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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이 방문하자 캠퍼스 창문은 봉(封)해졌다
주석이 방문하자 캠퍼스 창문은 봉(封)해졌다
  • 조대호
  • 승인 2022.05.1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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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얼마 전 내 모교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문했다. 사실 방문하는 날까지도 그의 방문은 극비리에 부쳐있었지만, 교사, 학생을 막론하고 누가 오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한 친구에 말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몇 년 전 인민대학에 방문하였을 때 기증한 물품들이 돌연히 도서관에 다시 출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온다는 것을 추측했고 그밖에도 학교가 새벽에도 우당탕 공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학생들은 그가 누군지 가늠했다. 중국 학생들은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라고 지칭했기에 나는 시진핑 주석이 아닌 국무원 부총리인 손춘란(여)이 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고 보니 중국 친구들이 성별을 바꿔 말한 것은 일종의 트릭이었다.

어느 나라나 국가 최고 지도자가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대학에 방문하는 것은 해당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중국과 같은 레닌주의 국가에서 주석의 학교 방문은, 방문 그 이상의 단어로 형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자의 방문은 사실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그 가까운 예로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문 2주 전부터 학교 전역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교내에 있는 속도 방지턱은 모두 제거됐고 그동안 울퉁불퉁했던 도로의 노면이 재정비돼 평탄해졌다. 또한, 몇 년 동안 방치돼 흉물 같았던 동문 조경은 대대적으로 개보수가 진행되었고 교내 곳곳에는 오색찬란한 꽃들이 심어져 학교는 봄의 기운이 물씬 나기 시작했다. 그밖에도 방문 일자가 다가오자 교내에는 경찰차들이 공사 현장을 감독하여 혹시나 있을 사태를 대비해 감시하였고 교내에 주차된 차들은 모두 대형 트럭이 밤새 견인해 갔으며 전기차들의 충전도 잠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당일 날 아침부터 기숙사 관리인이 학생들의 침실 등을 부리나케 돌아다니며 창문을 열어 밖을 보지 못하게 창에 봉인지를 붙여 놓았으며 커튼을 다섯 시간 동안 절 때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렇게 기숙사에서 강제로 칩거해야 했다. 물론, 몇몇 당성(黨性)이 우수한 학생들은 시진핑 주석을 영접하는데 동원되었는데 그 조건은 대단히 까다로웠다. 그 외에도 필자가 밖을 몰래 내다보았을 때, 매번 동일한 루트만 따라 오고 가는 학생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이 학생들은 길가를 거니는 임무를 맡지 않았나 싶다.

시진핑 주석이 가고 얼마 후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인민대학을 방문한 내용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교내 학과들은 시 주석이 방문 과정에서 말했던 내용의 핵심과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나는 중국 공산당사를 공부하고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안,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라는 느낌은 생활 저변에서 생각보다 그렇게 찾기 어려웠다. 느껴본다 할지라도 일시적인 순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문을 전후로 일어난 일들을 관망하며 느낀 소회가 대단히 컸다.

한국에서도 높은 사람이 온다고 하면 더 정돈되고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최근 교내에서 있었던 조경과 도로를 정리하는 사업 정도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지도자 개인의 편의를 위해 방지턱을 없앤다든지, 대다수 학생이 기숙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창문마저도 봉인지를 부치며 커튼을 열지 못하게 하는 행위들을 보고 나는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시 주석을 영접하는 학생들이 그를 향해 환호하고 찬가를 부르는 모습은 우리 국민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보내는 행동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나는 내가 확실히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여실 없이 느꼈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의전은 중요하겠다만 우리 학교의 이와 같은 모습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지? 아니면 이마저도 중국만의 특색이라 이해해야 하는지 나는 고민에 빠진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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