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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숭배하던 인간…‘불의 힘’을 흉내내다
태양 숭배하던 인간…‘불의 힘’을 흉내내다
  • 유만선
  • 승인 2022.01.1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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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⑩

수소핵융합을 위해 가열하고 움직임 속에서 충돌 일으켜
가열된 플라즈마 담을 수 없어 떠다니는 상태로 가둬둔다

새해 첫 태양이건 연중 늘 보게 되는 평범한 태양이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왔다. 태양광이나 태양열 에너지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현재 가장 많이 쓰고 있는 화석에너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화석’이란 지질 시대에 살았던 고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당시 고생물들은 태양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기에 화석에너지 또한 태양에 큰 빚을 지고 있다. 

 

태양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다. 사진=픽사베이

화석에너지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각종 신재생 에너지들도 태양의 덕을 보고 있다. 풍력에너지는 태양이 지구표면을 덥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기의 움직임에 의해 가능하고, 수력에너지도 마찬가지이다. 태양빛으로 인한 물의 증발이 없다면, 물이 어떻게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는가? 이처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은 우리 인간, 더 나아가서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태양빛 계속 뿜어나오 게 하는 수소

그렇다면 태양은 어떻게 빛 알갱이들을 만들어 지구와 다른 태양계 행성들을 향해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을까? 그 답은 태양의 구성성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소에 있다. 수소는 가벼운 원소라 지구에서는 쉽게 잡아둘 수 없어 희박한 반면, 태양은 그 큰 질량으로 인해 수소를 강하게 잡아둘 수 있다. 탈출하지 못하고 태양 안에 갇힌 수소원자핵들은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서로의 반발력을 이기고 충돌한다. 이런 원자핵의 충돌은 또 다른 원소의 탄생을 일으키는데 이를 ‘핵융합’이라 부른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은 주로 수소원자핵 둘이 충돌하여 헬륨원자핵이 되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 중에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으로 ‘질량결손’이 있는데 두 수소 원자핵의 질량의 합보다 조금 부족한 질량을 갖는 헬륨 원자핵이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사라진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되며 이것이 태양에너지 즉, 햇빛의 정체이다. 태양은 생성된 지 약 50억 년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50억 년 이상 이러한 핵융합 반응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간이 만들고 있는 태양

한 때 태양을 숭배했던 인간은 이제 그 ‘불의 힘’을 흉내 내려 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이 그것인데 지구상에서 앞서 언급한 수소 핵융합 반응을 발생시키고 유지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으려는 시도를 말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현재 쓰고 있는 핵분열에너지에 비해 환경 부담이 적은데 비해 7배가 넘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태양과 지구는 엄청난 스케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태양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핵융합을 지구에서 발생시키려면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수소원자핵이 전자껍질에 둘러싸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려면 수소원료를 물질이 이온화되어 있는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장치는 매우 높은 진공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작되어야 한다. 장치 내에 입자들이 많으면 불순물로 작용하여 플라즈마의 생성이 억제되거나 생겨난 플라즈마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개발장치인 KSTAR의 경우, 진공용기의 압력은 5×10-7mbar(5백 억분의 1기압) 이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형핵융합에너지실험장치를 통해 이온온도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세계 최장시간 동안 토카막 용기 내에서 유지했다. 그 시간은 30초다.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또한, 태양은 지구보다 약 33만 배 무겁기 때문에 그 거대한 중력으로 수소를 충분히 끌어당겨 모음으로써 서로 부딪히게 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통상 수소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소원자핵에 움직임을 크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원료인 수소원자들은 약 1억 도까지 가열된다. 수소원자핵들은 서로 간의 거리는 태양에 비해 길지만 가열을 통해 그 운동거리 또한 길어지기 때문에 충돌하기 쉽게 되어 핵융합 반응이 가능해 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1억 도까지 가열된 플라즈마를 온전히 담고 있을 고체 그릇이 없다는 점이다. 1950년대 중반 구소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도넛모양의 용기 내에 자기장으로부터 유도된 전류를 흘려주어 플라즈마가 용기 벽에 닿지 않은 상태로 떠다니게 하는 방법이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러한 장치를 ‘자기코일이 있는 도넛모양의 방’이라는 러시아어의 앞 글자를 따서 ‘토카막(tokamak)’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현재 한국에서 운용 중인 KSTAR 및 프랑스에서 제작 중인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인 ITER가 이 형상을 따르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는 지난해 11월 이온온도 1억 도의 플라즈마를 토카막 용기 내에서 30초 간 유지하며 세계 최장시간의 기록을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ITER 프로젝트에서 한국 과학자들의 위상 또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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