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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격차와 행복격차
대학격차와 행복격차
  • 박혜영
  • 승인 2022.01.1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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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박혜영 논설위원 /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혜영 논설위원(인하대)

대학에 몸담은 지도 20년이 되었다. 그 시간을 반추해보면 비록 몇 개 대학에 국한된 경험이지만 한 가지 뚜렷한 변화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바로 ‘격차’이다.

대학격차는 그 양상이 다양하지만 사회에 등장하는 격차와 비례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커지면 그만큼 대학 간에도 빈부격차가 커진다. 사회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가 커지면 대학에서도 그렇다. 사회에서 소수의 고소득층이 전체 부의 대부분을 독차지하는 만큼 대학에서도 소위 몇 개 대학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독점한다. 사회에서 지방과 수도권과의 지역 격차가 벌어지면 그만큼 지방대와 수도권대학의 생존 격차도 벌어진다.     

사례를 들어보자. 먼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시간당 강사료 격차가 커졌다. 국공립대는 평균 9만2천원, 사립대는 5만7천원으로 6시간을 강의할 경우 학기당 격차는 335만 원이다. 국공립대는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만 자율에 맡겨진 사립대는 등록금 감소를 이유로 강사료를 인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간의 격차도 벌어진다. 교육시설의 양적·질적 규모와 적립금 액수는 말할 것도 없지만 나아가 학생들 간의 경제력 격차도 크다. 부모의 소득구간에 따라 수혜자격이 주어지는 국가장학금 신청자를 살펴보면, 서울대의 경우 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62%이고, 서울의 15개 대학의 고소득층 비율은 51%다. 지방까지 확대하면 소위 랭킹이 높은 대학으로의 고소득층 자녀쏠림 현상은 더 커진다. 나아가 대학 간의 생존격차도 점점 커진다.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계속 쏠리기 때문에 2027년부터는 출생아의 약 48%가 수도권에서 태어날 전망이다. 아이들의 절반이 지방이나 지방대학에서 사라지면 서울과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대학 생존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학생들의 마음에도 격차가 생긴다는 점이다. 행복은 자기 마음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주관적인 감정처럼 보이지만, 좋은 인간관계와 같은 사회적 지지가 행복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은 사회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은 만큼 대학에서 느끼는 행복지수도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소위 일류대학이 아닌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대학 내에서도 학과별 취업서열에 따라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감에도 격차가 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불행감을 미리 배울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자기 역량을 최대치까지 발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 무한대의 스펙경쟁으로 좋은 친구관계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 학문적 호기심보다는 취업순위로 자신의 지식욕구를 갈아내야 하는 상황, 대학에서 경험하는 이런 것들이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 걱정, 공포의 근간이 된다.

대학 간의 격차가 행복의 격차를 만들지 않도록 교육의 공공성과 함께 행복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격차가 심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 격차야말로 지금 대학이 당면한 위기의 진원지라고 생각된다.    

박혜영 논설위원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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