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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 최승우
  • 승인 2022.03.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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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92쪽

이 책은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제국이 ‘동양’, ‘동양사’를 새롭게 개발한 것과 천황제 파시즘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역사서이다. 특히 일본의 ‘동양’ 제패 이데올로기 생산의 주요 조직 중 대학과 언론계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동양’과 ‘동양사’는 지역 또는 역사연구 분야나 교과목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 용어는 19세기 중·후반 동서가 새롭게 만난 시기 서양 문명 수용에 가장 앞선 일본이 주변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특별한’ 의도로 새로 만들어낸 단어였다. 메이지 정권은 천황제 ‘왕정복고’ 당시 서양 열강에 앞서 이웃 나라를 선점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있었으며, 입헌군주국으로서 정치체제가 자리 잡는 시점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신교육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서양 열강에 앞서 일본제국이 주변국을 선점한 세계는 곧 일본제국의 천황이 다스리는 세계로서, 이를 ‘동양’이라고 일컬으며, 이 세계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역사연구와 교육을 위해 ‘동양사’란 영역을 새로이 설정, 개발한 것이다.

이 책은 동양사 용어의 유래와 이를 빠르게 받아들인 도쿄대학과 교토대학의 동양사 인식 현황을 비롯해 메이지 정부의 대외 침략주의를 다룬다. 특히 일본의 ‘동양사’ 개발에 주목한 저자는, 1894년 나카 미치요의 3분과 제안으로부터 8년이 지난 1902년, 러일전쟁 발발 2년 전 문부성에서 만든 일본사, 동양사, 서양사의 3분과 교과서를 직접 조사하기 시작한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역사가 동양사로 배치되었으니 한국사 또한 동양사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 여긴 것과 달리 충격적이게도 한국사는 일본사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 강제병합이 이루어지기 8년 전부터 일본은 이미 ‘역사합병’을 저지른 것을 밝혀낸 것이다. 또한 ‘동양사’는 중국 북방인 만주, 몽골의 땅에서 여러 유목민족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다루었는데, 이는 일본제국의 중국 본토 침략을 정당화할 역사적 근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것에 불과한 것임을 밝혀내고 있다.

관련 자료 확보와 현지 답사 등, 연구를 위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역작

이 책은 도쿠토미 소호의 요시다 쇼인에 관한 저술과 여타의 저술을 분석함으로써 황실 중심주의 사상의 전개 과정을 살폈다. 이를 위해 무려 100권에 달하는 『근세일본국민사』의 서명을 조사하고 그 목록을 부록으로 정리해 실었다. 더불어 『국민소훈』(1925)과 『쇼와일신론』(1926)부터 『필승국민독본』(1944)에 이르기까지 국민독본 성격을 띤 5종의 책자를 분석함으로써 도쿠토미 소호의 황도 사상이 어떻게 대중에게 확산되고 보급되었는지를 살폈다.

이 책에는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3분과 교과서 42종을 비롯해 다수의 문헌 자료가 나온다. 대부분 오래된 사료인 만큼 쉽게 구하기 어려웠음에도 저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료를 확보하고자 했으며, 주요 인물들의 연고지를 직접 현지 답사하는 등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헌 연구와 실제 답사가 어우러진 만큼 책의 밀도 또한 단단하게 엮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저자는 일본의 대한제국의 국권을 탈취한 일이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넘어 19세기 중반 이래의 동아시아사 전체에 대한 성찰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일본이 근대화에 유일하게 성공한 동아시아 국가라는 ‘메이지유신’의 ‘신화’가 실상은 천황제 국가주의로 동아시아 세계를 독점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직시하는 것이 곧 일제 식민사학을 제대로 비판하는 길임을 설파한다. 더불어 이러한 일본의 침략적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데도 지금까지 이에 대한 인지와 비판이 없었다는 것은 동아시아 역사학이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이며, 이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21세기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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