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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축사] 대학 위기를 헤쳐나갈 ‘지성의 정론’으로
[창간 30주년 축사] 대학 위기를 헤쳐나갈 ‘지성의 정론’으로
  • 남기정
  • 승인 2022.04.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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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정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

교수신문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민교협은 국교련, 사교련과 함께 교수신문 창간에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그것은 민주화 운동의 결실이었습니다. 이후 30년 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 ‘한국 지성의 정론지’를 표방하며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교수신문의 존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대학과 그 안에서 교수 연구자들이 처한 처참한 현실은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교수신문의 지령(紙齢)이 30에 이르는 동안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심각한 불평등이 사회 곳곳에 차별과 혐오를 심어 놓았고, ‘민주화’는 새로운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대학에도 파고들어, 대학은 영리기관, 취업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대학 내 교수직의 미세 분화와 그로 인한 신분 서열화, 기형적인 입시제도로 대학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계급사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대학에서 ‘지성’은 사어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지성’을 추구하는 일은 이런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몸을 피해야만 겨우 가능한 일입니다만, 당연히 그것은 진정한 ‘지성’일 수 없습니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을 선택한 교수 연구자는 대학에 발을 못 붙이거나 대학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이제 ‘지성’의 탐구와 전승은 대학 밖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대학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성’이 없는 곳에 ‘지성의 정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교수신문 창간에 입회했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 사회 불평등 심화와 대학 공동체 해체의 위기에 대응하여 3년 전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전열을 다듬었습니다. 창간의 역사적 배경이었던 ‘민주화’가 새로운 위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교수신문이 이를 헤쳐나갈 ‘지성의 정론’으로서 건투해 주시기를 기대하며, 민교협이 그 길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합니다.

 

남기정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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