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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도파민네이션
교육부와 도파민네이션
  • 이희경
  • 승인 2022.04.26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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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이희경 편집기획위원 / 대구보건대 치기공과 교수·대학교육혁신단장

 

이희경 편집기획위원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과 책 한 권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토론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선택한 책 제목은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었다. 경쟁주의와 능력주의 시대에서의 각종 시험과 취업 준비, 힘든 공부와 바쁜 일정들, 그러면서도 집중력과 성과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젊은이들과 사회인들은 성과 달성 과정 속의 불안과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도파민을 과다 복용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파민은 쾌락과 고통을 지휘하는 신경물질로 중독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독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 등으로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가도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각 후보자는 GDP 대비 1.0% 이상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겠다고 모두 공약하였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이 최소 OECD 평균인 1.0%는 돼야 한다. 공약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년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1천910.7조 원이므로 GDP 대비 1.0%의 고등교육재정은 19.1조 원이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를 OECD 평균으로 설정하고, 등록금 기준으로 추산하면 적정 고등교육재정은 2020년 24조 569억 원 정도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고등교육재정은 0.6% 정도에 그쳤다.

고등교육재정의 정부지원을 GDP 대비 1.0% 확보하면 1인당 공교육비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현재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매우 높다. 2018년 전문대학 내부 재정여건에서 등록금은 55.7%로 2008년 71.3% 보다 15% 낮아진 반면 인건비와 경직성 경비는 44.3%가 높아져 전문대학 내부 재정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경상비 지원 방식으로 지원하여 대학 서열화와 교육불평등을 막아야 한다. 

OECD에 따르면 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학교급별 1인당 공교육비는 초등학교 128%, 중학교 119%, 고등학교 132%로 재정여건이 매우 우수하다. 그 이유는 현행 「교육교부금법」에 의한 지원 때문이다. 내국세의 20% 정도를 교육교부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학령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들었음에도 초·중·고 학령인구에 투입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5배 증가해, 연평균 5조 원의 불용예산이 발생했다고 한다. 

교육부 소속의 같은 교육기관이지만 「교육교부금법」과 관계없는 대학가는 일반대학이 OECD 평균 대비 68%이고, 전문대학은 46.6% 수준이다. 14년간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대학에서는 국가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전문대학의 재정악화는 실습기자재 구입 등 직업교육을 위한 투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에 따르면 전문대학 실습기자재 구입비는 2008년 기준 1천206억 원에서 2018년 기준 438억 원으로 50% 이상 감소했다.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대학은 그동안 「고등교육법」 외,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등이 제정되었으나 안정적 재정 확보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불평등은 심화됐다.

더구나 대학교육은 교육부가 전담하고, 평생학습 분야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로 행정적·재정적으로 양분돼 있다. 그런 비효율적인 이유로 매년 1조~2조 원가량의 직업훈련 비용을 훈련자들에게 지원하는 고용부와 달리 교육부는 그저 대학정원 감축을 통한 재편 계획으로 교육불균형을 심화시켜왔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교육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낸 교육자이며 교육부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교육의 다양성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발표했다.

교육부장관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과 사회부총리로서 국민들의 평생학습분야 체계도 교육불평등과 교육불균형을 해소하는 행정체계를 통합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도파민네이션의 핵심은 “행복하고 싶다면 고통을 직면하라”이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대학교육계의 고통을 직면하고 미래교육이 행복해지는 해법을 찾아주길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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