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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5] 어민들이 멸절시키고 싶은 물고기, 강준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5] 어민들이 멸절시키고 싶은 물고기, 강준치
  • 권오길
  • 승인 2021.12.1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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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치는 몸에 비하면 머리가 작은 편이며, 주둥이가 뾰족하다. 입은 거의 수직으로 위쪽을 향해있고, 위턱보다 아래턱이 많이 튀어나와 있으며, 입수염이 없다. 사진=위키미디어

 

「충주호 '유해 어종' 강준치, 서해 꽃게잡이 '미끼'로 쓴다」라는 제목으로 2021년 9월 27일 자 경향신문에 윤희일 기자가 쓴 글이다.

충주호의 유해 어종인 강준치가 서해 어민들의 꽃게잡이 통발 어업용 미끼로 사용된다. 강준치가 실제 어업에서 미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충남도는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유해 어종인 강준치를 통발 미끼로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7일 밝혔다. (…) 이번에 확보한 강준치는 충주호에서 잡은 것이다. 도는 이 강준치를 냉동 처리한 뒤 충남지역 연근해 통발 어업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어업인들에게 제공되는 강준치는 꽃게·소라 등을 잡는 통발의 미끼로 활용된다.

도는 지난 4월 강준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꽃게 통발 등의 미끼를 고가인 고등어·정어리에서 강준치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해 높은 효과를 확인했다. (…) 충남도 어촌정책팀 이천희 씨는 “강준치의 강한 비린내가 꽃게나 소라를 유인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강준치는 하천과 호수에 서식하고, 떼를 지어 다니며 작은 물고기를 먹어 치우는 상위포식(apex predator) 어종이다. 비린내가 심하고 잔가시가 많아 식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내수면의 대표 유해 어종이다. 그러나 포식,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를 조절하지 않는 경우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한다. (…) 지금까지는 수매한 강준치 중 일부는 사료나 액비(液肥, liquid fertilizer) 제조용으로 사용했고, 나머지는 ㎏당 200원 정도의 사업비를 들여 폐기 처리하는 실정이었다.

그럼 강준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강준치(Erythroculter hypselonotus)는 잉엇과에 속하는 민물고기(淡水魚)이고 강준치 속(屬)의 유일종이다. 바다에 사는 준치와 모습이 비슷하여 ‘강에 사는 준치’란 뜻인 ‘강준치’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몸이 하얗기에 한자로는 백어(白魚)라 한다. 몸은 옆으로 몹시 납작하고, 50cm~1m까지도 자라는 대형 민물고기이다. 서해로 흐르는 큰 강인 임진강, 한강, 금강 하류의 유량이 많고 유속이 느린 곳에 서식하며, 갑각류, 수서곤충 및 다른 물고기의 치어를 잡아먹고 산다.

몸 색은 은백색 내지는 청백색이며, 생김새는 ‘썩어도 준치’(본래 좋고 훌륭한 것은 비록 상해도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는 속담의 주인공인 바다의 준치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준칫과에 속하지 않는다. 한국에 있는 개체는 보통 80cm를 넘지 않으나 중국의 개체는 1m가 넘는 것도 있다 한다. 몸은 길쭉하며, 납작하고, 배 밑부분에는 돌기가 많다. 산란기는 3~7월이며,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전반에 고루 분포한다.

강준치는 몸에 비하면 머리가 작은 편이며, 주둥이가 뾰족하다. 입은 거의 수직으로 위쪽을 향해있고, 위턱보다 아래턱이 많이 튀어나와 있으며, 입수염이 없다. 얇고 둥근 비늘(원린, 圓鱗)이 기와모양으로 몸을 덮고 있고, 배지느러미부터 항문까지 칼날 돌기가 솟아있으며, 꼬리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분홍빛이다.  보통 큰 강의 물살이 느린 곳, 또는 호수에서 살고,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물속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어린 치어들은 연안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에서 여름 사이에 짝짓기가 이루어지며, 암컷은 물풀에 알을 붙인다. 알에서 부화한 지 1년 정도가 지나면 10cm 정도로 자라며, 3년이면 그 두 배가 되고, 5~6년이 지나면 30cm 정도로 자란다. 맛이 더럽게 없기로 악명높고, 어민들이 멸종시키고 싶은 물고기로 돈이 될 만한 민물고기 치어들을 죄다 잡아먹어서 과연 어부들에게 방해만 되는 어류이다. 낙동강의 경우 2004년 유입된 이후 배스를 몰아낼 정도로 어민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종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통발에 쓸 꽃게 밥(미끼, bait)이 되고 만다.

큰 강 유역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데, 민물에서 사는 물고기 중에서 큰 편이어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데 강준치는 바다의 준치를 빼다 박은 모습을 하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바다의 준치는 잔가시가 많음에도 맛있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으나 희한하게도 강준치는 맛이 없기로 유명하다. 바다 준치처럼 살에 Y자형의 잔가시가 많은 데다가 아무런 맛이 없어 생선 취급을 해주지 않는다. 루어낚시 대상어 중에서 드물게 식품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지만, 간혹 겨울철 별미로 회로 먹는 사람들도 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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