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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봉, 30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교수 연봉, 30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 윤정민
  • 승인 2022.04.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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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주요 전문직 연봉 비교
창간호 당시 교수 연봉 인포그래픽. 사진=교수신문 DB
<교수신문> 창간호 당시 교수 연봉 인포그래픽. 사진=교수신문 DB

<교수신문>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51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대학으로 이직하고 싶은 교수 216명 중 78명(36.1%, 복수응답)이 그 이유로 ‘좋은 급여 조건’을 택했다. 대학 교수들에게 더 좋은 급여는 본인의 교육·연구 역량을 인정받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자 더 나은 교육·연구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30년 동안 교수의 교육·연구 의욕을 떨어뜨리게 하는 급여 수준을 지적하고 더 나은 교육여건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교수신문>은 창간 당시 ‘지금 대학은’이라는 창간기념 연중기획을 진행했는데, 창간호에 실린 첫 번째 기획기사 주제가 교수 급여였다.

 

대학교수, 570개 직업 중 평균 연봉 46위

창간호 기사에 따르면, 교수들은 이때도 다른 전문직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45세를 기준으로 대학 정교수의 연봉(약 2천8백만 원)이 언론인(3천9백만 원), 대기업 간부(3천1백만 원)보다 덜 받는 내용이었다.

현재 교수들의 임금은 다른 전문직과 비교할 때 어느 수준에 있을까. 현재 직무 간 평균 연봉을 비교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의 직업정보」다. 2001년부터 각 직업의 전망, 임금 등을 매년 발표했으며, 가장 최근 자료는 지난해 4월에 발간돼 2019년 기준으로 작성됐다. 총 570개 직업의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 대학교수는 46위를 차지했다.

전체를 놓고 비교했을 때, 교수 연봉은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교수가 인재 양성과 연구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만큼, 다른 전문직과 비교했을 때,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자료에서 제시한 대학교수 평균 연봉은 6천975만 원으로 대학교수 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기업 고위임원’이 1억4천490만 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금융관리자가 1억769만 원, 변호사 8천707만 원, 일반 의사가 7천387만 원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부장 연봉 > 국립대 부교수 > 4급 공무원

하지만, 위 자료는 같은 연령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교수신문>은 50세의 국립대 부교수 평균 연봉(9천538만 원)이 고위공무원(9천22만 원)보다 조금 더 많았으나, 대기업 부장(1억1천789만 원)보다는 적게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준을 50세로 설정한 이유는 교수 첫 임용 연령대가 다른 직무보다 늦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이 지난 2015년 하반기에 조사한 전국 대학 신임교수 평균 연령은 43.6세였다. 주요 학문 분야별로는 인문학 45.8세, 사회과학 42.9세, 자연과학 41.5세였다.

이는 교수가 보통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맡을 수 있는 고학력 직종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2021년 국내신규박사학위취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학년도 2월·8월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학업 전념자 4천759명 중 79.5%(3천784명)가 30대에 수료했다.

위 자료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1년 전국 4년제 대학 직위별 교원 급여 현황’을 근거로 가상 인물인 인문학 박사 A가 45세에 국립대 조교수로 임용돼 50세에 국립대 부교수가 됐다고 가정했다. A 부교수의 연봉은 지난해 국립대 부교수 연봉 평균값인 9천538만 원으로 설정했다.

같은 나이의 고위공무원 연봉은 인사혁신처 자료를 토대로 4급 22호봉 기준으로 계산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 5급 행정직 최종 합격자 평균 연령은 26.5세였다. 가상 인물 B 씨가 27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고 가정하면, 연수 후 28세에 5급 공무원으로서 일을 시작한다. 이때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에 공개된 ‘시도별 일반직 평균승진소요연수’에 따라 50세가 되면 4급 22호봉에 도달한다. 대기업 근로자 연봉은 직무포털 ‘사람인’이 지난 1월에 발표한 100대 대기업 부장급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했다.

 

조교수 연봉은 30년째 제자리걸음

사립대의 교수 평균 연봉이 낮게 책정되는 이유는 비정년트랙의 영향이 크다. 2002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돼 교수 계약임용제가 시행됐다. 신임 교수를 계약제로 임용한 후 교육·연구 역량을 평가해 추후 정년 보장을 받는 교수로 임용하겠다는 뜻이다. 대학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교수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시 법 개정 취지였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 위기로 계약임용제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2003년 이후로 대학들은 사실상 ‘비정규직’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이름으로 전임교수들을 무기계약직과 저임금으로 잡아두고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11월, 4년제 사립대 88곳이 최근 5년 동안 새로 임용한 교수 중 절반 가까이가 비정년트랙 교수이고, 비정년트랙 교수 평균 연봉(2020년 기준)이 3천871만 원이라고 보도했다. 사립대 전체가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 전국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연봉 평균을 산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교수신문>은 비정년트랙 교수들과 좌담회를 열어 그들의 연봉이 적어도 정년트랙보다 적다는 점, 무기계약직으로 인해 재계약 시 실질적인 연봉 인상이 없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

사립대의 비정년트랙 임용 확대는 조교수 연봉 통계에도 영향을 줬다. 국공립대 조교수 평균 연봉이 최소 5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반면, 사립대 중 67곳의 평균 연봉이 4천만 원대, 31곳이 3천만 원대로 나타났다.

사립대 조교수 평균 연봉은 30년 전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창간호 기사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국립대학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1990)을 토대로 1990년 교수 평균 연봉을 다뤘는데, 이때 사립대 조교수의 평균 연봉은 2천만 원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지난해 화폐가치(추정치)로 환산하면 5천328만 원이다. 지난해 사립대 조교수 연봉(5천557만 원)과 비교하면 조교수 연봉은 3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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