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20:10 (금)
인포데믹 속 연구자의 역할
인포데믹 속 연구자의 역할
  • 원정현
  • 승인 2022.01.03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원정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간다. 필자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현황을 정리한 리뷰 논문 1편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신약 개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리뷰 논문 1편을 작성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험난한 역경을 극복해온 현장의 모습을 전하고, 각국의 방역 정책을 비교 분석한 책인 『K방역은 없다』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리뷰 논문과 책을 쓰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양한 쟁점과 연구 결과를 주제로 쓰인 국내외 학술 문헌, 공공기관과 관련 단체에서 발표한 자료, 뉴스 기사, 칼럼을 검토했다. 코로나19 관련 자료를 읽으며 잘못된 정보, 특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건강 정보가 소셜미디어, 언론,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간 경우를 자주 발견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사회로 퍼지는 경우는 왕왕 발생한다. 강아지 구충제를 이용한 암 치료가 그 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 면역력, 의약품, 백신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확대되며 잘못된 정보, 특히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가 확산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가 감염병처럼 사람들에게 퍼지는 현상인 ‘인포데믹(Infodemic)’이 코로나19 감염증과 함께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았다.

‘클로로퀸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라는 정보가 퍼지자 전국 약국의 약사들은 클로로퀸을 찾는 대중 때문에 “클로로퀸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없다”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강한 알코올은 몸속의 바이러스를 죽인다’라는 정보가 퍼져 술 대신 메탄올을 마신 이란 시민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는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잘못된 의료·건강 정보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며, 잘못된 정보 하나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의료·건강 정보가 사회에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뉴스(가짜뉴스)를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거나 정보의 근거를 검증하지 않은 채 정보를 믿는 사람 모두가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반인이 본인이 알게 된 의료·건강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백신에 관한 정보는 의료 및 바이오 용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논문을 찾고 읽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정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더욱 어렵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자료가 없기도 하거니와, 정보가 너무 많아 그 분야에 연구하거나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올바른 정보가 무엇인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일반 대중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과 말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석·박 통합과정 대학원생으로 아직 전문가가 아니지만, 필자에게도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 부스터 샷의 필요성 등을 질의했다. 질의에 답을 해주는 과정에서 일반인이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겠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일반인이 얼마나 올바른 정보에 목말라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본인의 연구만 열중하는 연구자가 아니라,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사회에 미미한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인포데믹 속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하면 고쳐주고, 올바른 의료·건강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속도를 늦추는 게 필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의료·건강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특히 전문가와 연구자는 본인의 말과 글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인지하고 책임감 있게 말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정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석박사통합과정
분자의학및바이오제약학과(MMBS) 내 신약개발융합연구센터(CCADD)에서 학생 연구원으로 신약 개발, 규제과학, 의료 빅데이터 관련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