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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검증
토론과 검증
  • 신희선
  • 승인 2022.02.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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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지금은 저마다 극단적인 소셜 미디어 동굴에 갇혀 독선적 믿음을 키워가는 양극화 시대다.” 로버트 새폴스키는 토론이 어려운 이유를 각자 자신만이 옳다는 신념과 확증 편향을 지적한다. 정치적 입장이 맞서는 토론은 편가르기를 심화시키고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How to Have Impossible Conversations』 책은 자신과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예의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며 “개싸움에서 토론”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의 토론의 현주소는 어떤지, 누가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생각해 본다.  

민주국가들은 반대되는 입장의 정당들도 긴 토론을 펼친다. 토론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설득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토론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최근 조기 종영된 JTBC의 ‘가면토론회‘의 경우 토론의 외피는 입었지만 기본적인 예의마저 실종된 오락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변조하고 닉네임 뒤에서 누구인지 모른 채 논리만으로 서로 진검승부를 펼치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익명성에 기대어 독설을 늘어놓는 자리였다. 

“삼프로 TV가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대선 후보자들의 경제 정책을 들어본 유튜브 채널의 인터뷰가 주목을 받았다. 토론 형식에 따라 기계적으로 발언 시간에 제한을 두는 토론 프로그램보다 오히려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 후보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후보의 답변을 들으며 포퓰리즘에 편승한 선거용 발언인지, 균형감 있는 식견으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인지 비교가 된 것이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삼프로를 보고 확실하게 알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대선 정국에 프로파간다가 활개치고 있다. 선동적인 슬로건과 근사하게 후보를 포장하고 연출하는 이미지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더해져 대선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볼 여지가 협소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토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토론 없이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민주당 후보와, “토론은 싸움 밖에 안 된다. 차라리 이렇게 각자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고 삼프로 인터뷰에서 말한 국민의힘 후보가 지상파 방송에서 하는 첫 대선토론을 지켜볼 일이다.

국민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설득과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프로파간다” 사이에서, 어떤 후보가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이 있는 인물인지 판단하는 유권자의 통찰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부터 검증의 시간이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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