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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공정 담론 해부…순수문학·학술출판 확장성 모색
민주정부·공정 담론 해부…순수문학·학술출판 확장성 모색
  • 김재호
  • 승인 2022.02.0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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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출판사 기대작과 전망

사회 변화와 트렌드에 부응하는 서적 출간이 가장 중요
노벨문학상·전미도서상·르노도상 관련 작가와 작품들 기대

세상을 떠난 이를 기리거나 그의 작품을 선보이는 책들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돌베개는 백기완(1932∼2021) 서거 1주기 추모 산문집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백기완 선생과 나』를 2월에 출간한다. 1960년대 전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백기완 선생과 함께 활동했거나 활동의 주요 내용을 기억, 증언하는 이들이 참여한다. 

책과함께는 임인년에 타계 10주기가 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 평전』을 선보인다. 이 책은 홉스봄(1917∼2012)의 어린 시절부터 타계까지 일대기를 다룬다. 홉스봄이라는 한 인간의 면모와 변천을 생생하게 들여다본다. 홉스봄은 ‘혁명·자본·제국의 시대’ 역사 3부작을 집필했다.  

한울엠플러스는 작고한 로널드 잉글하트(1934∼2021) 전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의 『조용한 혁명』, 존 톰슨 캠브리지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도서 전쟁』 등 묵직한 학술서를 출간한다. 

 

임인년에 출판사들은 대중심리, 인문학, 기술윤리, 민주주의와 공정 담론, 평전 등 다양한 색깔의 책들을 출간한다. 사진=픽사베이

 

 

더 좋은 감각으로 일상에서 행복하기

일상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성찰을 책들도 눈길을 끈다. 세종서적은 감각에 관한 최신 과학으로 우리의 일상과 루틴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센스: 아침부터 잠들기까지 감각으로 행복해지기』는 3월 출간 예정이다. 저자 러셀 존스는 다중감각 디자인 전략으로 상품 브랜드화 일을 해왔다. 그는 이제 일상의 감각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지 알려준다.  

김영사는 전 세계 석학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가 함께 쓴  『노이즈』를 출간한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넛지』의 공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선택 설계자들』의 저자인 올리비에 시보니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수석연구원이 “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저하시키는 ‘잡음(noise)’을 어떻게 극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촌철살인을 보여준다.  

사월의책은 『마음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평전』을 출간한다. 키르케고르는 풍요와 안락에 마비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인간 ‘실존’의 차원에서 처음 던진 인물이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물질적 삶이 편리하고 쉬워질수록, 모든 삶의 방식에 매뉴얼이 생기고 전문가의 힘이 커질수록, 오히려 개인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삶의 생동감은 실종되는 기묘한 현대의 상황을 비판했다. 

어크로스는 빅테크 시대에 윤리와 공감을 돌아본다. 스탠퍼드대학의 교수인 세 저자는 ‘최적화’를 향한 대기업들의 집착이 이 사회에 차별을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고 경고한다. 빅테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 책은 현 상황을 파악하고 더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 솔루션을 제시한다.

 

김동춘 교수, 민주정부에서 불행한 이유 분석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저서들도 주목된다. 사계절출판사는 오는 10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우리는 왜 민주정부하에서 더 불행한가』를 출간한다. 이 책은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의 사회, 자본주의에 적응하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오늘날 한국의 그늘이 무엇 때문인지 밝힌다. 

 

왼쪽부터 고 로널드 잉글하트 전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존 톰슨 캠브리지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사진=미시간대, 교수신문DB, 캠브리지대.

아카넷은 묵직한 학술서를 내놓는다. 한국 사회의 공정 담론에 대해 롤스를 비롯해 규범적 정치이론가 7명의 이론을 통해 알아보는 사회과학 교양서 『공정을 넘어 정의로(가제)』가 3월에 출간된다. 이외에도 『플라톤 전집』, 『키케로 전집』, 『정신현상학』, 『유클리드 원론』, 『니체 선집』 등을 선보인다.  

