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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화교·화인'의 교류
[글로컬 오디세이]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화교·화인'의 교류
  • 김주아
  • 승인 2021.12.16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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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2020년 12월 1일, 두바이의 한 시장에서 화교들이 코로나19 방역물품을 받고 있다. 이 물품들은 중국 정부가 주 두바이 중국 총영사관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두바이 화교들은 지난해에만 4회에 걸쳐 지원받았다. 사진=주 두바이 중국 총영사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중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선포된 이후, 중국은 의료재난으로 인한 고통 외에도 ‘코로나 책임론’과 전랑외교로 대표되는 ‘애국외교’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 중국과 그 고통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화교·화인일 것이다. 개혁개방 당시 아무도 중국을 신뢰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중국에 투자의 손길을 보내준 것이 해외 화인이었다면, 이번 코로나 위기와 세계적인 반중감정에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도 화교·화인이었다. 중국도 위기상황에서 중국과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로서 화교·화인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흔히 화교·화인을 시집간 딸에 비유하고, 본토 중국을 이들의 친정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계 설정에 따라 당연히 조국의 위기에 화교·화인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재외 교민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교판(僑辦)도 이를 놓치지 않고 화인 사회의 조국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중국과 화인 사회가 운명공동체임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이러한 표명이 오히려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재난지원과 관련하여 공민과 비공민을 구분하여 처리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에 흩어진 화교·화인들은 방역물품과 기부금과 같은 물적 지원은 물론 인력과 중국의 이미지 제고 면에서 모국인 중국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도 다각적인 역량을 동원해 교포들의 방역 지원 활동을 통해 교민들의 건강과 안전,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는 일명 ‘쌍방향 서비스’의 새로운 교민(僑民)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과 3월에는 주로 해외 화교·화인이 발 빠르게 중국을 지원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이후 해외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교민사회와 일부 재난 국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발생 사태 초기에 해외 중국인 집거지(차이나타운 등)를 중심으로 화상(華商)들이 경영난에 직면했다. 게다가 최근 인종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계까지 인신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캐나다 앵거스 리드 연구소가 앨버타대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인종주의라는 ‘그림자 바이러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은 자신이 코로나19로 인해 욕설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답했고, 43%는 위협이나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차별 행위는 화교·화인에게 큰 심리적 피해를 줬으며, 이들의 장기적 생존환경도 악화시켰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도 ‘화교·화인을 돕자’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지난 3월 7일 중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공민(華僑)을 대상으로 중국산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월 30일 기준으로 170만 해외 중국 공민이 ‘백신 프로젝트(춘묘행동·春苗行動)’를 통해 중국산 백신을 접종했다.

이제껏 화교와 중국의 관계는 주로 ‘화교’가 조국에 도움을 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부강해짐으로써 이러한 관계와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기존의 역할 관계가 재현되는 것 같았지만, 강력한 국가권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먼저 팬데믹 상황을 종식하고 백신을 개발한 조국이 해외 화교·화인 사회를 도와줌으로써 도움만 받던 가난한 친정이 아니라 이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든든한 친정이 되었음을 과시할 기회가 되었다.

해외 화교·화인의 입장에서도 화교 자본이 마중물이 되어 개혁개방에 성공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중국 덕분에 자신들 역시 수혜를 본 것이 사실이다. 즉, 중국과 ‘경제공동체’로 연결된 화교·화인사회도 중국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한편, 국적 소지 여부를 떠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외 동포가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동포지원 문제는 자칫 민감한 외교적 이슈로 번질 우려가 있는 만큼, 중국 정부는 화교·화인과 관련해서 비교적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은 주로 ‘교민(僑民)’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더욱 광범위한 ‘화인(華人)’, 즉 외국 국적 취득자에 대해서는 교판 산하에 있지만, 명목상 민간단체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해외교류협회(中國海外交流協會)나 현지에 조직된 화인 사단(社團)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북경 어언대학에서 응용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어와 문화 및 화교·화인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중국 지식지형의 형성과 변용』(공저·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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