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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
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
  • 최승우
  • 승인 2022.05.0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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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렬 지음 | 피엔에이월드 | 408쪽

세상은 획일적인 속도로 바뀌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곳이 있으면 천천히 달라지는 곳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빠르게 바뀌는 곳에만 시선을 집중하며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찬찬히 여기저기를 바라보면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고 거의 옛날 그대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젠더 문제도 그런 경우의 하나다. 다 바뀐 것 같지만 과거가 하염없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외쳤지만 한참 후에 보면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책의 저자는 『복학왕의 사회학』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젊은이들이 수도권 젊은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 최종렬이다. 이번 책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할머니-어머니-딸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 이야기를 현장 인터뷰와 사회학 언어를 교차시켜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사회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돌봄(밥)-노동(일)-에로티시즘(사랑)이라는 세 영역에서 가부장제가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사회학 언어를 사용하여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매여 ‘가족 자아’로 살아가는 타성적 삶을 벗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성스러운 자아’로 살아가는 창조적 삶을 제안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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