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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0] 눈이 붉어 무섭지만 맛있는 눈볼대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0] 눈이 붉어 무섭지만 맛있는 눈볼대
  • 권오길
  • 승인 2022.02.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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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볼대
눈볼대. 사진=위키미디어

은퇴 나이가 된 제자에게서 제주 특대자 은갈치를 선물 받고는 여러 상념에 빠져들었다. 먼저 ‘사제(師弟)관계는 은원(恩怨, love and hate) 관계’란 말이 떠오른다. 사실 공맹(孔孟) 이야기에는 스승과 제자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는 성인이 못된지라 그 관계가 훨씬 낮은 차원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내가) 스승을 잘 모시지 못했기에, 제자들에게서 푸대접을 받기도 하며, 그래서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흔히 사제관계를 논할 때 놓치기 쉬운 것이 있으니, 제자 스스로가 건강하고 출세하지 못하면 스승도 싫고 밉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잘되어야 선생님도 조상도 고맙고, 존경스럽다는 것. 그래서 지방대학과 여자대학의 교수는 매우 불행하고 서럽지 않을 수 없다는 거지. 하지만 누구라도 스스로 하기에 매였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제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태 묻어 두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춘다. 경기고 제자 박해선 군이 생선을 보냈듯이 필자도 대학 은사님 두 분(김 준민, 이 주식 선생님)께 춘천 닭갈비를 보내드렸던 적이 있다. 두 분이 세상 떠나기 전까지 마냥 여러 해 동안 다달이 보내드렸지. 별것 아닌데도 닭갈비를 받으시면 굳이 전화를 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신다. 늙어보니 선생님들의 그 깊은 뜻을 조금은 알겠다. 그런데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쳤다고 여기지만, 정녕 제자들을 더 아끼고, 배려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고 한스럽다.

제자 박 군이 은갈치를 보내온 지 얼마 뒤에, 또 제주산 생선인 ‘빨간 고기’를 보냈는데, 알고 보니 처음 먹어보는 ‘눈볼대’였다. 비림이 덜한 것이 무척 푸지고, 무엇보다 잔뼈가 없어서 아주 좋았다. 그럼 눈볼대에 대해서 알아보자.

눈볼대(Doederleinia berycoides)는 몸길이가 30cm 정도인 바닷물고기로 눈이 매우 크고, 몸과 지느러미 전체는 선홍색이며, 배는 약간 희다. 또한 입속(아가미 속)이 검은빛이기 때문에 ‘목이 검은 농어’라는 뜻인 ‘blackthroat seaperch’라는 영어 이름이 사용된다. 배 부분을 제외한 몸은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띠지만 지느러미는 노란색에 가깝다.

그리고 눈볼대는 동인도양에서 일본과 호주가 속하는 서태평양이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에 서식하며, 일본 중부 이남, 인도양, 서태평양 등에 분포한다. 그리고 눈이 상당히 커서(얼굴의 반 정도) 사람들은 ‘눈볼대’라는 이름을 붙였고, 금태, 눈퉁이, 눈뿔다고, 빨간고기, 붉은고기(赤魚, 赤鯥)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큰눈농어’라 부른다.

눈볼대(rosy seabass)는 몸이 타원형이며, 옆으로 납작한 편이고, 살이 탱탱하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돌출되었고, 육식하므로 양턱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1줄로 나 있다. 등지느러미는 1개이고, 가슴지느러미는 길어 뒤끝이 항문에 달하며,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약한 가랑이(끝이 갈라져 벌어짐) 형이며 검다. 측선은 몸 등 쪽에 치우쳐 뻗어 있으며, 비공(鼻孔)은 2쌍이고, 몸은 비교적 큰 즐린(櫛鱗, 빗비늘)으로 덮여 있다.

수온이 10~20℃에 이르는 깊이 80~150m 연안에서 살며, 가을과 겨울 사이에 깊은 바다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어 얕은 연안으로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이다. 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 새우나 게와 같은 갑각류,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을 잡아먹고 산다. 육식성인 물고기들은 초식성인 것들보다 비림이 덜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눈볼대도 덜 비린 축에 든다.

7~10월 사이가 산란기이고, 이때 암컷은 약 25만 개의 알을 낳으며, 산란은 한국 동·남해안의 천해에서 이루어진다. 알은 0.9mm 정도의 크기로 부화한 후 몸길이 1cm로 자라면 각 지느러미가 모두 갖춰진다. 이후 자라는 속도나 수명은 암컷과 수컷에 따라서 차이가 생긴다. 수컷이 3~4년 정도를 살면서 20cm 이하의 크기로 자라는데, 암컷은 약 10년가량 살며 30~40cm까지 자란다. 수컷은 알에서 부화한 후 3년, 암컷의 경우 4년이 지나면 짝짓기가 가능한 시기가 된다.

눈볼대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몸집이 작지만, 맛이 좋은 고급 어종으로 취급되며, 여름철에는 물회로 즐겨 먹고, 보통은 조림, 소금구이, 찌개(탕) 등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껍질은 붉은 비늘이 덮으며, 일본인들은 아까무스(あかむす)라 하며 아주 선호하는 생선인데, 옛날에는 잡혔다 하면 일본에서 수입해갔던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일식집 사장들은 제철에 구매했다가 냉동을 해두고, 일 년 내내 고급 손님들에게 구이로 내어놓는 생선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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