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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갈등
사용후핵연료 갈등
  • 이지원
  • 승인 2021.12.0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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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지음 | 파람북 | 552쪽

나는 왜 위원장을 그만두었나?

핵폐기물 갈등의 수라장 속에서 탈출한 저자, 

그가 정리한 문제 해결의 ABC

문재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을 맡아 1년 동안 공론화를 주관하다 중도에 사퇴한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공론화의 민낯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 ‘실패한 위원장’이라고 자조한 저자는 사퇴 이후 2020년 10월 국감장에 소환되어 ‘공론조작’ 의혹을 받게 된 처지를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고 회고한다.

1부 〈두번째 반쪽 공론화〉는 출범식 첫날 회의부터 탈핵단체의 시위로 뒷문으로 몰래 들어간 사연부터, ‘아수라장 경주 협약식’까지 곳곳에서 불거진 갈등 양상을 기자 출신인 저자의 현장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과의 담판’에서 위원회의 부작위 책임론이 제기되자 ‘막걸리 2통의 결단’을 하게 된 저자의 고민이 여실히 묻어난다.

위원장 ‘사퇴의 결정적 계기’로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추가건설 여부를 묻기 위한 시민참여단 모집단 구성 설문지가 일방적으로 변경된 사실을 폭로했다. 월성원전의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이 당초 2021년 11월에서 2022년 3월로 변경된 과정은 ‘고무줄 포화시점’이었다고 비판했다. 전국 및 지역 의견수렴 과정에서 서울은 ‘비밀작전’, 경주는 ‘골방’ 공론화 등 민망한 모습도 여과 없이 담았다.

저자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른다.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처리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후핵연료는 탈원전과 친원전 진영이 부딪히는 최대 격전지라고 했다. 

최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최대 현안인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원자력계 모두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서도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처분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기존 원전과 동일한 전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MR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탈원전·친원전 진영의 날선 논쟁과 이에 대한 언론보도의 편향성도 지적했다.

저자는 얽히고설킨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2부 〈방폐장 부지선정의 흑역사〉에서 과학기술처와 원자력연구소가 동해안 일대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부지를 물색하던 1986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재검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의 어두운 역사를 더듬었다. 저자는 안면도 사태와 부안 사태 등으로 얼룩진 부지선정의 과오와 정책실패는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3부 〈해외 방폐장 부지선정 사례〉는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와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부지확보에 실패한 영국,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원전 운영국가들의 딜레마를 소개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도 초기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DAD(decide­announce­defend) 방식을 답습했다는 사실은 방폐장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 〈쟁점과 해법, 그리고 과제〉는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으로, 사용후핵연료 갈등의 쟁점을 조목조목 제시한 뒤 5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저자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공론화도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을 같은 장소에 ‘집중형’으로 건설하라는 것이 권고안의 핵심이었지만 언제쯤 처분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부지확보는 가능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기존 원전 부지에 ‘장기’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용후핵연료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갈파했다. 당장 해결할 방도가 없으니 ‘임시’ 저장하면서 덮어두자는 것이 정부와 원자력계의 단기전략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외부로 반출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이나 요식적인 공론화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 수가 없다며 관리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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