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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방학을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교수들의 방학을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 김병희
  • 승인 2022.01.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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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서원대)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교수들을 만났을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방학이 있어 정말 좋겠다는 것. 방학을 부러워하는 인식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교수들은 일반 직장인에게는 없는 방학이 있어, 시간을 자유자재로 쓴다는 장점도 있다. 출근 시간에 맞추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무실로 달려가는 회사원에 비해, 교수들은 느긋하게 일어나서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교수의 방학 생활의 전부는 아니며,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강의를 하지 않기에 교수들은 방학 때 더 여유가 있지만, 이마저도 정교수 이상의 교수들에게나 해당될 것 같다. 조교수나 부교수들은 방학 중에 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다. 학기 중에는 논문 쓸 시간이 없기에 사실상 방학 기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다. 교수들이 게을러서 그렇지 학기 중에도 얼마든지 논문을 쓸 수 있다고. 물론 열정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학기 중에도 논문을 쓰거나 저술 원고를 집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예외는 있어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기 중에 논문 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는 현실 때문이다. 맡은 과목의 강의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교수들은 이밖에도 학생 상담을 비롯한 추가 프로그램도 여럿 진행해야 한다. 그냥 말로 하는 상담이 아니라 상담 일지도 써야 하고, 학과 발전 계획서나 학생 취업 계획서를 비롯해 행정적인 문서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모든 행정 서류가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 연동되니 거부할 수도 없다. 현실이 이렇기에 학기 중에는 차분히 마음먹고 논문 작성이나 저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교수들의 방학만 언급할 뿐 연봉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교수의 연봉이 회사원들보다 턱없이 낮다는 사실은 다들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살 짝 귀띔하면 박사까지 마치고 임용된 신임 교수의 평균 연봉이 겨우 대졸 초임 수준이다. 대졸자들이 입사를 원하는 글로벌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등록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대학의 재정 형편을 모르는 분들은 대학 등록금을 동결해야 한다며 목청을 돋워 교수의 연봉은 거의 10년째 동결됐다.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교수의 방학을 부러워한다면, 교수는 그들의 연봉을 부러워 할 것이다.

교수의 본분은 연구와 교육에 있다. 사회봉사도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에서 연구 영역의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으니 대학 본부에서도 그에 맞춰 연구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교수 평가에서 교육보다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 외국 대학들에 비해 기이한 현상이다. 그러면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학생 교육에만 신경 쓰고 연구 활동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면 되지 않나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학은 뼈대만 앙상한 마른 나뭇등걸처럼 미래가 없다. 연구 성과가 없는 대학은 신도가 없는 교회나 마찬가지다. 『논어(論語)』의 ‘술이(述而)’ 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묵이지지(?而識之), 학이불염(學而不厭), 회인불권(誨人不倦).” 말없이 진리를 탐구하고,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가르치는데 싫증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가 강조한 셋 중에서 둘이 연구에 해당된다. 이번 방학에도 교수들은 학기 중에 쓰지 못한 논문을 쓰느라 연봉 같은 것은 망각한 채 바쁘게 보내고 있으리라. 그들이 있어 학문이 발전하고 대학이 존재한다.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교수들의 방학을 마냥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조금은 납득했으면 싶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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