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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프로젝트는 이렇게 성공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이렇게 성공했다
  • 정영기
  • 승인 2022.05.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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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⑪_정영기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
맨해튼 프로젝트의 이론 및 기술 분야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왼쪽)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로버트 바커, 한스 베테 등 우수한 과학자를 영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오른쪽 사진은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사진=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는 당시 약 20억 달러(1945년 기준)가 투입되고 13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역사적인 사업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레슬리 그로브스(Leslie Groves) 장군이며, 핵무기 개발과 제조를 담당한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연구소의 이론 및 기술 분야 책임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 Oppenheimer, 1904~1967)이었다.

1943년 4월에 설립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핵무기 제조에 성공해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같이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로스앨러모스 성공의 대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말한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연구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설득해 팀원으로 합류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불확실 투성이었던 계획을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꾼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턱(James Tuck)은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 정부는 올바른 사람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오펜하이머의 리더십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고위 리더십 직책을 포함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과학자를 모집하는 데 전념했다. 이러한 노력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성공에 필수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오펜하이머는 로버트 바커(Robert Bacher)를 실험물리학 부분 책임자로, 한스 베테(Hans Bethe)를 이론물리학 부분 책임자로 영입했으며, 두 사람은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둘째,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목표를 설정하고 의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로스앨러모스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장소로서의 로스앨러모스의 생생한 이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였다. 즉, 오펜하이머는 전쟁의 공식적인 임무를 넘어 로스앨러모스의 이미지를 명료화하고 그 의미를 만들었다.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로스앨러모스는 단순히 폭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이익”을 창출하는 장소다. 그에게 원자폭탄은 로스앨러모스의 일부에 불과했다. 폭탄 뒤에 숨은 과학체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 위대한 과학적 과제를 수행할 기회는 모두 오펜하이머가 로스앨러모스에 부여한 이미지의 일부였다.

셋째, 오펜하이머는 뛰어난 기술 및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펜하이머의 기술적, 분석적 기술의 영향력과 중요성은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가장 일반적인 기억 중 하나이다. 오펜하이머의 두드러진 능력 중 하나는 그의 과학적, 기술적 전문성이었다. 한스 베테는 오펜하이머가 “화학, 이론 물리학, 기계 공장 등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이해했다. 로스앨러모스에서도 그가 지적으로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분명했다”라고 말한다. 다른 과학자들도 오펜하이머에 대해 비슷한 관찰을 했다.

넷째, 오펜하이머는 구성원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협력에 기반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비밀유지와 보안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오펜하이머는 과학자들 사이의 자유토론을 보장하였다. 오펜하이머는 비밀유지와 자유토론 문제로 그로브스 장군과 이견을 보이고 싸우기도 했다. 1943년 4월 프로젝트 전체를 개괄하는 강의가 열렸다. 로스앨러모스에 온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이 강의는 당시의 이론적, 실험적 진행 상황을 요약하고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매우 활발하게 토론했다. 오펜하이머의 동료 물리학자인 존 맨리(John Manley)의 회상에 따르면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긴 토론”이었다고 회고했다.

 

정영기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민주시민교육의 인문학적 기반연구』, 『인문학 독서토론 20선』, 『논리적 사고와 표현』, 『철학과 영상문화』(해피북스),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논리』(엘맨출판사), 『논리와 사고』, 『귀납논리와 과학철학』, 『논리와 진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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