

정치과목의 교수방식은 일반과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수의 취향에 따라 수업 방식도 각양각색인데 필자의 경험을 빌려 말하면 당시 교수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80년대 중공 내부의 권력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풀어내 조금 놀란 적이 있었다. 정치과목 수업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수업에 약 300명 정도가 함께 수강한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수업 도중 교수의 개인적 발언이 대단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지 않은 교수들이 학생들의 제보로 인해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이밖에 시진핑 주석의 청년 시기 성장 과정 영상을 틀어주고 이에 대한 소감문을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었다. 

정치과목의 시험방식은 학생 개인이 생각하는 지도자에 대한 평가나 의견 등에 대한 것 보다는 중국공산당의 업적과 지도 이념 등을 암기하는 게 위주다. 가령 ‘모택동 사상’의 핵심에 대해 서술하라든지, ‘사개전면(四个全面)’가운데 4개(四个)가 무엇을 등을 묻는다.

우리 눈에 정치과목이 필수 수강 과목이라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우나 중국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체적으로 그 나라 공민(公民)이라면 당연히 이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정치과목이 우리나라에도 한국식으로 체화해 교육 현장에 도입한다면 일찌감치 학생들의 정치의식 제고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국과는 달리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을 때에 한해서겠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