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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주의적 도시연구의 대안, 사용자중심 안식처 ‘스마트 쉘터’
기능주의적 도시연구의 대안, 사용자중심 안식처 ‘스마트 쉘터’
  • 김봉억
  • 승인 2022.03.08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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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융합연구의 미래’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교수신문 공동기획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장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합쳐 새로운 유형의 지식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사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과학기술은 맹목적이고, 과학기술과 분리된 인문사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국내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국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K-융합연구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② 융합이 치유하다_사회문화 통합전염병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④ 융합이 쓰는 미래_新기후 시나리오
⑤ 융합이 만난 언어뿌리_문화+마이닝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_웰다잉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⑧ 융합의 색다른 발상_환자 회복 패러다임
⑨ 융합의 연결고리_다문화 의사소통 앱
⑩ 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정서적 고립, 자연재해로 인한 거주지 파괴, 와이파이를 찾아 방황하는 도시난민... 갈수록 복잡해지는 재난·재해에서 인류를 지켜줄 21세기형 안식처가 등장했다. 바로 홍익대 학제간융합연구팀(연구책임자 고경호 조소과 교수)이 제시한 ‘스마트 쉘터’ 이다. 스마트 쉘터란 현대인이 직면한 다양한 유형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기술이나 인터넷,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카멜레온의 껍질’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며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지닌 공간이다.

구독형 쉘터 외부 모습이다.  사진=한국연구재단
구독형 쉘터 내부 모습이다.  사진=한국연구재단

인문학·공학 융복합…사회적·자연적 재난에 대응

홍익대 학제간융합연구팀은 「스마트 쉘터 공간 구축을 위한 철학·건축·예술·문화·공학에 대한 융합 연구」를 주제로 2015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총 5년 6개월 간 스마트 쉘터의 개념적 합의를 도출하고, 실제 모델을 제시했다.

스마트 쉘터는 안정된 공간 혹은 은신처라는 물리적 차원의 거주공간이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용자를 위한 인간 중심의 도시공간을 실현하는 사회적 공간이면서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공간, 나아가 미감의 차원까지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이 연구의 핵심 주제어인 ‘스마트’는 인간의 편의와 쾌적함을 극대화하는 의미를 포함(기술공학적 차원)하는 동시에 쉘터를 둘러싼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사회적·생태적 차원), 그리고 스마트의 기준 혹은 의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지(철학적 차원), 그것을 어떤 형태로 구현해야 하는지(예술적 차원)의 다각적인 영역을 함축한다. 

학제간융합연구팀은 1단계 연구에서 스마트 도시 건설이라는 기능주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스마트 공간 구축을 위한 공간론을 창출하였다. 또 이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재난상황, 주거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나열하고 인터페이스로서의 공간구축을 추진하며 구체화된 스마트 쉘터 모델을 정립하였다. 2단계 연구는 스마트 쉘터의 실제 구현과 확산을 목표로 ‘사용자의 구체적 필요에 반응하는 보호처’로 스마트 쉘터의 이론적 정의를 내리고, 보편적·사회적 트렌드와 한국의 특수 문제에 대응하는 쉘터 모델을 계획하였다. 

인간의 사회·생태적 삶과 환경, 철학과 예술·공학으로 고찰

연구는 인간의 사회·생태적 삶과 환경, 철학과 예술, 기술공학 등의 연구주제가 어우러진 만큼 융합연구팀도 복합학(과학기술학·과학기술과 미술), 인문학(철학·미학·예술학), 공학(건축공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홍익대 조소과(고경호)·예술학과(정연심), 한밭대 건축학과(김덕수), 한양대 건축공학과(김언용·지승열), 숙명여대 교양학부(박영욱) 등 각 분야 최고 연구자들이 뜻을 함께했다. △건축분야는 공간 디자인 △공학 분야는 인간중심의 디지털 기술 실현 △철학 분야는 인문학적 이론 고찰 △예술 분야는 디자인의 심미적인 부분과 사용자의 문화적 감성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안식처라는 대안적 공간을 제시하며 학술적·문화적 기여와 다양한 사회적 문제해결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했다. 개별 스마트 쉘터는 사용자 개인을 위한 안식처인 동시에 고립된 형태가 아니라 사물인터넷과 사용자의 뇌파 등을 통해 다른 쉘터와 연결되고, 결국은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이다.

'스마트 쉘터' 융합연구팀 구성과 분야

현실 사회문제 대안, 구독형·힐링형·재난형 쉘터

새싹형 다년 연구과제로 이번 연구는 22편의 전문 학술논문과 2권의 저서, 국내 76건·국외 81건에 이르는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 등 다양한 성과물을 남겼다. 현대미술사학회 등 학술적 깊이가 있는 학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을 기획하고 융복합 방법론을 확장한 것도 의미 있는 결실이다. 

융합연구팀은 사용자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전쟁과 자연재해 등 각종 재난을 대비한 재난형 쉘터 △도시의 주택난 해결 등을 위한 주거형 쉘터 △교육과 예술이 구현되는 힐링형 쉘터로 유형을 구분하였다.

특히 ‘인간 중심적인 공간’이란 화두를 던진 구독형 쉘터를 실물로 구현해 반향을 일으켰다. 201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전시한 ‘구독형 쉘터’는 길이 7m·폭 7m 공간구조물에 주거시설 및 사용자의 생체리듬을 체크할 수 있는 다양한 IoT 기술을 접목했다. 특히 구입과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선택과 이동이 가능한 첨단 주거 모델을 제안하여 현대 도시에서 발생하는 주거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

구독형 쉘터에서 생체정보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국연구재단

2021년에 제작한 DMZ 쉘터는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상황을 반영했다. DMZ 공간을 평화생태적이며 관광, 체험예술, 교육의 다목적 미디어 공간으로 연출해 관심을 모았다. 

DMZ 쉘터 3D 모습이다.  이미지=한국연구재단

스마트 쉘터 연구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로 응용·확장되고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실제적 가능성도 적극 실험됐다. 2019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개최된 ‘리서치 파빌리온’에 참여하여 스마트 쉘터 계획안과 연구과정을 전시하였다. 2020년 10월에는 자연환경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국·라오스·말레이시아 3개국이 참여한 국제학술대회 ‘2020 Korea Association for History of Modern Art : Smart Shelter for Urban Refugees’를 온라인으로 개최하여 스마트 쉘터의 개념과 확장 가능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사용자, 즉 인간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 쉘터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사회에 접목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8월 서울 숭례문과 마포구 홍대입구역에는 서울시가 추진한 미래형 교통서비스 구현을 위한 중앙버스정류소 ‘스마트 쉘터’가 등장하며, 기술과 인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시티의 접속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연구책임자인 고경호 홍익대 교수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스마트 공간의 정의와 비전은 미래도시가 갖는 개념의 모호함과 가치 부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특히 거주형 쉘터 모델은 주거시설, 휴양시설, 상업시설로 활용될 때 경제적·산업적 효율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실제 도시계획의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융복합연구팀은 인문학적 고찰의 결과물이자 실증연구의 일환으로 연구논문, 교재발간, 교차강의 등을 추진했으며, 관련 내용과 성과를 융합예술 전문웹진 ‘인터랩’과 ‘스마트 쉘터’를 통해 소개해왔다. ‘스마트 쉘터’연구의 후속연구로 2021년 7월 연구재단 일반공동연구의 융복합과제인 ‘DMZ의 스마트 폴리 구축을 위한 건축·예술·공학 융복합연구’사업을 개시했다. 

공동기획팀 editor@kyosu.net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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