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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가?
왜 지금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가?
  • 이한구
  • 승인 2022.04.1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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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이한구 외 6인 지음 | 학지사 | 317쪽

당파적 양극화로 인한 민주주의의 자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권위주의로 회귀

한 세대 전만 해도 자유민주주의의 최종적 승리가 주장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경종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왜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했는가?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이며, 왜 이런 위기가 도래했는지,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여러 분야에서 성찰한 글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퇴조는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중 하나가 쿠데타이다.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위기나 몰락은 총을 든 군인들의 쿠데타에 의해 야기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개된 냉전시대 동안 발생한 민주주의의 몰락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민주주의가 그렇게 몰락을 맞이했다.

또 하나는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지도자에 의해 민주주의가 위기나 죽음을 맞는 것이다. 즉,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권력자가 민주주의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1930년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그랬고, 2000년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그러했다.

 

투표장에서 붕괴되는 민주주의

요즘의 민주주의 후퇴는 대체로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쿠데타가 아니므로 군인이 탱크를 몰고 거리를 질주하지도 않고, 투표도 계속되며, 민주주의의 외형적 틀도 그대로 보존된다. 그렇지만 투표로 선출된 후 독재자로 변신한 권력자에 의해 민주주의는 속 빈 강정이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선거에 진 쪽도 승복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당파적 양극화가 너무나 심각하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현 상황을 민주주의의 자살로 보는 관점도 있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던 여러 나라가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철학, 교육 경제, 과학, 법률, 국제 관계, 정치 등 그 분야의 전문학자들이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본질과 위기를 진단한 것이다. 

「열린사회와 민주주의」(이한구)는 열린사회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논의하면서, 열린사회와 조화 가능한 민주주의가 어떤 유형의 민주주의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한다. 「민주주의와 생활양식」(이돈희)에서는 민주주의를 본질적으로 다원적 개방성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란 말은 제도의 형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규칙, 행동의 규범, 삶의 양식으로 그 개념적 영계가 확장되었다고 보고, 그 의미들을 밝힌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위기

「인간해방,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이지순)에서는 인간해방,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간에 존재하는 상생작용에 관해 고찰하고, 그중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문제를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지 모색한다. 「민주주의와 과학기술」(이병기)에서는 민주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최병조)는 ‘어떻게 하면 이 땅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이상이 더 잘 구현되게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제질서」(안병준)는 현 세계에서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 간에 경쟁과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면서, 이 두 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검토한다. 「민주주의의 전복양태」(이정복)는 자유민주주의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역사 이래 인류가 활용했던 정치제도 가운데서 그것을 능가할 만한 게 현재까지는 없다고 보면서, 현실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민주주의를 다양한 분야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한구 
경희대 석좌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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