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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똥, 즐거운 똥 그리고 이상한 똥
더러운 똥, 즐거운 똥 그리고 이상한 똥
  • 유무수
  • 승인 2021.12.3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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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똥의 인문학』 김성원 외 7인 지음 | 역사비평사 | 256쪽

밀집한 도시인들 똥은 바다로 흘러 환경을 오염
경제지상주의로 생태·펜데믹·기후위기 본격화 해

유튜브에 시골의 광경을 보여주는 채널들이 있다. 주민이 떠나고 빈집만 남은 마을도 있고,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수십 년 전 화전민 주택에 잡초가 무성한 모습도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먹고살 수 있는 희망을 찾아 주민이 모두 떠나버린 폐가에는 깊은 쓸쓸함이 흐른다. 

도시에서 떨어진 집들은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다. 똥을 퇴비로 재활용한 그들에게 똥의 시작과 끝은 인식의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의 똥은 수세식 화장실에서 내려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이 책 4장의 ‘더러운 똥, 즐거운 똥, 이상한 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의미 있는 교훈의 하나는 “평소라면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일상’의 힘을 낯선 시점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수세식 화장실을 통해 흘려보낸 후 망각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리는 똥을 낯선 시각으로 파헤쳤다. 2천만 명 이상이 밀집해서 사는 수도권에서 배출하는 그 많은 똥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결국 똥 건더기는 분뇨처리장을 거쳐 도시중심부에서 떨어진 지역에 매립, 똥물은 하수처리장을 거쳐 바다로 흘려보내기의 방법으로 처리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환경오염이다. 이런 식의 자연훼손이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되고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무절제한 활동에 철퇴를 내리쳤다. 인간의 자본축적활동이 상당히 중단되자 기적이 일어났다. 공기가 맑아져서 시원하게 새파란 하늘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환경과 생태의 관점에서 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조는 경제지상주의에 있다고 보는 이 책은 끔찍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제는 코로나 ‘극복’과 경제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경제성장에 매달리는 한 경제의 ‘회복’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고,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팬데믹은 불가피할 것이며…” 코로나는 마스크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치면 무엇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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