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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밖에 있으면 다 착한 사람일까
교도소 밖에 있으면 다 착한 사람일까
  • 김정규
  • 승인 2022.01.1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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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의 책으로 보는 세상_『감옥이란 무엇인가』 이백철, 박연규 지음 | 지식의 날개 | 344쪽

감옥을 정치·경제·사회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인식
출소자를 나쁜 사람으로 판정하기보단 포용이 필요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서민 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선거사범, 사회적 갈등사범 등 3천94명을 특별사면하고 행정제재 대상자 98만 3천여 명에 대해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이를 역산해 보면 법적 제재를 받고 있던 사람이 최소한 100만 명이라는 말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 중에서 교정시설에 입소하는 사람이 연간 7만5천 명 정도라고 한다.

국가가 유지되려면 죄 있는 곳에 벌이 있어야 마땅하다. 죄 지은 사람을 가두는 감옥은 기원전에도 있었다. 서구에서 형벌은 주로 신체형(身體刑)이었다가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18세기경에 자유형(自由刑)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대규모 시설에 다수의 범죄인을 수용하여 시간 단위로 형벌을 집행하는 ‘교도소’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교도소는 독립투사, 민주투사를 떠올린다면 ‘의로운 행위’의 공간이다. 하지만 살인, 강도, 사기 등의 범죄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 찬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도소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놓으려 한다. 관심조차 주려 하지 않는다.

이백철 경기대 명예교수는 박연규 경기대 교수와의 대담집 『감옥이란 무엇인가』에서, 감옥을 단순하게 범죄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만 보지 말 것을 주문한다. 당시의 정치와 경제 상황을 포함한 사회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소자 4명 중 1명이 3년 이내에 재수감된다. 4명 중 3명은 출소 후에 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경미한 범죄에 그친다는 의미다. 따라서 교도소 안의 환경을 최대한 외부 사회와 유사하게 조성해서 출소 후 바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입소 시부터 가석방을 위한 준비 단계로 보고, 교도소를 개선의 공간, 치유의 공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레오벤 교도소는 미술관이나 5성급 호텔 수준으로, 헬스장, 체육관, 개별 부엌, 방음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노르웨이의 바스토이섬 교도소는 해안 산책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 같은 환경을 갖추고 사우나, 영화관, 테니스코트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교화될 수 있다는 운영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 

이러한 교도소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어떤 신분이든 인간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두텁기 때문이다. “감옥 안에 사는 그는 나쁜 사람이고, 감옥 밖에 사는 나는 좋은 사람인가? 사법적으로 유죄를 받지 않았으니 나는 계속 좋은 사람인가? 그리고 그는 사법적으로 유죄를 받고 감옥살이를 하고 있으니 계속 나쁜 사람이어야 하는가? 돈, 학력, 직업, 인맥, 건강을 갖춘 내가 그렇게 갖추지 못해 죄를 저지른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단죄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합당한가?”

 

새해에는 재소자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와 같은 윤리관에 더하여 현실적인 고려도 있다. 출소 후에 더 위험한 사람으로 변하여 이웃으로 돌아온다면 그 고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나쁜 사람으로 판정하고 배제하는 것보다는 포용적으로 대우함으로써 고비용을 감당하지 않겠다는 실용적인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나오는 오멜라스는 왕도 노예도 없고 원자폭탄도 없는 모든 시민이 축복 속에 사는 행복한 도시다. 다만, 이 행복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한 아이가 창문도 없는 지하실에 갇혀서 고통스럽게 살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 아이의 고통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 아이를 구해주는 순간 자신이 누리는 행복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이 아이를 애써 외면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재소자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도소라는 감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면, 이 세상 자체가 이미 ‘감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자각할 수 있다. 수많은 빅브라더에 의해 우리는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군가를 담장 안에 가두고 외면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이라는 게 과연 우리가 진정 바라는 행복일까.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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