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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는 ‘전두엽’이 결정한다
내가 누군지는 ‘전두엽’이 결정한다
  • 유무수
  • 승인 2022.02.1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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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김종성 교수의 뇌과학 여행, 브레인 인사이드』 김종성 지음 | 궁리 | 340쪽

전두엽 활성화 하면 분노조절·공감능력 풍부해져
범죄예방하려면 치료 병행해서 억제 능력 높여야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고 입술로 시인해야 구원에 이른다는 성경구절을 신봉하고 설교했던 목사가 치매에 걸리면 하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게 된다. 뇌과학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 존재는 거의 ‘뇌의 전기적 작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드라마 「홈랜드」에서 니콜라스 브로디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포로생활을 8년 한 후 구출된 해병대원이었다. 그가 어느 날 새벽 창고에서 천을 깔고 엎드려 절하는 자세를 취했다. 메카를 향한 이슬람교도의 예배였다. 이제 브로디는 누구인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인 김종성 저자는 “전두엽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한다. 전두엽이 바로 경험과 감정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기관이기에 전두엽의 상태가 인간존재를 결정한다.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떻게 얼마나 활성화되는가’ 하는 것이 존재방식을 바꾼다.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면 인간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된다.

저자가 예시로 든 영화 「스틸 엘리스」에서 언어학 교수인 주인공 앨리스는 언어구사에 장애가 생기고, 집의 화장실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녀는 아직 40대였지만 알츠하이머 환자가 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감정과 함께 뇌에 쌓인 에피소드가 무자비하게 사라짐으로써 성격과 판단력의 기반이 붕괴되고 소멸한다. 삶에 대한 추억을 전혀 공유할 수 없고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환자인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교수일 수 없다.      

범죄자는 전두엽 활성화가 덜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두엽이 손상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은 억제 능력이 떨어져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두엽의 논리에 의하면 교도소에서는 전두엽 활성화를 돕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분노를 더 잘 조절하게 되고 판단능력과 연민의 감정이 더 풍부해져 범죄행위와 멀어질 수 있다. 전두엽이 그대로면 똑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사후세계·환생은 생각의 과잉일 뿐

저자에 의하면 종교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것이다. 약 500만 년 전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온 인간은 자기성찰적 자아와 언어가 발달하면서 전두엽과 두정엽도 발달했다. 뇌가 발달한 인간은 자연적 수명을 충분히 누리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고, 죽음의 공포는 사후세계와 환생을 희망하고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교가 형성됐다. 그러나 죽으면 어디론가 간다는 것은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 뇌가 만들어낸 ‘생각의 과잉’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을 관장하는 것은 뇌이다. 빙의, 유체이탈, 임사체험도 뇌과학의 관점에서는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다. 그래서 저자는 종교, 임사체험에서 이야기하는 신비적 해석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다.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저자의 관점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뇌에서 나온다. 그 뇌를 합리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전두엽의 발달을 위한 교육과 자유로운 환경조성으로 전두엽의 지평을 넓혀 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종교가 ‘생각의 과잉’이라면 예수가 선포한 사랑의 계명, 붓다의 팔정도(八正道), 공자의 인의예지 가르침 등은 진선미를 지향하기에 바람직한 생각의 과잉이다. 한의학 가문에서 태어나 서양의학을 공부한 일본인 의사 하루야마 시게오는 『뇌내혁명』에서 진선미를 추구하는 생활은 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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