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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선진국의 고등교육체제 혁신, 대학법 제정으로 
품격 있는 선진국의 고등교육체제 혁신, 대학법 제정으로 
  • 김봉억
  • 승인 2022.03.0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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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⑪ 연재를 마치며

“이제 대학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내어 시민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대학이 입시의 관점이나 대학구성원의 거버넌스의 관점을 벗어나, 
국가와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는 핵심적인 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대학은 망했다.”
2021년 6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고등교육 위기 극복을 위한 사립대 토론회에 나선 삼각지 대학정책 TF(이하 연구팀) 발제자의 일성이었다. 

2021년 입시 결과는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마치 망하기를 바라기라도 하듯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은 망한다”는 오래전부터 망령처럼 떠돌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났다. 신입생 미충원이 국립대학을 덮치자 언론과 정치권, 나아가 지방자치단체가 술렁였다. ‘국립대학 너마저…’

대학의 소멸은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이다. 지방 소멸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도시에 소재한 대학의 소멸은 해당 지역의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대하여 도시의 침체 혹은 소멸을 부추기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혹자는 그런 곳에도 대학이 있어야 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대학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 질문이다.

우리는 대학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경계한다. 대학은 최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 기관이다. 설립 주체가 누구이건 이 역할은 같다. 식민지체제에서 벗어난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 대한민국의 성장에 대학의 역할은 지대했다.

한국인의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대학의 성장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필수적인 고급지식을 생산하고 전문인력을 배출하였으며,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오늘의 한국 대학체제는 지난 70년간 이룩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궤적을 그대로 반영한 역사적 산물로서,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역 주민의 교육 복지를 실현하였다. 

대학문제의 근원적 탐색이 필요했다

대학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의 의견이 난무한다.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지역소멸과 결부 지어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고등교육체제 대전환’, ‘지역소멸과 지역대학의 위기’, ‘고등교육 위기 극복’ 등 각양각색의 제목으로 정치인들은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주최하기에 바쁘다. 대학 총장들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대학의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운영을 보장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한다.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으며, 국민 여론은 대학의 아우성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대학이 위기에 빠졌고, 왜 대학의 위기에 국민은 공감하지 않고, 왜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가. 도대체 대학의 위기가 무엇인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대학문제의 근원적인 탐색이 필요했다. 위기의 원인을 끝까지 파헤치고 현상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 절실했다.

연구팀은 지난 9개월 동안 매주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일곱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대안을 모색했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단행본 『대학법 체제 정비』이다. ‘대학법?’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의문이 생길지 모른다. 대학이 몇 개고, 대학생이 몇 명인데 아직도 대학법이 없다고? 교수가 연구하고 가르치면 되지 무슨 대학법이 필요해? 어쩌면 이런 반응이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은 있지만 대학법은 없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게 그거 아님을 단행본에서 입증했다. 

우리는 지금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산다. 대학은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가는 대학이 이런 의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는가? 교수는 의무 수행에 합당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가? 학생의 수요에 맞게 가르치고 있는가? 혹시 이런 질문에 대하여 수도권 대학이 가장 좋은 대답을 제시한다고 판단하고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것은 아닐까. 경제적, 사회적 기반의 차이로 지역 대학은 이러한 의무 수행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대학은 시대의 산물…교수사회 환골탈태가 급선무

대학은 시대의 산물이다. 대학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만 도태당하지 않는다. 대학이 생산하는 지식과 양성하는 인력이 변하는 산업구조와 사회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괴리가 대학 위기의 근원은 아닌지 돌아볼 여지가 있다. 교수사회의 환골탈태가 급선무이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기득권에만 안주해왔다는 교수사회에 대한 비판은 그래서 뼈아프다.

변해야 산다! 대학교육의 목표를 바로 잡고 대학의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재정지원의 규모를 늘리고 방식을 합리화하고…. 그러나 그 전제와 토대로 대학의 기본질서를 정립해주는 대학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립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국립대학법이, 사립대학의 발전을 위하여 사립대학법이 필요하다. 역사적 과제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사립대학이 설립되고 역할을 했다면, 그 자체로 인정하고 앞으로 사립대학이 발전할 기회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공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립대학의 구조와 운영을 규율할 사립대학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국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지극히 당연하다. 대부분이 지역에 소재하는 국립대학이 우수한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가의 행·재정적 지원과 대학의 책무를 규율하는 국립대학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립대학을 정부 기구의 말단 조직으로서 관리하고 통제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고등교육 기관이자 탁월한 연구기관으로서 존중하고 지원하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또 대학은 이에 상응하는 연구와 교육의 실적으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선진국, 그 열쇠는 대학 혁신·발전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대에 서 있다.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서 미래사회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추격형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후발 국가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인지. 그 열쇠는 대학의 혁신과 발전에 있다. 

이제 대학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내어 시민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대학이 입시의 관점이나 대학구성원의 거버넌스의 관점을 벗어나, 국가와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는 핵심적인 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대학을 향한 우호적인 여론이 없다”는 지적은 폐부를 찌른다.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듯 냉소적인 시선으로 쏘아대는 민심이 변하지 않는 한 대학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집권당 89명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11월 중순, 연구팀과 <교수신문>은 12월 초부터 기획연재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를 11회 분량으로 싣기로 했다. 전략회의를 거쳐 주제를 선정하고, 필진과 집필 방식을 결정했다. 단행본과 또 다른 글쓰기여서 연구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연재기사가 나올 때마다 자신감이 붙었고, 다음 필진의 의욕을 자극했다. 더불어 연구팀의 문제의식은 더욱 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교수신문> 독자들에게 널리 공유하는 기회가 생겨났다. 

특히 좌담회와 서면 인터뷰를 통한 의견수렴은 기획연재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향후 연구팀 작업의 중요한 기준점들을 제시했다. 연구팀의 이름으로 좌담회와 서면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연구팀은 이미 다음 작업으로 차기 정부에 대학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기획연재가 큰 동력이 되었음을 밝힌다. <교수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국립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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