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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 최승우
  • 승인 2022.05.0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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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현·최영우 지음 | 효형출판 | 228쪽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통치하던 인도네시아에서 포로감시원 생활을 했던 최영우 선생이 포로감시원 생활 및 수형 생활에 관해 스스로 남긴 기록을 그의 외손자가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의 독특함은 일제 강점기 포로감시원으로 근무한 조선인 청년이 자신의 삶에 관해 남긴 일종의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 군대가 전쟁을 위해 동원한 조선인들은 군인, 군속, 노동자, ‘위안부’ 등에 이르기까지 약 800만명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최근까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이들이 태평양전쟁 당시 포로감시원으로 근무했던 이들이다. 이 책은 조선인 포로감시원이 한글로 남긴 몇 안 되는 기록물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전쟁에 휩쓸린 식민지 청년의 다면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최영우 선생은 분명 식민지 출신이지만 또한 직업상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포로로 잡혀 있는 서양인들을 문명인들이라고 칭하면서도 포로감시원으로서 그들에 대해 알 수 없는 우월감을 느끼고, 일본군을 열렬히 환대하는 현지 원주민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군대 내에서 일본인과 조선인의 상시적인 차별을 경험하고, 위안소 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조선인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충격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그는 위안소에서 원주민 여성을 상대한다. 

선생은 포로감시원 생활을 하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는 역으로 전범 행위자로서 2년여 동안 포로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가 겪는 물리적ㆍ정신적 고통은 이 책이 드러내는 조선인 포로감시원의 역설의 절정을 이룬다. 민족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일제 강점기 및 전쟁의 비극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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