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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독자 참여 제도와 문예면의 정착
'동아일보'의 독자 참여 제도와 문예면의 정착
  • 최승우
  • 승인 2021.12.3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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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호 지음 | 소명출판 | 396쪽

「동아일보」의 다양한 독자 참여 제도
‘독자문단’은 『동아일보』가 문예물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독자투고로, 1차 정간 이후 신문이 속간되며 등장하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독자문단’은 독자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여 독자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면의 제한으로 인해 산문보다는 운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운문 장르가 주로 개인의 정서를 담아내었다면, 산문 장르는 사회적인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독자문단’에 수록된 산문은 1920년대 산문 양식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고, 독자가 전문작가의 작품을 통해 문학적 글쓰기를 학습하는 일련의 재생산 과정을 보여주었다. ‘독자문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독자들 중에는 이후 문단에서 활약하게 될 조운, 김명호, 한설야, 유도순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독자문단’이 일종의 ‘근대 문인의 예비적 장소’이기도 하였음을 의미한다.
‘동아일보 발행 일천호 기념 현상’은 문예면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해당 현상문예의 시행 결과, 매주 일요일마다 독자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일요호’가 신설되며, 이후 ‘월요란’을 거쳐 ‘문예란’으로 정착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상시적으로 시행되던 문예 기획이 상시적인 문예면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 참여 제도가 문예면의 정착에 직접적으로 기여했음을 증명한다. ‘독자문단’을 시행하면서 독자들의 문학 창작 가능성에 확신을 가진 『동아일보』는 모집 부문을 대폭 확대하여 현상문예를 시행하였다. 신문사의 대대적인 홍보, 고액의 현상금, 독자들의 투고열 고조, 독자 참여 제도의 정비 등으로 인해 현상문예는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다. 현상문예 당선자 중에는 다른 모집 부문에 중복 당선되었거나, ‘독자문단’에 참여했던 독자들이 있었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독자’의 발견은 이후 신춘문예 시행의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신춘문예는 당선 여부에 따라 독자를 작가로 공인하는 제도로서, 독자의 위상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독자 참여 제도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은 이후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함으로써 조선 문단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은 노동자나 농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등 현실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동아일보』는 신춘문예 시행 첫해부터 문예계, 부인계, 소년계 등으로 독자의 층위를 구분하여 작품을 모집하였다. 여성과 아동이라는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하여 가정란과 아동란을 신설했던 매체의 지면혁신 정책과 연계된 작업이자, 이전 시기 독자 참여 제도의 전통을 계승한 결과였다. 이로써 문학 창작층의 발굴 및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독자들의 문학 이해 수준을 높여줌으로써 문단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신인문학콩쿨’은 문학에 적용된 최초의 콩쿠르로, 신문 매체 중에서는 『동아일보』만 유일하게 시도한 독자 참여 제도이다. 해당 콩쿠르는 김영석, 김이석, 조남영 등을 입선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1930년대 말, 총독부가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하자 문화운동은 물론 문단 또한 극도로 침체되었고 『동아일보』는 문단 침체의 극복을 내세우며 ‘신인문학콩쿨’을 시행하였다. 『동아일보』는 자사 출신의 작가를 위주로 선발하여 이들이 문단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발표지면을 제공하였다. ‘신인문학콩쿨’의 시행은 정체된 문단을 환기하고자 하는 문단의 욕구와 자기 작품의 작품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신인들의 욕구, 그리고 작품 수급이 절실했던 신문사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무엇보다 ‘신인문학콩쿨’은 세대론에서 촉발된 신인론을 현실적인 콩쿠르 제도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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