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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대] 이 대학엔 장애물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복지대] 이 대학엔 장애물을 찾아볼 수 없다
  • 윤정민
  • 승인 2021.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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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교육의 미래를 찾아서 ⑰ 한국복지대
한국복지대의 한국유니버설디자인센터에는 여러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여성(첫 번째 사진 왼쪽)이 리프트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구성된 부엌으로, 휠체어를 탄 여성이 왼쪽 버튼을 눌러 수납장 위치를 내리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한국복지대 도서관으로 휠체어 이용자들도 쉽게 책을 꺼낼 수 있도록 책장 위치를 낮췄다.   사진=한국복지대

한국복지대(총장 성기창)는 교육부가 2005년부터 3년마다 진행하는 ‘대학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 6회 연속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장애물 없는 ‘배리어 프리’ 시설 등 장애·비장애학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갖추도록 노력한 결과다. 한국복지대는 이에 대해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통합사회 인재를 육성하는 보금자리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캠퍼스

한국복지대는 캠퍼스를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뜻으로, 나이, 성별,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디자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캠퍼스에 조성된 무장애 둘레길은 누구나 편리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기울기를 고려해 조성됐다. 이에 재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한국복지대의 둘레길을 많이 찾고 있다.

강의실에는 문턱이 없고, 최소 하나 이상의 자동출입문을 설치했다. 휠체어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도 지원한다. 도서관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화면낭독프로그램(센스리더)을 설치했다. 책장도 낮게 구성해 휠체어 이용자들도 책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했다. 발로 사용하는 조이스틱 마우스,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 점자프린터(점역), 소리책(책 내용 녹음), 독서확대기 등 교육 보조기기도 지원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사진=한국복지대

한국복지대는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2017년 광고홍보과, 산업디자인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등 3개 학과를 유니버설디자인과로 통합했다. 2018년에는 유니버설건축과를 새로 만들어 모두에게 적합한 최적의 생활환경을 연구하는 인재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에 유니버설디자인과 학생이 ‘순간팽창 구명튜브 디자인’을 출품해 제14회 유니버설디자인 공모전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장애학생 선입견을 깨는 대학

한국복지대는 재학생 약 600명 중 약 35%가 장애 학생으로 그 비중이 다른 대학보다 높다. 14개 학과 중 공공행정과, 장애상담심리과, 장애인레저스포츠과를 장애 학생으로만 구성했는데, 장애인의 의무고용이 제도화된 지금 장애인 행정가, 장애인 심리상담사, 미래사회형 장애인레저스포츠 전문인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위 세 학과는 교실에 2인 이상의 조교를 배치하는 등 장애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갑작스럽게 시작했지만, 모든 학생이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노트북, PC용 웹카메라 등 장비 대여뿐만 아니라, 장애학습활동지원사를 투입해 학생 개인에게 편안한 수업 방식을 선택하도록 배려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수어 제공 방식과 자막 제공 방식 중 학생 수요를 파악해 개별 맞춤형 강의 제작에도 힘썼다.

한국복지대의 이런 노력은 장애 학생의 학습 능력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있다. 장애상담심리과 출신 중증 장애학생 2명이 단국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공공행정과 출신 7명도 경기도교육청, 전라북도, 대구광역시 등 지방공무원 9급에 합격했다. 지난 8월에는 공공행정과 재학생 1명이 9급 행정직(고용노동) 국가공무원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애를 극복한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은 상담 전문가와 행정가를 꿈꾸는 많은 장애 학생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성기창 한국복지대 총장 사진=한국복지대

평택시 첨단산업단지 중심 대학

한국복지대가 위치한 경기도 평택시는 15곳의 산업단지가 입주한 산업도시이자 물류도시다. 한국복지대는 지역 산업체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졸업생들의 지역 일자리 진출을 도왔다. 2023년 완공 예정인 첨단산업단지 ‘평택 브레인시티’는 한국복지대를 한가운데 두고 있어 대학-산업체 간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발전을 도울 전망이다.

산업단지 진출 기업이 한국복지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교육도 진행 중이다. 한국복지대는 올해 ‘머크-경기도 전공교육’에 참여했다. 최근 코로나19 경구형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개발해 화제가 된 글로벌 의약·화학회사 ‘머크’는 지난해 10월, OLED 소재 공정 등 국내 투자 유치 협약을 경기도와 체결했다. ‘한국머크’는 평택 포승국가산업단지에 2천만 유로(약 27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인데, 당시 협약의 일환으로 지난 6월 AI반도체융합과 학생 50명에게 교육을 진행했다. 내년에도 반도체 CMP과정, OLED 제조과정 등에 대한 반도체 이론 교육과 실제 제조현장 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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