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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의 날 ‘빙하’가 올지도 모른다
지구 종말의 날 ‘빙하’가 올지도 모른다
  • 박훈
  • 승인 2022.01.0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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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변화 데이터북』 박훈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20쪽

기후급변점 촉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한계점은 1.5도씨
기후변화 대응할 시간이 너무 짧아진 기후위기 시대가 왔다

2015년 195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은 금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씨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가능하면 1.5도씨로 억제하는 것을 전 인류의 목표로 천명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다시 모인 각국 대표들은 새 합의문(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 1.5도씨라는 표현을 4번이나 반복해서 인류가 넘어서는 안 될 기후급변점(climate tipping points)의 촉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한계점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기후는 지금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떻게 더 변할까? 파국을 막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기상기구(WMO)의 평가로는 2020년 전 지구 평균표면온도(GMST)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1.2도씨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WG1)의 제6차 평가보고서(AR6, “과학적 근거”)는 2020년 GMST(≈GSAT, 전 지구 표면기온)가 산업화 이전보다 1.26도씨 상승(2011~2020년 평균온도는 1.09도씨 온난화)했다고 추정한다.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1실무그룹이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급격한 온난화 추이가 계속된다면 주요 자연과 인간 환경에 심대한 위험을 불러일으킬 1.5도씨 온난화가 금세기말이 아니라 2030년대에 현실이 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과학 소식은 더 충격적이다. 2021년 12월에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American Geophysical Union, AGU)의 추계학회에서는 따뜻해진 바닷물 때문에 밑 부분의 침식이 심해진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 일명 지구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가 앞으로 3~5년 안에 산산조각이 나서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 얼음만 다 녹아도 해수면이 지금보다 65cm 더 상승한다고 한다. 이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 ‘기후위기’ 시대다.

이렇게 45억 살의 지구, 정확히는 그 지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생물들과 생태계가 시한부 멸종 선고를 받을 정도로 중병에 걸려 있다. 그 중병의 원인은 나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 지구에서 산 지 불과 31만5천 년밖에 안 된 우리 인간(Homo sapiens)의 온실가스 배출과 생태계 훼손이다. 물론 행성으로서의 지구는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인간과 동식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서는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화석연료 소비, 땅속 햇빛을 불태우는 일

이 책은 막연히 어떤 행동이 실제로 정확히 얼마나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망설였던 분께 판단을 돕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 책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과학의 평가, 기후와 기상뿐만 아닌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생태계, 에너지, 경제 등에 관한 국내·외의 통계자료, 국내외 정부, 연구기관,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우리의 화석연료 소비는 땅속에 묻혀있던 몇 억 년 전의 햇빛을 꺼내 불태우는 일(burning buried sunshine)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옛날 동식물의 사체가 변해 지난 250여 년 동안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풍요롭게 했던 선사시대의 햇빛은 쉬게 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행동과 정책의 변화 방향을 모색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기후변화 대응은 생활 속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전환과 같은 큰 변화가 없이는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힘듦을, 하지만 동시에 마냥 전 지구적 체제 전환만 얘기하다 보면 중요한 변화를 제때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길 기대한다. 이 책을 통해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인간이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책임을 다할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다. 특히 정책 결정이 성인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어린이와 청소년을 배려하지 못하는 때가 많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어린 세대, 젊은 세대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더 기쁘겠다.

 

박훈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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