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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익의 사회철학 1권 비판과 체계: 하버마스와 루만
장춘익의 사회철학 1권 비판과 체계: 하버마스와 루만
  • 최승우
  • 승인 2022.02.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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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춘익 지음 | 21세기 북스 | 520쪽

하버마스와 루만에서 칸트, 헤겔, 마르크스, 짐멜까지
독일 사회철학을 대표하는 불멸의 사상가를 깊이 탐색하다 

1권 『비판과 체계: 하버마스와 루만』에는 저자의 중요 연구대상이었던 사상가들을 입문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글을 모았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헤겔과 마르크스에 대한 연구로 사회철학을 시작했으며, 『자율적인 주체와 이성적인 사회. 헤겔, 마르크스, 하버마스의 이론과 실천』(Selbstreflexiv-selbstbestimmende Subjektivität und durchsichtig-vernünftige Gesellschaft: Theorie und Praxis bei Hegel, Marx und Habermas. Peter Lang, 1994)이라는 논문으로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 2006년 하버마스의 주 저작인 『의사소통행위이론』의 한국어 번역본을 내놓을 때까지 하버마스의 주요 저작들을 탐구하는 논문을 많이 썼기 때문에, 저자는 국내에서 일차적으로 하버마스 연구자로 인식되었다. 
또한 저자는 1990년대에 여러 글에서 루만의 다양한 저작들을 참조하고 인용했으며, 2012년에는 루만의 주 저작인 『사회의 사회』 한국어 번역본을 내놓으며, 이를 통해 한국에서 하버마스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루만의 체계이론적 사회학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저자는 이후 루만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논문들은 물론이고,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겔렌이나 짐멜의 저작들을 루만 사유의 지평에서 다각도로 탐색하거나, 하버마스와 루만 사회이론을 상호 비교하는 관점을 담은 흥미로운 논문들을 여러 편 남겼다. 
하버마스에 대한 저자의 연구는 2018년 『의사소통행위이론』에 대한 네이버 강연에 이어 2020년 하버마스의 최근 대작을 소개하고 비판하는 논문으로 다시 한번 결실을 보았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루만의 체계이론 모두를 섭렵한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판과 체계’로 압축할 수 있는 철학적 문제의식에 대한 
사회철학자 장춘익의 빛나는 통찰 

1권의 제목인 ‘비판’과 ‘체계’는 각각 하버마스와 루만을 대표하는 개념임과 동시에, 장춘익이 특별한 존경을 표현했던 사상가인 칸트와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독일 사회철학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이다. ‘비판’은 근대적 주체 혹은 근대 시민사회의 한계를 규정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체계’는 이성과 학문의 질서를 수립하는 원리 혹은 분화된 근대사회를 총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꾸준히 사용되어왔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하버마스는 파슨스와 루만의 체계이론과 매체이론을 자신의 비판적 사회이론에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이 책의 1부 ‘하버마스’에 모은 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하버마스가 규범적 혹은 비판적 관점뿐만 아니라 경험적 분석과 제도적 차원에 주목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하버마스의 비판적 사회이론 성립에 기여한 루만의 공로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루만 역시 하버마스와의 논쟁을 거친 후 일차 관찰자의 맹점에 대한 이차 관찰로서의 비판을 비롯해 규범적 함축을 갖는 여러 개념들에 대한 체계이론적 해명을 시도하였다. 

2부는 하버마스의 철학과 대비해보며 루만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현대사회의 합리성, 도덕의 반성이론으로서의 윤리학, 여론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루만의 사유를 탐색한 저자의 글들은 하버마스와 루만의 논쟁의 상호과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두 사상가와 다소간의 연관 속에서 헤겔, 칸트, 마르크스, 짐멜을 다루는 글을 모아 ‘철학사적 지평’이라는 제목 아래 3부로 구성하였다. 
3부에서는 하버마스가 역설한 비판적 사회이론의 방향을 모색하면서 헤겔, 마르크스 등을 다룬 논문과, 루만 연구의 과정에서 갖게 된 도덕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짐멜을 통해 전개한다. 이 글을 통해 변증법과 역사유물론이 쇠퇴하고 포스트구조주의가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의 지적 상황에 대한 저자의 대응을 확인할 수 있고, 짐멜을 다룬 글에서는 규범적 지향을 뚜렷이 갖고 있는 사회철학자가 다소 탈규범적인 사회학 이론을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장춘익은 여러 위대한 사상가의 사유를 쉬운 우리말로 소개할 뿐 아니라, ‘비판과 체계’로 압축될 수 있는 복합적인 사회철학적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회철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저자가 늘 지향했던 소통과 연대의 정신, 독일철학의 다양한 성과를 도입하여 현대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분투하는 한 철학자의 사려 깊은 고뇌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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