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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바로보기 - 밝은 면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대학원 바로보기 - 밝은 면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 박인국
  • 승인 2021.12.20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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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인국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박인국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2021년 1월 1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됐다. 이와 함께 대학원생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휴식 보장, 인건비 및 업무 범위 설정, 안전·보건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연구자지원규정, 학생연구자연구참여확약서,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도 등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팔만대장경 스캔 노예 사건과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로 소비되는 상황에 있으며 대학원생들 스스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이러한 인식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원생들의 인권 보장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연구 환경 개선이나 대학원 선진화 등 대학원생들을 학문후속세대로 인식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원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그 구성원들이 미루지 않고 답할 필요가 있는 질문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첫째, 대학원생이란 누구이고 대학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원생은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 연구를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을 말한다. 대학원생은 학술 연구의 주체로 다양한 학문의 발전과 기술 진보의 근간이 되는 일을 수행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학문 및 기술 사회를 책임지는 학문후속세대로 역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대학원생은 대학원이라는 계층화된 구조의 최하위 값싼 노동력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원생이 학생과 노동자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으면서 그 어느 쪽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는 대학원생의 이중적 지위와 역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원과 대학원 교육의 목표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학원은 교육기관으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대학평가가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대학원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대학원 교육은 학부 교육의 연장선에서 기존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대학원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고 학위 이수를 위해 거쳐가는 단계로만 보는 게 아니라 연구에 필요한 능력과 학문후속세대로서 사회 속에서 가져야 하는 자세를 배양하는 다각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 기술, 교수법, 발표 및 의사 전달 능력, 협동 능력, 소통의 기술 등은 연구 결과를 타인과 나누고 사회와 관계 맺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대학원생들 스스로가 대학원의 가치와 비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원 교육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 연구기관으로서 대학원과 대학원생의 연구를 조력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대학원의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했지만 늘어난 대학원생의 연구를 지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대학원과 교원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원생 1인당 연구비와 연구 지원 등 대학원의 질적인 부분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 연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대학원생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대학원생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지원기관의 확충과 우수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원생은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실험 기법을 익혀야 하며 연구비를 작성하고 관련된 행정 처리도 요구된다. 연구실 안전관리의 담당자도 대학원생이다. 대학원생들에게 전가된 다양한 업무를 맡아 처리하고 고도화된 연구 기법을 제공하여 대학원생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지원기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대학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대학원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연구를 더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인국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서울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신경이 근육을 조절하기 위해 필요한 세포 간 신호전달물질에 대해 연구 중이다. 나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걱정 없이 연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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