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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칼
아이와 칼
  • 최승우
  • 승인 2022.01.1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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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지음 | 황미선 그림 | 우리나비 | 40쪽

소설가 김숨 X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그림작가 황미선

“네 엄마도 널 갖고 꿈을 꾸었겠지.
세상 모든 아이들은 엄마가 꿈을 꾸고 난 뒤에 태어나니까.”

“네 엄마는 어떤 꿈을 꾸었기에 너처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낳았을까?”

날 선 두 손을 숨기고픈 소년에게 어느 날 이름 모를 나비 하나가 찾아옵니다.
소년에게 자유와 평화의 날개를 심어주고 떠난 나비의 이름은 福(복)童(동)이었습니다.

《아이와 칼》은 지난 2019년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한 인권 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그림책이다. 그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서 일본의 반인류적 만행을 고발하고 전 세계 전쟁 피해 여성들의 인권 신장과 지원을 목적으로 '나비기금'을 설립하였으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 및 무력 분쟁 지역의 어린이를 위해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작가 김숨은 전쟁 성폭력 피해 당사자였던 그녀가 오늘날 전쟁 폭력 피해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며 그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은 가운데 어느 날 김복동 할머니와 다에시(IS)에 납치돼 칼을 들고 혹독한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야디지족 소년과의 만남을 지켜보며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김숨 작가가 글을 쓰고 영국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어린이 책 부문에 선정된 황미선 작가의 그림으로 탄생한 《아이와 칼》은 소설가 김숨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그가 생전에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소설을 쓸 무렵 알게 된 김 할머니의 태몽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

살육의 훈련 속에 아직 어린 소년의 손은 계속 자라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소년이 쥐게 될 칼도 점점 더 커지고 강해질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용되고 있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손가락을 소년은 저주한다. 그러나 그런 소년의 손을 따듯이 보듬어 주는 나비가 있다. 한때는 자신의 진짜 이름도 잃고, 군인들 손에 찢기고 짓밟혀 아기를 낳고픈 꿈조차 잃어버린 나비는 기꺼이 소년의 엄마가 되어 주려 한다. 지난날의 아픔을 삭인 나비의 두 눈에 세상 모든 아이들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의 전통 한지에 과슈와 색연필로 색을 입히고 판화와 자연스런 질감이 살아있는 콜라주 기법 등을 사용한 황미선 작가의 그림은 인권유린으로 인격이 말살되어 슬픔에 가득 찬 소년의 얼어붙은 감정을 나비의 따스한 날개로 직접 어루만져 주는 듯 생생하다. 또한 은유적이고도 우화적인 그림은 텍스트 너머의 또 다른 이야기를 독자 스스로가 발견하게 해 준다.

2018년 여름, 일본군‘위안부’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뵈며 증언소설을 쓸 때였습니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인 할머니께서 현재 전쟁 폭력 피해자인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며, 그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마음을 다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열다섯 살에 일본군‘위안부’로 동원돼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복된 이름을 잃고 군인들이 지어준 이름들로 불리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돼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 다에시(IS)에 가축처럼 납치돼 (손에 칼을 들고) 끔찍한 군사 교육을 받고 그로 인해 악몽에 갇혀버린 야지디족(이라크 북부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 종족) 소년과 김복동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즈음 제게 자연스럽게 떠올라 한 편의 동화가 돼주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며, 전쟁 폭력에 노출돼 고통받고 있는 소년 소녀들의 해방과 평화를 빌며, 황미선 작가님과 함께 《아이와 칼》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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