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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3] '중국에서 처음 채집된 털이 많은 게', 참게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3] '중국에서 처음 채집된 털이 많은 게', 참게
  • 권오길
  • 승인 2022.04.05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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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
그 참게는 주로 게장을 담는다. 끓였다가 식힌 간장에 번갈아 담갔다가 먹는데, 폐디스토마 피낭유충과 죽기 전에 먹어 폐디스토마에 감염되는 수가 수두룩했다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정녕코 이 일을 어쩔꼬? 말 그대로 싱싱하고 멀쩡했던, 같은 과의 대학 동기가 놀랍게도 그새 치매 판정을 받고, 돌봄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단다. 암튼 신호초에 우리 집 참게 게장 얻어먹은 이야기를 자주 하던 동갑내기인데, 친구의 건강을 빌면서…. 민물 참게는 게장을 담가 먹고, 찜, 매운탕을 해 먹는다.

참게(Eriocheir sinensis)는 절지동물로 다리가 10개인 십각목(十脚目), 바위겟과의 갑각류(甲殼類)이다. 참게의 학명 Eriocheir sinensis에서, 속명(Eriocheir)의 Erio는 라틴어로 솜털(면모,绵毛)이고, cheir는 살갗으로 ‘살갗에 잔털이 많음’을 뜻하고, 종명인 sinensis는 ‘중국의’, ‘중국인’이라는 뜻이며, 학명에는 오롯이 그 생물의 특징이 들었다. 라틴어로 속명(屬名, generic name)은 명사이고, 종명(種名, specific name)은 형용사이다. 그래서 Eriocheir sinensis란 “중국에서 처음 채집된 게로 털이 많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게는 한자어로는 해(蟹) 또는 천해(川蟹)라 하고, 장갑/글러브(mitten) 닮은 참게(Chinese mitten crab)의 갑각(甲殼, 등딱지) 길이는 63mm 남짓이고, 너비는 70mm 안팎이다. 등딱지는 둥근 사각형이며, 이마에는 납작하고 삼각형인 이빨 모양 돌기가 4개 있다. 갑각의 옆 가장자리에는 눈의 뒤에 있는 이빨 모양의 돌기(눈뒷니)를 포함하여 4개의 뾰족한 가시(이빨) 모양 돌기가 있는데, 뒤로 갈수록 작아진다. 갑각은 약간 볼록하고, H자 꼴의 홈이 뚜렷하다. 한국과 중국에 서식하는 게의 일종으로, 바다와 가까운 강어귀에 서식하는 회유성 민물 게이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주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양 집게다리는 대칭을 이루고, 억센 가시가 있으며, 바닥은 짧고 넓고, 앞면과 집게 아래쪽에 연한 털 다발이 있다. 걷는다리(步脚)는 가늘고 길며, 배는 암수 모두 7마디이다. 하구(河口)에 많고, 논두렁 또는 논둑에 구멍을 파고 살기도 한다. 가을에 살던 곳을 떠나 바다로 내려가고, 이듬해 거기서 알을 낳으며,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민물로 올라와 3년 자란 후 다시 바다로 내려가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 시기는 11∼12월이고 1∼4월에 부화하고, 조에아(zoea) 유생이 되어 떼지어 강을 오른다. 한국에서는 서해로 흘러드는 강에 분포하고, 남한계는 전라북도이다.
 중국에는 서해로 이어지는 하천과 원산지인 양쯔강(揚子江)에 분포한다. 유럽에서는 1913년경 독일의 오데르강에서 처음 잡혔고, 그 후 급속히 퍼져서 지금은 네덜란드·프랑스에까지 분포한다. 유럽의 참게는 황허강(黃河江)이나 양쯔강에서, 무역선의 물탱크(선박평형수, ballaster water)에 들어간 것이 번식한 것으로 본다.

“대추가 붉게 익은 골짜기에 밤(栗)은 왜 떨어지며/벼 벤 (논) 그루터기에 게는 왜 내려가는가/술 익자 체 장사가 왔으니 먹을 수밖에 없구나.” 이 시조는 조선의 황희가 지었다고 전해지고, 여기서 말하는 게가 바로 참게이며, 가을이 되어 밤이 익고 추수할 무렵이면 논에 살던 참게들이 바다로 가는 습성을 표현하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가을에 바다로 내려가는 참게를 발을 쳐서 잡았다. 그리고 필자가 대학생 때인 1960년대만 해도 참게가 많아서, 종로 바닥에, 잔뜩 게거품을 문 참게를 새끼줄에 끼어서, 줄줄이 들고 다니면서 파는 게 장사가 있었을 정도였다. 그 참게는 주로 게장을 담는다. 끓였다가 식힌 간장에 번갈아 담갔다가 먹는데, 폐디스토마(폐흡충, 肺吸蟲, lung fluke)의 피낭유충(被囊幼蟲, 메타세르카리아, metacercaria)이 죽기 전에 먹어 폐디스토마에 감염되는 수가 수두룩했다 한다. 대략 보름 넘게 간장에 담근 참게장이면 폐흡충이 완전히 죽어서 안전하다고 한다.  생김새가 참게와 비슷한 동남참게(Eriocheir japonicus)가 있으니, 몸은 녹갈색이고, 이마가 오목하며, 양쪽 집게다리는 긴 털로 덮여 있고, 남해와 동해로 흐르는 강 언저리에 산다. 참게는 검고 윤이 나며 털이 없고 갑각 앞의 옆 가장자리에는 네 개의 뾰족한 이가 있다. 

근래에는 농약과 환경오염으로 마릿수가 크게 줄어 인공양식을 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한강 수질이 개선되어서 서울 한강공원에서도 볼 수 있다 하는데, 특히 잠실대교 밑 잠실 수중보에서는 말 그대로 발에 차일 만큼 많다고 한다. 그리고 게장의 폐흡충이 무서워 바닷게인 꽃게로 게장을 대신하는데, 참게 장은 살은 적지만 장이 더 맛있어서 참게 쪽을 더 윗자리로 쳐주는 사람들이 많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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