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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술진흥법 도입해야 학술계 기울어진 운동장 사라진다”
“기초학술진흥법 도입해야 학술계 기울어진 운동장 사라진다”
  • 윤정민
  • 승인 2022.03.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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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학자 연구 지원만은 강화 필요”

인문사회학술개혁포럼·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초학술기본법’ 관한 제2차 고등교육 학술토론회 17일 개최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과)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고등교육 학술토론회에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강득구TV’ 캡처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과)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고등교육 학술토론회에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강득구TV’ 캡처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초학술기본법이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연구재단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를 관리할 부서를 새로 정비하고 예산도 늘려야한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과)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차 고등교육 현안 학술토론회’에서 밝힌 주장이다.

인문사회학술개혁포럼과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기초학술기본법(이하 기본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김 교수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을 강조한 이유는 현재 대학이 감당할 수 없는 인문사회 연구인력 확보와 양성 문제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예산을 증액해 최소 2천 명, 최대 4천 명까지 국가가 인문사회연구교수를 뽑아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연구자 개인 또는 지역별 연구자 집단의 자율성과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해 학문의 정상적 발전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기초학술기본법(이하 기본법)’에 기초학문, 기초학술, 인문, 인문향유권 등 주요 개념을 분명히 밝힌 뒤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나가야 한다며 법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인문’을 “인간, 사회, 문화, 자연에 대한 진리 탐구를 바탕으로 이룩한 인간다움과 그 정신적·물리적 활동의 총화"라고 규정하는 걸 말한다. '인문'이 인문학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라 기초학문, 기초학술을 바탕으로 함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다.

김 교수는 기존 법안에 있는 ‘인문복지권’을 ‘인문향유권’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라는 용어가 따라붙는 다양한 논란도 있을뿐더러, ‘인문’이 지니는 본연의 인간다움이라는 뜻에 비춰 다소 어색하다는 의견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초학술기본법’에는 정책기구로 ‘국가기초학술진흥원’으로 명시했다. 이전 학술포럼에서 논의됐던 수많은 정책기구 이름들이 있지만, 김 교수는 ‘인문’ 개념을 명시한 본인의 새 법안이 수용될 경우, ‘인문정책연구원’으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또, 기존 국무총리 직속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초학술자문회의(또는 국가기초학술심의회)를 두어 자문회의 산하에 정책기구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는 데 우려하는 이유는 안정되고 일관된 인문사회정책 추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둘 경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 안에 정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둘 수 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연구회도 있고, 경인사연에 인문사회정책연구원이 없는 만큼 명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인사연 산하 연구기관들이 기재부 지정 공공기관으로서 PBS(Project-based Salary) 제도를 통해 급여를 받고 있고, 매년 성과 평가도 있어 장기적인 인문사회정책에 난항이 생길 수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기초학술진흥법 도입해야 학술계 기울어진 운동장 사라진다”

토론에 참여한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제를 강력히 도입하자는 김 교수의 취지에 동의했다. 하지만, 기본법 명칭 고수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 적합한 지원이 제공되고, 연구자들이 학문적 필요성에 따라 자연과학과 공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지원된 자원을 활용하는 것만 제한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또 다른 토론자인 문병효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과학기술기본법과의 충돌을 우려했다. 기본법안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기초학술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명시돼 있다. 제3문항은 “국가기초학술진흥사업의 추진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함을 규정하고 있다. 문 교수는 기본법도 ‘법률’이라며 “다른 법이 제정되더라도 기본법이 당연히 상위법으로서 우선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본법 의미에 대한 법률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교양학부)는 “현대 한국 정부의 학문 지원 정책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라며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학원은 현직 교수의 조교, 비정규직 교수연구자를 생산하는 공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기본법 도입이 강력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국가기초학술진흥원과 같은 정책기구인 ‘인문사회 학술정책연구원(가칭)’을 제안해 구상도와 발전계획안을 제안했다.

이밖에 배성인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안재원 서울대 교수(인문학연구원),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본부장, 이우창 전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R&D 전략연구본부장 등이 기본법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한편, “과학기술입국을 넘어 성숙한 학문 선진국으로 : 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강득구, 권인숙, 윤영덕, 강민정 의원실과 국회의원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주최해 진행됐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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