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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문화는 어떻게 박물관으로 전파되었나
식민지 문화는 어떻게 박물관으로 전파되었나
  • 오영찬
  • 승인 2022.04.0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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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조선총독부박물관과 식민주의』 오영찬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76쪽

충실한 식민지 문화기관으로 이용된 조선총독부박물관
식민지 박물관 특징 규명해 이데올로기 파악하고 비판

조선총독부박물관은 대중들에게 아직 낯설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1915년 경복궁에 세운 식민지 박물관인데, 지금 용산에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이다. 해방을 맞이하여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소장품과 건물이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되었으니, 마치 경성제국대학과 서울대의 관계와 비슷하다. 제국주의의 침탈 과정에서 식민지에 세워진 박물관은 원활한 식민지배를 위한 유용한 문화적 도구였다. 일제도 이점에 주목하였고, 조선총독부박물관 역시 충실한 식민지 문화기관이었다. 식민지 문화재정책에 부응하여 유물의 전시를 통해 열등한 조선의 문화를 재현하는 공간이자 문화재의 조사, 보호, 보존 등 문화재 관리 기관이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전시와 조사 연구 등 제반 활동은 과거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전통과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어떠하며, 얼마나 철저하게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에 자리하며 미래를 지향하고 있는가. 이러한 자신의 역사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박물관사의 초기 역사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사인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우리에게 현재적 물음을 던진다. 일제시기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발굴 자료는 우리와 식민지 모국인 일본에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굴 유물과 함께 조사를 촬영한 유리원판 사진은 식민지에, 발굴자와 발굴 기록은 식민 모국에 각각 흩어진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과거의 발굴자료를 공개할 책임과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또한 학술 자료의 지적 권리와 정리의 책임은 발굴자에게 있는 것인가, 식민지 박물관을 계승한 현재의 박물관에 있는 것일까? 총체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일제시기 공문서 남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열패한 식민지 문화가 어떻게 전파되었으며, 조직과 인력, 소장품의 출처와 상설전시를 통해 식민지 박물관의 토대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더불어 일제시기 변동과 파행을 거친 고적조사 과정과 전시체제 아래 균열과 퇴락의 길을 걸어온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은밀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조선총독부박물관의 공문서 자료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단일 기관의 일제시기 공문서가 그대로 남아 전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노력으로 장기간의 정리 작업을 거쳐 2018년부터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  

 

1915년 완공되고 1998년 파괴된 조선총독부박물관. 사진=위키백과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실체를 파악하는 연구는 제국의 식민지 박물관의 특징을 규명하는 작업 뿐 아니라 일제 식민지배의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제는 한국의 국권을 빼앗은 뒤, 식민지로 영구 통치하기 위하여 한국사를 왜곡하였다. 이를 식민사학 즉 식민주의 역사학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한국의 역사학계는 일본 제국의 식민주의 역사학을 비판하고 새로운 역사상을 구축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았다. 1960~70년대 이후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최근에는 식민사학의 실체와 뿌리에 대한 연구의 확장력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 책의 연구는 제국 일본의 ‘동양’ 제패 이데올로기 생산의 주요 조직과 그들의 논리를 파헤치고자 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동 연구(연구책임자 이태진 서울대 교수)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제국의 대학과 언론계, 조선총독부박물관,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조사부, 조선총독부 중추원과 조선사편수회, 경성제국대학, 외무성 산하의 동방문화학원 등 식민사학의 정립에 기여한 여러 기관들을 종횡으로 분석하였다. 그 속에서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역할과 위상도 더욱 명징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오영찬
이화여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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