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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내각 구성을 지켜보며
차기 정부의 내각 구성을 지켜보며
  • 안상준
  • 승인 2022.04.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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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차기 정부 내각의 밑그림이 공개되었다. 대략 ‘영남에서 태어나고, 서울대를 졸업한 60세 전후의 남자들’의 모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퇴행의 그림자가 짙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자가 공약사항을 내팽개치는 태도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앞으로 5년간 잘 참고 지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윤 당선자는 한사코 내각 인선의 기준이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왜 실력 있는 인사가 그와 친분이 돈독한 사람들뿐인지 의아하다. 그가 실력 있는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서 그렇다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지만, 뒤집어서 보면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실력 있는 인사라고 강변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인재 등용의 폭이 넓지 않으면 협치나 국민통합은 빈말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소꿉친구 내각’을 구성하여 온갖 구설과 망신을 자초한 아베 1기 내각과 견주는 칼럼을 보고 실소가 나왔다. 

한 발 더 들어가 내각 구성의 후진적 진면모를 살펴보자. 최근 선진국 내각 구성의 세계적 추세는 단연 남녀 동수 내각이다. 작년 연말에 출범한 독일의 ‘신호등 내각’이 남녀 동수이고,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정확히 남녀 동수로 24명의 내각을 구성하였다. 남녀 동수 구성도 대단하지만, 내각에서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미국의 부통령, 재무장관, 내무장관 및 독일의 외무장관, 내무장관, 국방장관 자리가 여성에게 돌아간 것은 환경부와 중기벤처부에 여성 장관을 기용한 우리의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 

이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 지수가 현저히 낮아 빚어지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선진국다운 사회발전의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않으려는 태도다. 결국, 선진국의 사례로 보건대 우리는 훗날 이로 인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장관 내정자의 평균연령은 60.6세다. 물론 연령을 거론하는 게 차별이 될 수 있어 평균연령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30대 장관 기용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선 최측근 내정자가 50을 바라보는 최연소 내정자일 뿐, 30대 장관 기용 공약은 애당초 지킬 의도가 전혀 없었던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워 보인다. 젊은 장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이고, 내일의 대한민국에 밝은 빛을 던져주는 희망이다. 지지 여부를 떠나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차기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한, 이번 내각 인선에서 드러난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묘한 관계는 투명하고 공정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안철수는 대선 며칠 전 사퇴했고, 보도에 따르면 사퇴의 명분은 정권교체 매진과 추후 공동정부 구성이었다. 안철수를 지지하던 이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고, 투표 포기나 무효표 양산을 초래했다. 안철수의 사퇴가 당선에 기여한 정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이겼으니 약속을 지키는 게 당사자와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철수의 추천 명단은 모두 배제되고, 공동정부 구성의 일등공신(이태규 의원)은 인수위를 떠났다. 항의 표시는 아니었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 후 안철수의 처신이 더욱 수상하다. 분명히 굴욕적인 시간이었고, 스스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모종의 합의를 했는지 타협했고 공동정부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었다. 10년 넘게 ‘새정치’를 내세워 제3지대 정치를 외치지만 번번이 유권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안철수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잠식하는 X맨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윤 당선자의 내각 인선은 여론과 전쟁을 불사하는 마이웨이로 보인다. 마치 ‘공정과 상식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는 인상을 준다. 얼마나 후진적이고 실망스러웠으면, 조·중·동 보수언론조차 그토록 야박한 평가를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인사청문회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온갖 구설이 난무한다. 선진국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들이 내각을 구성하여 스마트하고 품위 있는 정부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은 촛불 항쟁도 불사하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를 여지없이 심판할 줄 아는 현명한 국민이다. 따라서 향후 5년간 정권이 쏟아내는 몰상식하고 불공정한 메시지와 정책으로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치 초보에다 지시와 명령에 익숙한 인간형인 윤 당선인이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대화와 타협의 스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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