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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
마음에 없는 소리
  • 최승우
  • 승인 2022.05.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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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320쪽

사 년 전에 『작정기』라는 단편소설로 등단한 김지연의 첫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첫 문장을 이렇게 쓴 건, 그동안 이 작가의 책을 기다려 왔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패기 넘치고 반짝이는 수많은 젊은 작가 중에서 김지연의 소설이 눈에 띈 이유는 몇 가지 개성 때문이었다. 기존의 서사 체계를 안정하게 습득하고 있는 듯하지만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 상황마저 계획적으로 생략해서 전달하는 솜씨나 중의적 표현으로 의미의 폭을 확장하는 글쓰기 방법 같은 것들이. 

최근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단편 『공원에서』를 읽다가 그 명확해진 작가의 개성과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에 조용히 감탄했다. 이 시대에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산다는 것, 사랑을 하는 일 등 별것 아닌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이런 일상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 작가는 첫 소설집인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벌써 다 보여 준 것 같다. 얼핏 힘없고 존재가 미미해 보이는 인물들이 자기만의 끈질긴 방식으로. 그들을 우리 보통 사람과 닮았다고 말해도 좋을까. 그러니까 아직 세상에 기대하는 게 있으며, 어떤 “좋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다시 돌아보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알고 있다고 믿었던 환대와 도덕과 윤리에 대해서.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타인에게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면. 
서정적이며 유머러스하고 슬프고 서늘한, 그런 여덟 편의 여운 있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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