메디치미디어는 메르켈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올라프 숄츠의 책 『희망의 땅, 독일』을 5월에 선보인다. 올라프 숄츠는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서 공존을 고민했다. 독일 사회가 처한 현실을 통해 한국의 상황도 엿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순수문학이나 학술출판에선 도서 수상작품이나 유수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들이 눈에 띈다. 민음사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에세이를 국내 첫 출간한다. 바로 『다정한 서술자』이다. 토카르추크는 동물보호 등 환경·사회운동가로서 책에는 문학적 실험을 주제로 한 강연이 담길 예정이다.   

다산북스는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의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을 내놓는다. 이 작가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파친코』를 집필했다. 『파친코』는 2017년 <뉴욕타임스>, <BBC> 등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으로 선정된 화제작이다.

책세상은 프랑스 파리12대학 철학 교수이자 푸코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그로의 신작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를 출간한다. 이 책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에 2021년 노미네이트됐다. 프리모 레비, 아니 에르노, 제임스 볼드윈 등의 예를 거론하며 윤리·정치 철학이 아예 망각해왔던 감정인 ‘수치심’을 깊이 있게 탐험한다.

소명출판은 학술의 확장성을 모색하는 책들을 출간한다. 대한매일신보 관련 최초의 국제재판을 다룬 네 건의 역사드라마, 이건창을 비롯해 구한말의 걸출한 문장가 네 사람을 다룬 한말 사대가 평전 4책, 오초 오상순의 글을 엮은 오상순 전집, 발굴작을 더한 이용악 전집의 개정증보판 등을 선보인다. 

수류화개는 고전에 집중한다. 『율곡 이이의 성리학』, 『명심보감』 등으로 현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푸른역사는 독일어권 역사학계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개념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최종본을 출간한다. ‘경제’, ‘반동-복고’, ‘도덕’, ‘통일’, ‘협회’ 등 5차분(제21권~제25권) 번역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현실문화는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동시대 미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비평서 『엑스폼: 미술, 이데올로기, 쓰레기』를 출간한다. ‘엑스폼’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생산적이거나 수익성이 없는 것, 무가치하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공공성과 합리적 보상 있어야 출판문화 개선

출판사들은 설문에서 ‘사회 변화와 트렌드(대선, 기후변화, 비대면, 실업, 부동산, 비혼 등)에 부응하는 서적 출간’이 올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33개 답변 중 17개(51%)가 이같이 답했다.   

특히 출판시장에 대한 공공성이 임인년 주요 이슈로 꼽혔다. 개마고원은 공종적 도서유통기구 설립을, 교육공동체벗은 출판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글담은 젊은 출판인들이 저임금, 고노동에 시달리며 이탈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출판계 인력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마음산책은 기초학문 연구자 지원과 이들의 대중교양서 저술에 대한 좀 더 합리적인 보상, 인문 사회 분야의 책들을 심도 있게 읽을 잡지들의 꾸준한 발간 지원 확대를 당부했다.  

뮤진트리는 “순수문학 및 예술 등 출판의 본질에 부합하는 서적들도 제자리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책을 제대로 읽게 하는 교육,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북레시피는 한국사회 출판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기후 변화나 정치적 파장 등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을 인간의 가치와 신념을 담은 이야기나 본질적 콘텐츠에 대한 기획 출간”을 강조했다. 

이유출판은 임인년 한국 출판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급변하는 사회 변화와 그에 따른 발 빠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현상 저변의 유장한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해당 분야에서 지속적인 이슈로 제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창비는 “문학적 깊이와 감동을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문학서”가 중요하다며 “실천성과 현장성을 견지한 교양서가 두루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청송재는 올해 출판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독서문화 활성화 및 출판문화 선진화 방안의 내실화, 출판업계 거래 관행 합리화 방안 마련 및 시행을 강조했다. 

특히 호밀밭은 출판만으로 생존하기 힘든 환경을 지적했다. 이제 출판시장은 “구독서비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운영 등을 중심으로 ‘출판 서비스’를 진행하며 불특정다수가 아닌 충성고객(팬)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아울러 호밀밭은 “종이책이라는 한정된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 영상 콘텐츠, 2차 저작물 등을 적극 활용하며 하나의 소스를 여러 콘텐츠로 확산할 수 있는 방법(OSMU)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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