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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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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2.04.2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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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클라인 지음 | 김한규 옮김 | 소나무 | 344쪽

클라인의 농장에는 생물 친구들이 넘쳐난다

현대가 해체시킨 삶의 세 기둥을 지키는 사람의 진술이다. 그 세 기둥은 하느님 또는 하나님 또는 신, 자연 그리고 가족이다. 이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해체시킨 시대에 살 수밖에 없는 우리는, 과연 클라인의 감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클라인의 농장에는 생물 친구들이 넘쳐난다. 그 친구들과 만나고, 인사하고, 그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그의 기쁨이다. 또한 이 친구들이 본모습 그대로 잘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그의 행복이다. 그는 자신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직접 들어보자.

“한 해는 결코 끝나지 않는 모험이다. 사람들이 레크레이션으로 여기는 많은 것을 우리는 농장에서 즐긴다. 우리는 올해에 네 가지의 ‘첫 번째’를 보았다. 켄터키솔새와 루나나방, 황제나방을 처음 보았고, 30년 이상이나 기다린 뒤에 나는 거대한 제비꼬리나비를 처음 보았다.
변화가 다양한 농사의 심미적 즐거움은 너무나 두드러진다. 봄부터 가을이 끝날 때까지 들판은 쉴 새 없이 변화한다. 나는 화가가 색깔과 구성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며 한 점의 공백도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수채화를 바라보듯이, 우리 농장 보기를 좋아한다. 소가 다니는 작은 길과 같은 우리 농장의 공백 지점은 11월 침식을 막기 위해 덮는 짚거름으로 가려진다. 나는 거름 살포기를 사용하는데, 멀칭한 것처럼 훌륭하게 작동한다. 땅은 이제 겨울비와 폭풍에 대비하여 준비되었다.”
-본문 24쪽

클라인의 문장은 수식과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

데이비드 클라인이 30년 넘게 기다린 뒤에 제비꼬리나비를 처음 보았다는데, 역자 김한규는 32년 전에 만난 책을 기억하고 기다리다 정년퇴직한 후에야 번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참으로 길고도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역자 김한규는 중국 및 아시아 역사 연구에서 단단한 업적을 남기고 퇴직한 후, 남덕유산 오지에 귀촌하여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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